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057] 크셰라그볼튼 하이킹, 그리고 뤼세 피요르드(Lysefjord)



[노르웨이 #057] 크셰라그볼튼 하이킹, 그리고 뤼세 피요르드(Lysefjord)


차량을 주차하고,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크셰라그볼튼 하이킹 정보는 친절하게 노르웨이어, 독일어 그리고 영어로 적혀있어서 누구나 쉽게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한 구간 별 고도변화와 루트까지 설명이 되어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단순하게 계속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따하는 루트이기 때문에 그리 편한 산행 코스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워서 포기해야 할 만큼의 그런 코스도 아닌 저질체력만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무난한 코스의 느낌.



코스 안내에는 왕복 5시간이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애완동물이 허용되고,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을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중간에 사진을 찍느라 꽤 많이 멈춘데다가, 특히 마지막에는 1시간 가까이 소비를 해서인지 왕복 6시간이 좀 안되는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5시간은 단순 왕복시간이 아닐까 싶었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시간을 좀 더 잡는게 좋을 듯 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었지만, 주차비는 있었다. 100 NOK. 약 18000원 가량. 그렇게 주차 티켓을 받고 나니,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주차티켓이 필요 없냐고 물었다. 벌써 하산을 해서 자기들은 떠나는데, 티켓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이야기. ㅠㅠ 5분만 일찍 우리에게 말을 걸어줬어도 이 티켓을 구입할 필요는 없었는데 아쉬웠다. 뭐, 그래도 정당하게 돈내고 주차한 거니까 아깝거나 하지는 않았다.



트레일의 시작 위치. 완만한 경사가 계속되는데, 멀리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정도면 아주 가뿐한 시작.



그래도 체력이 딸릴까봐 주먹밥 하나씩 먹고 시작했다. 성인남자 큰 주먹만한 주먹밥 6개가 오늘 둘이서 트래킹하면서 먹을 주 식사. 그리고 초콜렛과 간단한 과일도 챙겼다. 딱 적당한 정도의 양이긴 했는데, 돌아왔을 때 즈음에는 배가 고팠다. 그래도 차 안에 먹을거리들이 좀 있었으니 다행.



조금씩 가파라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뭐, 어렵지는 않은 수준.



눈 앞에 보이는 바위산을 그대로 계속 따라올라가야 하는데, 오른쪽에 보면 사람들이 다소 경사가 가파른 곳을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려운 건 아니고, 바위가 미끌거리지 않고 접지력이 좋은 스타일이라서, 말라있기만 하다면 별 문제가 없을 듯 했다. 다만, 비가와서 미끄러운 날에는 올라가기가 꽤 어려웠다는 후기도 많았는데, 적어도 우리는 미끌거려서 어렵지는 않았다.



경사가 있는 곳은 이렇게 옆에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잡고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은 힘을 준 곳은 쇠로 된 가이드가 휘어져 있기도 했고, 잡으면 뽑힐 것 같이 불안한 것도 있었지만 올라가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저건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도움이 된 듯 했다.



조금 올라가서 내려다 본 풍경. 왼쪽으로는 피요르드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지금 올라온 길이 내려다 보인다. 주차장도 보이고.



이 트레일의 단점은 그늘이 하나도 없다는 것.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그늘이라고는 나오지 않는 듯 했다. 다만 날씨가 아주 좋은 여름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도는 20도 전후 정도였는데, 역시 북유럽이다 싶었다. 한 여름에도 20도 중반 이상 올라가는 일도 드물다고 하니까, 여름 시즌 이외의 노르웨이는 꽤 춥겠다 싶었다. (사실 위도가 좀 더 높았던 아이슬란드는 6월말인데도 꽤 추웠으니까!)




고생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뜬 이렇게 계속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등산이 계속된다. 강한 햇빛이 계속해서 내리쬐는 것 외에는 그래도 그리 힘들지는 않은 정도. 올라가는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간도 많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올라갈 수 있을만큼이다. 남부 3대 트래킹 코스 중 2번째 난이도 정도니까.



첫번째 바위 언덕의 위에 올라온 사람들. 애완동물을 데리고 올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정말 애완동물과 함께 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 와중에도 배설물 같은 건 자신의 가방에 잘 챙겨서 가는 센스. 이렇게 알아서들 하니까 허용을 해 줄 수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반대편으로 펼쳐지던 노르웨이의 지형. 뾰족한 산이 아니라 둥글둥글한 산들이 계속 이어지는 풍경이 참 독특했다. 빙하가 만들어 낸 지형이라 그런지 확실히 느낌도 다른 편.



그렇게 평탄한 길이 조금 이어지다가..



다시 내려가는 길이 나타난다. 등산할 때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런 느낌? 그래도 올라온것에 비해서 많이 내려가지는 않고, 내려가면서 보이는 풍경이 또 꽤 예뻐서 내려갈 만 하다.



저 아래 멀리 작게 보이는 사람들.



