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동차여행] #017 아이슬란드 - 안개낀 구불구불한 해안선, 이스트 피오르드(East Fjord)


요쿨살론에서 떠날때만 해도 맑았던 날씨는, 이곳이 아이슬란드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듯 바로 안개낀 날씨로 변했다. 약 30km쯤 달렸을 때 였는데, 이 안개 덕분에 시야가 확 줄어서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다. 뭐, 차가 거의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구불구분한 도로라 마음껏 속도를 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랄까.



시야가 잘 나오기도 했고, 안나오기도 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안개 낀 풍경 속을 달렸다. 분명 1시간 전만 해도 맑았는데, 이렇게 안개 속을 달리고 있으려니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안개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도로와 이스트 피요르드의 풍경은 멋지기는 했지만, 조금 아쉬움이 들었다. 이스트 피요르드의 매력은 바로 구불구불하게 빙하에 의해 생긴 해안선을 보는 것이었으니까.


이스트 피요르드가 아이슬란드에 있는 피오르드 중에서 가장 완만한 해안선을 가진 부드러운 피오르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피오르드가 주는 풍경을 꼭 보고 싶었기 때문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계속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빌었다.



요쿨살론을 떠나서 1시간 넘게 계속 달리자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안개와 함께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들 허기에 지쳐서 중간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 나와서 밥통에 미리 해둔 밥과 반찬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바람이 많이 불기는 했지만, 점심을 먹는 동안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히 꿀맛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어차피 이쪽 지역을 다니면서 레스토랑 같은 것을 발견할 거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점심꺼리까지 챙겨오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늘은 흐린 날씨덕분에 아이슬란드 이스트 피오르드 관광은 끝난것인가 하면서, 안타까움에 계속 차를 몰았는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분명히 우리가 이 터널을 지나기 전까지만 해도 사진처럼 안개로 가득했는데..



터널을 지나자마자 이렇게 맑은 풍경으로 변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 물론 하늘에는 구름도 많았고, 또 멀리 안개가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현재 맑은 것 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잘 보면 터널 뒤로 물안개가 있는데 아마 산을 넘어오지 못했던게 아닐까 싶었다. 그 말은 우리 시야를 가리던 안개도 높이만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낮은 물안개였다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달리니 눈 앞에 멋진 산이 또 펼쳐진다. 나무 한 점 없는 아이슬란드의 산은 황량하지만, 그 모습 덕분에 더 독특하게 느껴진다. 특히 자동차를 몰면서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은 유럽 자연 여행 중 느낀 백미라고 할 수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서서 봤던 관광 안내판. 생각보다 특별한 정보는 없었다.



계속 이어지는 도로.



그렇게 달리다가 중간에 Djupavogshreppur이라는 이름을 읽을 수 없는 한 전망대에서 잠시 멈췄다. 자고로 다른 차들이 서 있으면 그 곳은 볼거리가 있는 것이니, 꼭 멈춰야 한다는 진리가 작용하는 순간이었달까?



이곳은 이스트 피오르드의 일부를 볼 수 있는 그런 일종의 전망대였다. 바로 아래는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해변이 있었고, 뒤쪽으로는 황량한 흙 산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반대쪽은 조금 더 밝은 색의 해안이었다.






뒤쪽으로 펼쳐지는 산의 모양이 피요르드에 의해서 생겨난 것일 것이고, 이 해안선은 그에 따른 풍경의 일부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아이슬란드고 노르웨이고 피오르드라는 지형을 엄청 봤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이해가 가지 않는 순간들도 꽤 많았다. 정의되어 있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과의 괴리랄까.



전망대를 뜨기 전에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의 애마였던 쉐보레 올란도도 한장 찰칵. 생각보다 괜찮은 차였다고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하늘색이 은근히 예쁘다는 것도...;; 생각도 못해본 색이었는데 ㅎㅎ



굽이치는 이스트 피오르드의 도로.


제한속도는 그래도 90! 안개가 껴 있으면 달리기 애매하지만 ,이렇게 날씨가 맑아지니 드라이브 하는 맛이 났다. 이렇게 좋은날 멋진 풍경을 보면서 하는 운전은 아무리 해도 지루하지 않았다.



중간에 포인트는 아니었지만, 그냥 도로 옆 비포장 도로로 빠지는 길에 멋진 풍경이 있길래 들어와봤다. 보려고 했던 것은 바로 저 바다위에 홀로 서있는 커다란 바위. 정말 해변 앞에 있는 바위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크기로 봤을 때 독특한 풍경임에는 틀림 없었다.



도로 옆으로 잠깐 빠져서 들어온 비포장 도로의 풍경. 대충 이런 느낌.



그렇게 비포장 도로의 옆으로는 아까 위에서 내려다 본 이렇게 멋진 해안선과 풍경을 그대로 눈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풀이나 나무가 거의 없어서 좀 많이 황량해 보이기는 하지만.



비포장 도로 쪽에서 멀리 본 도로쪽을 달리는 차도 한장. 그 뒤로 펼쳐지는게 산인데, 바위도 아니고 흙과 자갈을 쌓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그렇게 풍경을 좀 구경하고 다시 도로로 돌아와서 드라이브. 그러고보니 오늘은 오전의 투어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드라이브만 하는 날인 것 같다. 황량한 풍경이라고는 하지만, 그 황량함이 계속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덕분에 계속 눈이 즐거웠다. 이스트 피오르드는 시간만 넉넉히 잡으면 꽤 재미있게 즐기면서 드라이브 할 수 있는 코스인 듯.



