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01 - 쿠바의 쿠바나 항공은 착륙하면 박수를 칩니다


멕시코의 칸쿤 국제공항에서 쿠바 아바나로 떠나는 비행기의 수속이 시작되었다.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이용했던 쿠바의 쿠바나 항공. 멕시카나의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날자에 US $300이나 했지만, 쿠바나는 $240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국에서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쿠바나 항공을 탈 수 있도록 연결편을 조절해 놨기 때문에, 4시간 정도의 환승시간을 가지고 쿠바나 항공을 기다릴 수 있었다.

쿠바나 항공의 데스크는 4개. 그러나 처리시간은 정말 엄청났다. 1시간은 기다린듯 싶을정도로 길었다. 왜 이렇게 지체되나 생각을 해 보니, 산더미만한 짐을 가지고 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 품목들은 다양했다. PDP TV라거나, 각종 생필품으로 가득찬 보따리들이 줄줄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쿠바 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들을 멕시코에서 구해가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쿠바에서 이렇게 외국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특권을 가진 그들이기는 하지만.

이전에 쿠바에 부모님이 있다는 친구가 해 준 말이 기억난다. 쿠바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을 해 주고 싶다면, 생필품을 선물해 주라고. 여자들이라면 스타킹과 같은 선물을 정말 좋아하고, 펜과 같은 것들이 구입할 수는 있지만 생각보다 귀하기 때문이라고. 어쨌든, 쿠바 국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산더미만한 가방들을 가득가득 들고 있었다.


1시간여를 기다려서 받은 보딩패스. 좌석은 19C이다. 비행기가 작기 때문에 19C라고 하더라도 꽤 뒷자리.


그리고, 이것이 바로 쿠바 '여행자 카드'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쿠바는 미국에서 여행을 금지한 나라이기 때문에, 쿠바 입국 도장이 여권에 찍혀있다면 미국 입국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기에 이 여행자카드에 도장을 찍어서 입국자를 관리하게 된다. 입국하면 중동국가 입국에 문제가 생기는 이스라엘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카드를 잃어버리면 쿠바 내에서 굉장히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출국시 뿐만 아니라, 까사 빠띠꿀라르(Casa Particular)라고 불리우는 숙소에서도 계속 확인을 하는 것이 바로 이 비자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알고있던 비용은 $15였지만, 실제로 청구한 비용은 $18.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칸쿤 국제 공항. 칸쿤은 미국 사람들의 가장 거대한 휴양지 중 한곳으로,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그런 공항이었다. 특히, 4월은 성수기의 마지막이기도 하고, Semana Santa(부활절)과 미국 학교의 Spring Break(봄방학)이 겹치는 기간이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어쨌든, 정신없는 입국심사를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들어갔다.

여느때와 같이 시간이 많이 남았을때는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칸쿤에서 이용했던 라운지는 Mexicana 항공의 라운지. 꽤 깔끔하고, 안마기도 있고, 먹을 것도 충분히 있어서 만족스러운 라운지였다. 그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뒤에, 게이트로 와서 쿠바나 항공의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쿠바로 떠나는 게이트 앞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놀고 있었다. 뭐 게임을 하는 아이, 서로 떠드는 아이, 장난치는 아이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물론, 한가족은 아닌듯, 몇몇 아이는 스페인어를 못했고, 그렇게 스페인어를 못하는 아이를 다른 아이들이 놀리는 등.. 처음 보는 사이이지만 잘 어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눈요기거리.

그나저나, 쿠바나 항공의 수속은 정말 느렸다. 표 하나하나 받는데 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한국 사람의 빨리빨리는 여기서도 나오나 보다. 하지만, 쿠바 사람들은 느긋한 듯, 함께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아아, 저 노래 왠지 익숙해.. 싶었지만, 딱히 기억나지는 않았다.



쿠바로 떠나는 날의 날씨는 정말 화창했다. 칸쿤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2시 35분. 비행거리는 1시간밖에 안되고 시차도 1시간밖에 안되기는 하지만, 제시간에 도착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었다. 저렇게 비행기에 올라타던 시간이 이미 2시 35분을 훌쩍 넘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칸쿤에서의 강렬한 태양 덕분에 바깥에서 기다리는 것이 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다.


쿠바의 웰컴 캔디. 여러가지 맛이 있기에 2개 정도를 집어서 먹어봤는데, 둘다 정말 맛이 없었다.-_-; 그냥 웰컴 캔디라는 것 만으로 만족을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퀄리티 ㅠㅠ.. 1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이기 때문에 기내식도 따로 나오지 않고, 간단한 음료와 과자정도만 제공이 된다.

 그러나, 쿠바나 항공의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꼭 먹을 것을 준비해서 타야 한다. 왜냐하면 이 비행기에는 상상하지 못할만큼의 엄청난 변수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3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해서, 시차를 감안 6시 쯤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하지만, 아바나 공항에 도착을 했는데, 비가 온다는 이유로 3시간 동안 비행기에 붙잡혀 있었던 사례도 있었고, 난데없는 비행기의 이상으로 비상착륙을 하는 바람에 밤 11시에 도착한 사례도 있었다. 물론, 이 사례들은 내가 2주간 쿠바에 머물면서 만난 사람들이 직접 겪은 사례다. 이렇게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도, 별다른 먹을 것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어쨌든, 유비무환이라고, 먹을 것을 준비하면 이런 딜레이에도 행복할 수 있다.


쿠바나 항공의 승무원들. 쿠바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적기들을 타면서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국적기들의 승무원은 정말로 이쁘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아예 좌석의 모양조차 다른 쿠바나의 항공기. 그래도 내가 탄 항공기는 꽤나 최신 기종이어서 별 문제없이 잘 운항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문제있는 항공기를 탈 경우에는 안전벨트가 끊어져있는 경우부터, 등받이가 고정되지 않는 등 아주 다양한 경우를 스펙타클하게 겪을 수 있다고 한다. 뭐, 일단 내가 탄 비행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비행은 시작되었다. 쿠바나 항공의 직원들도 친절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도 재미있었고.. 꽤나 흥미로운 비행이었다.

그나저나, "비행기 처음 타는 사람에 대한 유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중에 착륙시에 박수를 치라는 내용이 있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쿠바나 항공의 착륙시에는 정말로 박수를 친다. 랜딩을 하는 순간에 사람들이 환호를 하면서 박수를 치기 때문에 카메라를 켜지 못해서 그 모습을 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박수 문화(?)는 기존의 쿠바나 항공이 사고가 굉장히 많았던 관계로, 안전하게 착륙했다는 것에 대한 환희의 의미로 박수를 치는 것이라고 했다.

어쨌든, 도착부터 흥미로운 나라이다. 물론, 나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쿠바 아바나 공항에 도착. 이제 간단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면, 그토록 가고 싶었던 쿠바에서의 여행이 시작된다.

Hola! 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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