그래도 경사가 좀 있는 편이니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가면 이렇게 반영이 보이는 작은 호수도 있다. 멀리 그늘진 곳에는 7월임에도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들이 꽤 보인다. 



아래의 분지같은 지형은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나무판을 깔아놓았는데, 옆 길들은 발을 잘못 디디면 푹푹 빠질 수 있는 그런 진흙길들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른쪽은 크셰라그로 향하는 길, 왼쪽은 우리가 왔던 길. 그 밑으로는 진흙으로 엉망진창인 바닥이 보인다.



그래도 그 사이로 이렇게 작은 시냇물도 흐르고, 앞으로는 둥글둥글한 언덕 느낌의 산이 있어서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확실히 노르웨이의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는 듯.



이번에는 자잘한 바위들 사이로 올라가는 코스. 그래도 이런 길이 올라가기에는 더 편하다.



크셰라그볼튼의 트래킹 코스를 알아보는 방법은, 바로 빨간색 T가 쓰여있는 바위를 찾는 것이다. 정확하게 이 T의 의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야 할 방향에는 항상 이 글자가 있었다. 이 곳 말고도 프레이케스톨렌이나 트롤퉁가를 트래킹할 때에도 이런 T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올라와서 살짝 뒤돌아보면 이런 느낌.



오르고, 또 오르고. 역시 트래킹은 열심히 오르고 올라야 제 맛. 대충 정오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복장이 더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오전보다는 훨씬 해도 강해지고 온도도 올라간 느낌.




두번째 언덕을 오르다 보면 이렇게 물이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엄청나게 투명했다.



그리고 그 물 위를 건너는 사람들. 이제 모두 반팔.



이쯤 올라오면 주변의 풍경이 더 눈에 잘 들어오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뤼세 피요르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곳이 바로 뤼세 피요르드의 시작 지점. 저 아래 보이는 마을에서 스타방게르 쪽으로 향하는 페리가 출발하는데, 원래 우리 일정이 이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시간상 좀 어긋나는 바람에 못타고.. 그냥 차로 이동을 했는데 타건 못타건 실제 이동하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페리는 6월쯤이나 되어야 다니기 시작하는데, 어차피 이곳으로 오는 도로도 5-6월이나 되어야 열린다는 사실.




그렇게 올라가면서도, 뒤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다보면 계속해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풍경이 계속 펼쳐지니, 어찌 그리하지 아니할 수 있을까?



헐벗는 커플..





이렇게 두번째 언덕을 다 오른 뒤에는 평탄한 길이 쭉 이어진다. 이제는 별다른 내리막도 없고, 오르막도 없는 아주 약한 경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제 목적지까지 가는데 필요한 건 시간 뿐이다. 걷고 또 걸어도 계속 같은 풍경이 펼쳐지기는 하지만..



7월에도 녹지 않고 자리를 잡고 있는 이런 눈들은 그나마 변화를 느끼게 만드는 볼거리였다.





아무래도 7월이 꽤 성수기다보니, 이 루트를 트래킹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만만찮게 많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 덕분에, 서로 인사를 하면서 지나가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긴 다 인사하면서 가기엔 너무 많긴 했으니.



그렇게 걷다보면 3가지 갈림길이 있는 표지판이 나온다. 하나는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는 뤼세 피요르드를 내려볼 수 있는 길, 그리고 또 하나는 이 트래킹 코스의 마지막인 크쉐라그볼튼을 향해 가는 길이다. 



작은 연못 옆에서 휴식을 취하는 커플. 서양사람들은 이렇게 태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물론 햇빛을 좋아하는 것이야 좋지만, 노후에 피부가 많이 쭈글쭈글해지는 걸 생각하면 또 그게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그렇게 트래킹 중간, 뤼세피요르드 포인트에서 내려다보는 피요르드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되어있지 않은데다가, 바로 아래로는 까마득한 절벽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렇게 안정적인 자세(^^)로 피요르드를 감상한다. 가끔 용기있는 친구는 끝에 서서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안전한 길을 택하는 편.



한쪽에 앉아서 간단한 식사를 하는 커플도 있고, 우리도 여기에 앉아서 두번째 주먹밥을 하나씩 먹었다. 주먹밥이 너무 커서 한개를 먹으면 꼭 밥 한끼를 먹는 기분이었다.



피요르드를 향해서 앉아있는 두 남자. 배경이 멋지니 분위기가 산다. 커플이었으면 더 멋졌을지도. 음 커플일수도 있겠네.



일반적인 사람들의 피요르드 관람 포즈.


뭐, 우리도 사실 별반 차이는 없었다. 딱히 높이에 공포를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저 절벽의 끝에 서서 호기있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한 것도 아니니까. ^^




바위에 걸터 앉아서 점심을 먹는 동안, 피요르드에 정신이 팔려서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죄다 비슷한 구도의 사진들인데, 그때는 아마 다 너무 다르다고 느꼈던 것 같으니까. 이제 여기서부터 조금만 더 걸어가면, 사람들이 신기해 마지 않는 크셰라그볼튼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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