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 마호가니 해먹과 파하이오키 전망대 [미국 렌터카 여행 #88]


로얄팜에서는 맑기만 하던 날씨가, 다음목적지로 가려고 하자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다. 로얄팜에 있으면서 멀리 먹구름이 있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30분도 채 안된 시간에 이렇게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렇게 계속 도로를 따라 국립공원 서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거의 폭우 수준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 썬루프의 유리를 통해 사진 한 장. 비오는 날 달리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지만, 썬루프를 열고 비오는 풍경을 즐기는 것은 그래도 꽤 낭만적이다. 아, 물론 그 순간만 ㅋㅋ



폭우가 쏟아지다가 잠시 빗방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파란 구름은 이미 지나가버린 하늘이고, 뒤로는 여전히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창문에서 흘러내리는 빗방울.




그렇게 새들이 새끼들을 기른다는 포인트로 갔지만, 다시 쏟아진 비로 인해 새끼는 커녕 그냥 새들도 관찰할 수 없었다. 아마 다들 비를피해 나무아래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그래도 새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는데, 갑자기 날씨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원래 오늘 일정은 국립공원의 끝인 플라밍고(Flamingo)까지 다녀오는 것이었지만, 이런 날씨로는 가봤자 볼거리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중간의 포인트 2곳 정도만 들렸다 가기로 했다.



그렇게 차 방향을 돌려 이미 지나쳤던 마호가니 해먹 트레일 주차장으로 도착했다. 도착한 뒤에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계속 비가 내렸던 관계로  그냥 차 안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여행이 50일이 다 되어가는데 차 안에서 밥을 먹은건 이 날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밥통을 열고 간단한 마른반찬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나니 다행이 엄청나게 쏟아지던 비가 멈췄지만, 다시 언제라도 비가 쏟아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날씨는 계속되었다.



비가 그친것을 느낀 것이 우리 뿐만은 아니었던 듯, 마호가니 해먹 트레일을 걷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조금은 밝아진 하늘.



마호가니 해먹은 다양한 식물군을 볼 수 있는 트레일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마호가니 나무(Mahogany) 뿐만 아니라, 굼보-림보(Gumbo-Limbo), 그리고 그런 나무들과 얽혀서 자라는 다양한 착생식물(epiphyte)들을 볼 수 있었다. 보다보면 다 그것이 그것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빽빽한 우림속을 걷는 그 기분이 가히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만, 마호가니 트레일의 가장 큰 단점이 있으니, 바로 벌레였다. 그냥 귀찮게만 하는 벌레였으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모기도 아닌 것이 자꾸 피부를 깨물어서 사진을 찍기 힘들게 만들었다. 따끔거리기까지 하니 한 자리에서 계속 머무르는 것이 힘들어서 계속 이동을 해야만 했다. 여러 식물들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벌레 덕분에 발걸음이 자꾸 빨라졌다.



그래도 트레일이 잘 되어있어 둘러보는 것 자체는 꽤 재미있었다. 다행히 트레일의 모든 구간에 벌레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그 공격이 다소 누그러질 때가 있었는데 그런 곳에서는 사진을 좀 더 찍을 수 있었다. 마호가니 트레일은 트레일을 한바퀴 도는데 약 800m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20~3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꽤 쉬운 트레일에 속했다.





걷는 도중에는 다양한 양치식물, 이끼 등 우림속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바로 비가 온 직후여서 그런지 더 촉촉함이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사진에 담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마호가니 해먹을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정말 주차장으로 오기 전까지 벌레들의 공격은 끊이지 않았다. 국립공원에 오기 전에는 모기들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많았는데, 모기는 거의 못봤고 다른 벌레들에게 더 많이 시달렸다. 오히려 모기는 거의 없었는데, 비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마호가니 해먹을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시간은 오후 2-3시 사이였는데, 풍경만으로 보면 조만간 해가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이동하는 와중에도 비가 조금씩 오다가 그치는 등 오락가락하기는 했지만, 아까처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다음 트레일은 파-하이-오키 트레일(Pa-hay-okee Trail). 이 곳에서도 에버글레이즈의 다양한 우림을 볼 수 있는데, 실질적인 목적지는 길의 끝에 있는 파-하이-오키 전망대. 전망대는 그 높이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전망대에서 습지가 그대로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다.



마호가니 해먹과 같이 보드워크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그 옆으로 펼쳐지는 식생은 확실히 달랐다. 거리 자체는 그리 많이 떨어져 있지 않음을 감안하면, 확실히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은 다양함이 살아 있는 곳이다.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걷는 도중에 본 매그놀리아. 영화제목으로 더 기억에 남아있는 꽃.



그렇게 이어지는 트레일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그 끝은 전망대와 연결되었다. 사실 꽤 오래 걸어온 것 같지만 주차장에서는 200여미터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보드워크 옆으로는 소나무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종이지만.



트레일 옆으로는 이런 벌들도 볼 수 잇었따. 벌이 아닌가?



습지임을 알 수 있는 풍경. 지금은 우기라 이렇게 어딜가나 물이 차 있지만, 건기에 오면 그대로 말라버린 풍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이어지는 보드워크를 걸어가는 사람들. 습지이기 때문에 보드워크가 없으면 사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내에 둘러볼 수 있는 지역은 확실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망대에서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역사와 관련된 안내판과 함께 쭉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앞은 풀의 강(River of Grass)이라는 별칭이 있는 습지대다.




전망대에서 다시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드워크를 따라서 살짝 돌아가는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이 보드워크를 따라 습지 위를 걸으며 어느정도 습지대의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보드워크에서 본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풍경.



물 안에서 살고 있던 물고기. 생각보다 크기가 컸다. 



그렇게 트레일을 걷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주차장에는 우리 차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여태껏 외국에서 렌트를 하면서 받았던 차 중 2번째로 비싼 차였던 벤츠 GLK350. 그러고보니 미국 렌터카 여행 중 빌린차들이 1,2위 였다. 어쨌든 날씨가 살짝 맑아지는 듯 싶었지만, 그 뒤로 더 진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우리는 아쉽지만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의 일정을 여기서 접기로 했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세계 자연유산 중 한 곳.



어쨌든 전망대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마이애미로 향했다. 국립공원에서 숙소가 있던 마이애미 사우스비치까지는 약 1시간 반 거리. 사우스비치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나니 벌써 6시가 훌쩍 넘은 시간. 짐을 가지고 호텔에 체크인 한 뒤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사우스비치에서 묵었던 숙소는 호텔 빅토르. 리뷰는 아래에.


호텔 빅토르(Hotel Victor) - http://www.kimchi39.com/entry/Hotel-V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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