[유럽자동차여행] #015 아이슬란드 - 주상절리 폭포 스바르티포스와 바트나요쿨 빙하


점심식사를 마치고 텐트를 주섬주섬 접어서 차에 모두 집어 넣은 뒤에 트래킹을 떠날 준비를 했다. 1박만을 하기는 하지만, 오후 내로만 자리를 비워주면 된다고 해서 부담없이 자동차를 캠핑장에 넣어둘 수 있었다. 여행 중 들렸던 유럽 캠핑장 중에서 아이슬란드가 그래도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던 듯 싶다.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트래킹 코스. 빨간색, 녹색, 파란색으로 난이도가 구분되어 있다. 우리는 초급으로 시작해서 중급으로 끝나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물이 떨어지는 폭포 스바르티포스와 바트나요쿨 빙하의 일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트레일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스다. 사람의 체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다 걸으려면 3-4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여서 시간도 충분하겠다, 부담없이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 스바르티포스까지는 약 1.5km정도. 30분 내로 부담없이 올라갈 수 있는 거리다.



올라가는 길은 포장이 되어있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잘 정비되어 있어서 헤메지 않고 바로 걸을 수 있었다. 한명이 걷기에 충분하고, 두명이 걸어오면 살찍 비켜줘야 하는 정도의 폭이 계속 이어졌다. 스바르티포스까지는 계속 완만한 경사가 이어졌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트레일을 따라 가는 길에 나타난 계곡과 나무다리. 나무다리도 트레일 만큼이나 폭이 좁다.



스바르티포스로 가는 길에 먼저 만난 것은 바로 훈다포스(Hundafoss).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면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폭포. 그래도 잠깐 멈춰서서 사진을 찍고가게 되는 것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여행자의 숙명이려나.



훈다포스를 지나면서부터는 트레일이 점점 넓어지기 시작해서 걷기에 편했다. 날씨가 흐려서일까,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였을까. 우리를 제외하면 이 코스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골든 서클을 벗어난 이후로는 관광객의 숫자 자체도 생각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슬란드의 매력은 골든서클을 벗어나면서부터 더 커진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렇게 트레일을 따라 걷다보니 멀리 스바르티포스(Svartifoss)가 나타났다. 아이슬란드를 안내하는 사진이나 가이드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폭포가 바로 이 스바르티포스다. 주상절리의 독특한 지형에 생긴 폭포다보니, 수량이 많지 않아도 그 독특함 때문에 더 인기가 있다. 여태껏 많은 여행을 했지만 이 스바르티포스만큼 특이한 형태의 폭포를 본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고보니, 특이한 폭포 자체는 몇번 있기는 했지만.



세로로 스바르티포스 사진 한장 더.



트레일에서 스바르티포스까지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었다. 이 곳을 내려갔다가 다음 트레일로 가기 위해서는 내려간 길을 다시 올라와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스바르티포스에 가까이 가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사실, 5분이면 내려가는 가까운 길이었다. ㅎㅎ




눈 앞에 주상절리와 폭포가 함께 병풍처럼 펼쳐지는 풍경만 아니면, 그냥 우리네 계곡이라고 해도 믿겠건만... 저 독특한 주상절리 폭포가 이곳이 아이슬란드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계곡 옆 바위에 앉아서 스바르티포스를 감상하는 사람들. 우리는 가벼운 차림새였지만, 본격적으로 배낭과 침낭을 메고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트래킹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저 사람들은 중간의 한 포인트에서 1박을 하고 돌아오는 일정이겠지.




조금 느린 셔터로 담아본 스바르티포스의 모습. ND필터가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해가 쨍쨍한 날이 아니어서 필요한 만큼의 느린 셔터속도는 얻을 수 있었다. 느린셔터건 아니건간에 스바르티포스는 그 자체로도 훌륭히 멋졌지만. 그렇게 한참을 넋이 나간 듯 폭포를 들여다보고있으니, 일행들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며 이동하자고 부추겼다. 그래. 스바르티포스. 다음에 다시 올 일이 있겠지.



그렇게 스바르티포스를 떠나 아까 내려오기 전의 트레일로 돌아왔다. 보통 사람들은 이 트레일에서 다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에서 봤던 빙하의 모습을 놓칠수가 없어서 다음 목적지인 스요나르니파(Sjonarnipa)로 향하기로 했다. 일행들은 내가 계획했던대로 모두 같이 동행!



스요나르니파로 향하는 트레일을 안내하는 표지판. 중간중간 이곳저곳으로 길이 갈리기 때문에 안내판을 잘 보고 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들어선 트레일은 딱 1사람이 지나가기에 충분한 길이었지만, 양쪽으로 가지치기를 잘 해놔서 걸어가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아이슬란드의 특성상 나무가 거의 없고 낮은 종류의 식물로만 가득 차 있으니 트레일의 분위기도 확실히 달랐다. 당시에는 나무가 없는 것에 익숙해졌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참 독특한 풍경이었으니까.



