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고 아름다운 시가 있는 마을과 정지용 시인 생가..


기대하고 기대하던 맛있는 생선국수로 점심식사를 한 후 버스는 옥천읍에 있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에 도착했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는 옥천읍 상계리/하계리와 멋진 신세계는 충북 팸투어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이었다. 날씨만 좀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던 곳인데.. 정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릴적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참 좋아하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는 1974년에 허물어지고, 이곳에 들어서 있는 것은 새집이라고 한다. 정지인 시인이 태어났던 그 생가가 아니라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생가에서 그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새로 들어선 집이라고는 하지만, 곳곳에서 옛날의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고추와 옥수수하며, 아궁이로 불을 지피는 부엌, 방안의 사진과 여러가지 물건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집에서 정지용 시인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의 직접적인 생가는 아닐지라도.



정지용 시인의 생가 옆에는 정지용 문학관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생가를 방문함과 동시에 정지용 시인의 문학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와 관련된 문학관에서 어린시절 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던 시와 관련된 '향수'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문학관 입구 옆 의자에 앉아있던 정지용 시인의 밀랍인형. 인형의 얼굴보다 뒤의 사진이 훨씬 젊어보인다.





문학관에는 정지용 시인의 역사 뿐만 아니라 그의 저서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저 시집을 직접 펼쳐서 읽어보고 싶지만, 잘 보존해야 될 물건이기에 그럴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문학관의 화장실로 가는 벽 옆에는 이렇게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젊은 정지용 시인과 해학적인 느낌의 다른 그림들이 굉장히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정지용 시인이 향수에서 느꼈던 그 곳이 지금은 이렇게 작은 실개천으로 변해 있다. 그가 그리던 그 풍경이 아닐지라고 하더라도, 이곳은 잔잔한 아름다운 시가 있는 마을로 변했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 뿐만 아니라 마을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매력. 이것이 관광지로써 개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정지용 생가 맞은편에 있던 구읍식당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 갑판우'


향수 치킨호프..

'흑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를 휘적시던 곳.. - 향수'


명광 정육점..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향수'


에덴 종합마트.. 시가 있는 상회


사랑 노래 연습장..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 그의 반'


구읍 우편취급국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님설거리나니... - 오월소식'


일월 행운 마트..

'해ㅅ살 피여 이윽한 후, 머흘 머흘 골을 옮기는 구름 - 조찬'


갈릴레아 미용실, 바다 이용원..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없이 설레는 파도는.. - 갈릴레아 바다'


구읍 할인 상점..

'꿈엔들 잊힐리야 - 향수'


정지뜰 식당.

'불 피어오르듯하는 술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 저녁해ㅅ살'


앵도 미용실..

'앵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샛동무 - 딸레'


문정식당..

'춘椿나무 꽃 피뱉은 듯 붉게타고 더딘 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간다 - 홍춘'


정지용 생가의 구경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마을 전체에서 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교과서에서 보던 시들을 실제로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마을. 정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어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시라는 것이 언어를 초월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까지 감동을 주지 못한다 하여도, 한국 사람에게는 큰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아직까지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꼭 한번 가보라고 말하고 싶은 곳. 그곳은 정말 잔잔하고 아름다운 시가 있는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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