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07] 프린스 윌리암 사운드 최대 빙하로, 콜럼비아 빙하 크루즈(Columbia Glacier Cruise)


[알래스카 #07] 프린스 윌리암 사운드 최대 빙하로, 콜럼비아 빙하 크루즈(Columbia Glacier Cruise)


알라스카에서 바다 빙하를 보는 방법은 대부분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헬리콥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사실 발데즈(Valdez)에서 크루즈를 타고 가면 130불이면 되지만, 헬리콥터를 타고 가려면 450불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헬리콥터도 그정도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배에서는 이렇게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장단이 있다.




발데즈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오늘의 투어가 시작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항구쪽과 베스트웨스턴 호텔 앞으로 주차공간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주차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 투어버스로 오는 듯 해서, 주차공간이 더 널널한 듯 했다. 톰슨패스를 넘는 시점 정도에서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는데, 주차를 하고 나니 보슬비 수준으로 계속 내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폭우 수준으로 쏟아지지는 않았다는 것.



오늘은 스탠 스테픈스 크루즈(Stan Stephens Cruises)사의 투어로, 9시간이 걸리는 메어스 빙하(Mears Glacier)와 최대 규모의 콜럼비아 빙하(Columbia Glacier)중 콜럼비아 빙하로 가는 투어를 선택했다. 메어스 빙하로 향하는 크루즈가 더 많은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거대한 규모의 콜럼비아 빙하가 더 보고 싶었다. 특히,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더 높다는 데에도 끌렸다.



스탠 스테픈스 크루즈의 사무소. 이곳에서 체크인을 하면 된다.



사무실 풍경. 


오늘 날씨가 안좋아서 빙하를 보는것이나 동물들의 출현에 지장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니, 날씨가 흐리면 쨍한 사진은 못얻더라도 대신 더 파란 빙하와 유빙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므로 장단이 있다고 했다. 야생동물이야 그날의 운에 달린거지, 날씨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듣기 좋으라고 한 이야기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확실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투어가 출발하기 딱 30분 전에 도착했던 관계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람들과 함께 크루즈 탑승하는 곳으로 갔다. 내가 탑승할 떄만 하더라도 딱 요정도의 사람이 전부였는데, 크루즈가 출발할 시간이 10분 조금 더 남았을 때 꽤 큰 규모의 그룹이 배에 탑승했다. 그것도 한국 사람들 투어그룹이었다. 주로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로 구성된 투어였는데, 한국에서 온 일부 분들과 대부분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등과 같이 미주 본토쪽에서 온 분들이었다. 나는 혼자 일찍 왔었던 관계로, 위층의 나름 좋은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그 자리에 앉아서 쉬고 싶어하는 아주머니들 덕분에 나름 이런저런 사랑(주로 먹거리-_-a)을 받으며 투어를 할 수 있었다.



발데즈 항구의 풍경. 날씨가 흐리기는 했지만,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랄까.



크루즈 탑승권.



어쨌든 그렇게 배에 탑승했다. 단체 승객들이 탑승한건 지금 시점으로부터 약 15분 후 정도.



크루즈의 내부. 1-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아무래도 2층이 밖으로 나가서 빙하를 감상하기에는 더 좋은 구조였다. 여기서는 선장이 있는 조타실도 탑승객들이 들어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었다. 별도의 지정 좌석은 없으므로, 그냥 원하는 자리에 가서 앉으면 된다. 나는 일찍 탑승한 만큼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가 바깥으로 나가는 문 바로 옆 자리를 잡았다. 문을 열 때마다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조금 춥기는 했지만, 그래도 잠깐 안에있다가 뭔가 나오면 밖으로 바로 튀어나가기 좋은 자리였으니 만족스러웠다. 