걷다보면 이렇게 질퍽한 땅은 나무를 덧대서 걸어가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처음 좁은 트레일을 봤을 때에는 계속 그런 길이 이어질 것 만 같았는데, 의외로 곳곳을 잘 정비해놔서 걷기가 쉬웠다. 그리고 계속 오르막이 이어지던 스바르티포스까지의 트레일과는 달리, 이 방향은 아주 완만하게 경사가 있는 수준이었다.



지나가면서 만난 또 다른 계곡. 폭이 넓지 않아서 쉽게 통과.



걸어가는 길에 멀리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곳보다 더 황량해 보이는 산, 그리고 작은 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해발 고도가 높은 곳에서 황량한 산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아이슬란드는 확실히 독특하다.





계속 이어지는 트레일.


이쯤되면 반복되는 풍경에 지루해질만도 하지만, 워낙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는지라 오히려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빨간색의 물. 음 이런건 화산 지형에서 많이 보던건데..



그렇게 풀이 가득한 길을 걸어오다가 갑자기 황량한 황무지로 변했다. 땅에는 곳곳에 피어있는 야생화 조금 빼고는 별다른 식물이 없어보였다. 땅 자체는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갑자기 식물이 사라지다니..



그 것이 신호였을까? 멀리 커다란 빙하가 펼쳐졌다. 구름으로 살짝 가린 위쪽이 바로 그 크기가 짐작조차 잘 가지 않는 바트나요쿨. 그리고 거기서 이어져 내려온 빙하가 바로 오늘 트래킹의 목적지.





빙하로 가는 길에 야생화 사진 몇장 찰칵찰칵. 이름을 모르니 못내 아쉽다.




빙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하니 벌써 한 커플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빙하를 감상하고 있었다. 바로 오늘 오전에 빙하에 올라가서 트래킹을 하고 왔건만, 오후에 이렇게 다시 빙하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또 남다르다. 자연이 만들어 낸 장엄한 풍경에 잠시 푹 빠졌다가 사진을 몇장 찍고나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그래서 준비해 온 간단한 간식 몇개를 슥슥 흡입. 그리고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빙하의 아래쪽은 이렇게 녹아서 작은 호수를 만들고 있었다. 이 호수 때문에 이쪽 빙하에는 접근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 멀리 보이는 빙하로 오늘 오전에 트래킹을 다녀왔다. 빙하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지구온난화의 영향인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오전에 가이드가 최근들어 빙하가 녹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고 했는데..



빙하가 녹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던 유빙들. 화산재가 섞여있어서인지 색은 그다지 썩 예쁘지 않다.



아까 걸어오면서 계속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줬던 산. 딱 보더라도 확실히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저기까지 가는 게 아마 다른 트래킹코스가 아닐까 싶다.




다시 빙하 클로즈 업.


사진으로 보고 있으려니 실제로 보면서 느꼈던 감동의 10%도 안오는 것 같아 아쉽다. 눈 앞에 저 빙하가 펼쳐져 있을 때는 정말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 사진 실력이 부족해서인가. 어쨌뜬 빙하가 아주 거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순간에는 정말 작은 존재가 된 기분이었는데.



실제 눈으로 보이는 화각은 대략 이정도 느낌.



빙하를 배경으로 와이프님의 뒷모습도 한장 찰칵.



빙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다른 사람도 한 장 찰칵.



이 사람은 정말 번개같이 왔다가 번개같이 사라졌다. 바빴..나?



우리가 빙하를 감상하고 있는 동안 도착한 가족. 아버지의 등에 매달려오던 아이는 빙하가 눈앞에 나타나자 빙하를 가리키며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이 가족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바로 간식타임. ^^


그렇게 빙하를 감상하고 나서 슬슬 내려갈 준비를 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요쿨살론에서 보트를 타고 유빙을 감상하는 것. 그야말로 하루가 빙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일정이다. 같은 빙하라고는 하지만, 다각도에서 보는 것이다보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지루하다기보다는 환상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다시 캠핑장으로 내려가는 길. 빙하와 호수를 다시 담아본다.



내려가는 길은 사실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냥 좁은 길로 계속되는 내리막의 연속일 뿐. 올라올 때는 완만한 경사여서 그리 높이 올라왔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내려가면서 우리가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초반에는 그래도 탁 트인 풍경이 이어졌지만, 이내 이렇게 수풀 속으로 트레일이 이어졌다. 그래도 중간중간 나무로 잘 관리도 해 둬서 내려가는 속도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30여분을 걸어서 캠핑장으로 내려와 바로 자동차를 몰고 다음 목적지인 요쿨살론으로 향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오늘 아침 트래킹 했던 빙하의 사진도 한장 더 사진에 남겼다. 기다려라 요쿨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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