그렇게 달리다보니 또 눈 앞에 물안개가 가득 끼어 있는게 보였다.



이번에는 시야가 아까보다 훨씬 더 안나왔지만, 다행히도 안개 길은 30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아마 지형적 특성때문에 생긴 물안개리라고 상상만 해본다.



물안개가 사라지던 지점. 물론, 사진들은 다 보조석에 앉은 사람이 찍은 것이고 ㅎㅎ..



이스트 피오르드에 들어오면서 사람과 집을 보기 힘들었는데, 대충 네비게이션에 마을이라고 적힌 지점에 가까워지자 집 몇채가 눈에 보였다. 황량하던 풍경에 집이 보이니 또 다른 느낌.



잠깐 멈춰선 곳에 서있던 4x4 차량인 Suzuki의 Zimmy. 2인용 4륜을 원하면 뭐 쓸만한 차라고는 하지만, 의외로 강을 건넌다거나 할 때 아주 훌륭하지는 않다는 평이 있는 애매한 차.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저렴한 4륜이지만, 사람들이 가능하면 더 큰 4륜을 빌릴 것을 추천했다.



그렇게 지나온 물안개 한 컷. 물안개가 참 짙기도 하다.



그렇게 집들이 있는 마을로 들어섰더니 초록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집들 뒤로 보이는 바위산이 주는 뾰족함의 위엄은 덤.



그런데 이 마을에서부터 먼지가 엄청나게 나는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었다. 이게 아이슬란드의 메인 도로인 '1번 링도로'다. 가장 메인이 되는 도로가 비포장일 수 있다니!! 역시;;; 인구가 30만밖에 안되고 국토는 큰 나라라고는 하지만, 비포장은 좀;; 그래서 여기서 고민이 하나 생겼다. 이 1번 도로를 계속 따라서 피오르드를 감상하며 갈 것인가, 아니면 939번 도로를 타고 살짝 고원지대쪽으로 갈 것인가.


결국 5분 정도 고민한 뒤에 939번 도로를 타고 내륙으로 가기로 결정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시간도 단축하고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저쪽 1번 도로는 안 가봤지만, 대신 저 939번 도로로 감으로써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



가기전에 이스트 피오르드의 눈 쌓인 설산도 한장.



아마 이 마을 사람들이 기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양들도 한장.



그렇게 차를 몰고 939번 도로가 이어지는 고원지대 쪽으로 향했다. 역시 넘어갈때까지 계속 비포장이었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먼지가 좀 많이 일어나는 것 이외에 달리는 것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 올라오지 않았는데도, 또 황량했던 느낌이 초록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 와중에 작은 폭포도 있었고..



이렇게 피크닉 테이블도 ^^




한쪽에서는 야생화가 피어있고, 길에는 이끼로 가득했다. 가까이 가보려고 했는데, 발이 푹푹 빠지기 시작해서 더 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멀리서 사진만 몇장 찰칵찰칵.



그래도 양들은 이런 곳을 잘도 다니고 있었다. 하긴, 너희들은 현지의 양들이니..


그렇게 이어진 멋진 고원 지대의 풍경도 이 정도로 끝이나고, 그 다음에는 우리를 앞서가는 버스의 뒤를 따라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에길스타디르(EGILSSTAÐIR)까지 이동했다. 사실 뮈바튼(Myvatn)까지 한방에 가 볼까도 고민했지만, 중간에 데티포스와 셀포스도 봐야 했고.. 여기서 멈췄다 가면 일정을 조율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 멈추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앞으로 한참동안 마을이 없을 것 같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그래서 일단 캠핑장 마크를 따라서 바로 캠핑장으로 이동해 텐트를 쳤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캠핑카를 가지고서 여행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텐트로 여행했다. 텐트와 캠핑카 비율은 약 2:8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텐트를 치고 나니 저녁 먹기까지 1-2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쉴까 고민을 하다가, 일행 중 사진 한장에 나온 풍경이 보고싶다는 의견이 있어서 그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마을과 이어진 호수(실제로는 피오르드)의 남쪽에 위치한 집으로 지붕을 전통방식으로 풀로 뒤덮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건물이었다.



실제로는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건물 뒤쪽으로 펼쳐진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띁고 있떤 말들. 뒤쪽에는 '백마'도 있었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건물. 눈으로 볼 때는 왠지 센스있는 건물 같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그닥;;



요건 호수를 끼고 있는 풍경과 빨간+노란 집이 너무 맘에 들어서 한장. 차들이 여럿 주차되있는 걸로 봐서는 레스토랑일수도.



호수 옆으로는 이렇게 도로가 잘 되어있어서 이 곳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면 가벼운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괜찮았다. 우리야 뭐 오늘 내내 드라이브를 했지만, 계속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차를 타는 건 또 다른 재미니까.



여기는 캠핑장의 화장실, 주방시설 등이 있던 곳. 우리는 캠핑장에 오기 전에 마트에 들려서 간단한 먹을거리들을 좀 사가지고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먹는게 남는거니까.



저녁식사도 하고, 다음날 아침 준비. 아침은 이번에는 햄과 토마토, 버터 등을 이용해서 샌드위치를 해 먹기로 했다. 나는 밥을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일행 중 한명이 '밥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한국사람 스럽지 않은 위장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슬란드 일정에서는 꽤 빵의 비중이 컸다. 나야 뭐.. 빵도 좋아하니까 별 문제는 없었지만. ㅋㅋ


어쨌든, 오늘 하루는 유빙투어, 그리고 멋진 피오르드 드라이브로 마무리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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