크루즈가 떠나고 나서 본 발데즈쪽의 풍경. 흐린 날씨 덕분에 설산의 모습이 일부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출발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해달(Sea Otter)들을 만났다. 얼추 백여마리가 있는 듯 했는데, 이런 크루즈의 출현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당연히 탑승한 사람들에게는 꽤 멋진 볼거리여서인지,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해달들의 모습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크루즈가 해달들 근처로 다가가기는 했으나, 워낙 덩치가 작은 동물이다보니 왠만한 망원 렌즈론느 가까이 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땡겨서 크롭한게 겨우 이정도... 



이건 크롭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래도 가장 가까이 있었던 녀석의 단독샷. 천천히 지나가면서 해달들을 구경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이런 야생동물들이 나와줘서 투어의 시작이 꽤 즐거웠다.



크루즈 내의 풍경. 커피와 몇몇 음료들은 무료로 제공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 역시도 옆에 앉은 독일에서 온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날씨가 좋지 않아 멋진 풍경의 일부밖에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서로 이곳에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동질감을 공유했다. 뭐, 다시 볼거리가 나타날때마다 서로 얼굴보기 힘들 정도로 돌아다녔지만.



조타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분이 오늘의 선장님. 무언가 특별한 것이 나타날 때마다 이렇게 마이크를 통해서 선내에 방송을 했다.



비오는 날이지만, 해수면이 얕은 곳의 물색은 이렇게나 예뻤다.



특이하게 생긴 바위와 그 위에 자란 이끼들.



쌓인 눈이 한창 녹아내리는 시기이다보니 이렇게 폭포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1년 내내 흐르는 폭포는 이름이 있지만, 여름에만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폭포는 대부분 이름이 없다고 했다. 물론, 이 폭포는 이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두번째로 나타난 녀석들은 흰머리독수리였다.



안테나 위에 멋지게 앉아있는 두녀석은 미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미국 본토의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서 이 새를 처음 봤을 때에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알라스카에서는 너무 많이 봐서 무뎌질 정도까지 되었다. 그렇지만, 이날은 이 녀석들을 처음 만난거라 꽤 셔터를 많이 눌렀다.



투어에는 가벼운 식사(Light Meal)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가벼운 식사는 베이글과 크림치즈, 4개짜리 오레오, 그리고 클램 차우더였다. 아쉽게도 모자란 사람들에게 더 주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물론, 다른 음식들을 잔뜩 가져온 한국 아줌마들이 그걸 나눠주셔서 배부르게 먹었지만.), 가능하면 배 안에서 별도로 먹을 음식을 어느정도 챙겨오는 것이 좋을 듯 했다. 7시간이나 걸리는 크루즈이기 때문에, 배가 고프면 아무래도 투어가 그렇게 즐겁지많은 않을테니까. 딱히 사먹을 것도 변변찮고.



다음에 만난 녀석들은 부표(?)에 올라가서 쉬고 있는 바다사자(Sea Lion)들이었다. 잠자고 있던 녀석들이 배가 옆으로 지나가자 뭐가 흔들거리게 하나? 하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렇게 중간중간 야생동물들을 만나며 프린스 윌리암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를 항해하던 배는 콜럼비아 만(Columbia Bay)으로 접어들었다. 그와 함께 거대한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유빙들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전히 빙하에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러게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빙하들만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빙하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아주 푸른 빛을 진하게 띄는 유빙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흐린 날이어서 더 진하게 보이는 파란색이었다.



조타실에서 한 장 찍어본 배의 위치. 지금은 콜럼비아 만에서 콜럼비아 빙하를 향해서 항해중이다.




시리듯이 파란 유빙들. 딱히 보정을 한 것이 아니라 정말 두 눈으로 보는 색이 이랬다. 바로 뒤의 산의 색은 그대로인걸 보면, 흐린날의 이 유빙이 얼마나 진한 파란색을 띄고 있는지 대충 감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한참을 더 달리니 멀리 콜럼비아 빙하가 나왔다. 멀리서 보이는 거대한 규모와 그 앞의 수많은 유빙들은 확실히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등지에서 수많은 빙하들을 보기는 했지만 이 빙하는 그 중에서도 느낌이 많이 달랐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콜럼비아 빙하. 


사실은 줌을 당겼다.









이제는 진짜 점점 가까워지는 빙하의 모습.


크루즈는 약 1시간 정도 이 빙하 근처에서 머물렀는데, 가만히 있어도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서 배의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조금씩 이동하거나 아예 방향을 확 틀기도 했다. 이 콜럼비아 빙하에서 1시간을 머무르는 이유는 바로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1시간동안 작은 무너짐은 셀 수도 없을 정도였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큰 상황은 5-6번 정도 일어났던 것 같다. 아래는 빙하가 무너져 내릴 때 찍은 사진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너질 지 예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미가 느껴지면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자세를 잡고 있어야 했다. 다행히도 무너지기 시작한 초반보다는 약 2-3초 정도 지난 순간이 가장 화려했기 때문에 무너지는 위치만 잘 파악하면 디테일한 사진을 건지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다만 소리는 보이는 것보다 더 늦게 도착했으므로, 우르릉! 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 땐 이미 늦었었다.



거대한 빙하가 무너져 내릴 때에는 바다속으로 잠겼던 얼음이 다시 튀어오르는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흡사 혹등고래가 바다에서 점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처음에 설명했듯 이렇게 헬리콥터를 통해서 빙하를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 헬리콥터도 상대적으로 빙하 주변에서 꽤 오래 머물렀는데, 타이밍만 맞는다면 빙하가 무너져내리는 모습도 볼 수 있을 듯 했다. 발데즈에서 출발해서 콜럼비아 빙하까지 가는 이 빙하 헬리콥터는 VS Helicopter라는 회사로,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그리고 우리 말고도 다른 크루즈도 와 있는 듯 했다. 이 회사는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지만.



동글동글한 유빙.



그렇게 1시간 남짓 빙하와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을 구경하고 아쉽고 거대한 콜럼비아 빙하와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다시 돌아가는 길. 여전히 유빙이 한가득이다. 



그 와중에 크루즈의 직원은 바다에서 건져올린 유빙 중 하나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만져보고, 들어보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줬다. 장갑이나 끼고 하지, 빨갛게 변한 손이 애처로워 보였는데 정작 본인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하도 많은 폭포를 봐서인지, 나중에는 그냥 이렇게 물줄기들이 있으면 아 그런가보다 하는 수준까지 갔다. 그만큼 흔했다.



그렇게 폭포에 식상해 하고 있는데, 누군가 외쳤다. 바다표범(Harbor Seal)!!!!



오호라. 귀여운 점박이 바다표범이로구나. 딱 2마리밖에 없어서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 본 동물들 리스트에 한가지 종류를 더 추가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 다음에 등장한 건, 오르카(Orca). 범고래(Killer Whale)이라고도 한다. 꽤 빠르게 크루즈 주변을 헤엄치다가 사라졌고, 바깥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비가 꽤 오고 있었기 때문에 눈으로 본 것 만큼 멋진 사진은 담지 못햇다. 그래도 전신이 다 보이는 순간이 있기는 했는데 ㅠㅠ.. 아쉽.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구에 다 와 갈 때 쯤, 혹등고래(Humpback Whale)이 나타났다.


오늘 본 종류만 해도, 해달, 흰머리독수리, 바다사자, 범고래, 바다표범, 혹등고래 였으니 꽤 운이 좋은 편이었다. 선장도 오늘은 상당히 다양한 종이 나온 날로 꽤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꽤 자주 나온다던 퍼핀(Puffin)은 보지 못했다. 아이슬란드에서 2주 있는 동안에도 못봤는데, 알라스카에서 2주 넘게 있는 동안에도 또 퍼핀을 못봤다. 퍼핀은 나에게 상상속의 동물과도 같았다. ㅠㅠ



그렇게 오후 6시가 조금 되지 않은 시간에야 다시 발데즈 항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보통은 이런 시간이 되면 하루 일정을 끝마치지만,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더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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