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즈의 화려한 밤을 만나다 [미국 자동차 여행 #71]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나니 어느덧 컴컴한 밤이 찾아왔다. 뉴올리언즈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뉴올리언즈에 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바로 이 시간대를 이야기한다. 버번스트리트의 화려한 밤풍경은 뉴올리언즈를 환락의 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길에서 술병을 들고다니고, 흑인들의 비중이 높은 뉴올리언즈가 위험하지 않냐고 말하지만.. 버번스트리트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 만에 하나 있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블록마다 경찰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묵었던 숙소에서 버번스트리트까지는 5분정도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다. 우리가 뉴올리언즈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버번스트리트의 시끄러운 풍경보다는 길에서, 그리고 바에서 울려퍼지는 재즈 공연이었지만, 어차피 그 바가 있는 프랜치맨스트리트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번스트리트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그 모습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우리가 걸어간 5분 거리는 트램으로 딱 1정거장 거리.

원한다면 이 트램을 타고 가도 되는데, 뉴올리언즈의 트램은 정말 클래식한 느낌을 제대로 내고 있었다. 꼭 어디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타보면 좋은 명물.


그렇게 걸어서 버번스트리트에 들어서자마자 드럼을 가져다 놓고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왔을 때는 준비중이었는데, 이내 드럼을 치기 시작해서 거리의 입구는 드럼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구에 위치한 NOPD(뉴올리언즈 폴리스 디파트먼트). 이렇게 거리의 입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블록마다 서있는 경찰들이 있고, 또 말을 탄 경찰들이 돌아다니기까지 하니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확실히 안전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 걸까, 술 취해서 비틀비틀 거리는 사람의 숫자는 많을지언정, 다른 이들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베란다에 올라가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스페인의 건축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까, 이렇게 베란다가 있는 건물들이 대다수였다. 이 건물 위에서 마디그라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신체의 일부'를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목걸이를 던져주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버번 스트리트는 음식점들과 바, 클럽 그리고 기념품상점들이 늘어서있는 거리로 뉴올리언즈의 역사지구인 프랜치쿼터 내에 속해있다. 낮의 분위기는 조용한 역사도시의 일부지만, 밤의 풍경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북적대는 활기넘치는 거리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가로등에 서 있는 사람. 왠지 분위기 있어 보였다. 한밤중의 선그라스는 옵션.


길가의 핫도그 가게. 의외로 비싼 핫도그..;;




유난히 버번 스트리트에는 붉은색 조명이 많았고, 이렇게 맥주 등을 들고서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모습은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더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다들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가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으면 그 앞에서 장난을 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위협적인 사람은 없었다.


길거리에서 판매하고 있던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들.


버번 스트리에서는 걷다가 이렇게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곳은 버번 스트리트에서 유일하게 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조명이 화려한 버번 스트리트의 풍경. 버번스트리트를 따라서는 차량 통행이 불가능했지만, 버번스트리트를 가로지르는 방향으로는 꽤 많은 차량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에 차량들은 힘겹게 지나가기는 했지만.



버번 스트리트. 불어로 Rue Bourbon이라고 쓰여있다.



조금 더 모던한 곡을 연주하던 클럽.



뉴올리언즈의 명물인 베녜를 맛볼 수 있는 명소, 카페 드 몬드.



낮에는 미술품들을 파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잭슨스퀘어도 저녁에는 타로점을 보는 사람들과 신기한 공연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뭐랄까, 타로점과 이런 공연들은 뉴올리언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꽤 잘 어울렸다.



이렇게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바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던 모습.


이 곳에도 한국처럼, '예수천국 불신지옥' 이 있었다. 이거, 한국의 전매특허라고 생각했는데..;;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도 가능하니, 이렇게 앉아서 맥주 테이크아웃 광고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블록마다 있는 경찰 이외에도 이렇게 말을 타고다니는 경찰이 있었는데, 안전을 위한 업무 이외에도 뉴올리언즈의 명물인 듯.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었다. 미국은 경찰의 힘이 대단하기 때문에 감히 경찰에게 대드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이 분들 덕분에 어쩌면 다소 위험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거리가 참 안전했다. 다만, 이 거리를 벗어나면 조금은 걱정하게 되긴 하지만.



늦은시간. 길거리에서 잠든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또 그 옆에서 장난을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뭐랄까, 너무 도를 넘어선 행동만 아니라면 모두 용인되는 분위기?

그렇게 걷다보니 환락가스러운 분위기였던 버번스트리트가 끝이났다. 우리도 뉴올리언즈의 재즈를 만나기위해서, 재즈의 거리라 불리는 프렌치맨스트리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번 스트리트에서 프렌치맨스트리트까지는 조금 어두운 길을 지나가야 하긴 했지만, 그 거리에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프랜치맨 스트리트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바와 클럽, 그리고 술을 파는 곳과 이상한 상점들이 가득했던 버번스트리트와는 달리, 이 곳은 조용한 분위기에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같은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느낌이랄까?


프렌치맨스트리트에는 유명한 바들이 여러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d.b.a. 입장료가 있는 바 중 하나였는데 꽤 수준급의 재즈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입장료라고는 하지만 별로 부담없는 금액인데다가, 들어가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금액이라 느껴지지는 않았다.




프렌치맨스트리트의 또 다른 인기 바 중 하나인 더 스폿티드 캣. 이 곳도 역시 저녁이면 매일 다른 그룹의 재즈 연주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푸른빛이 섞인 조명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프렌치맨 스트리트의 바들은 입장료가 있거나, 아니면 맥주 한병 정도를 사는 것 만으로도 오케이였다. 연주에 대한 금액은 별도의 팁을 주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리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멋진 재즈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아마 드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곳이 뉴올리언즈라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고.


뭐, 그냥 무난하게 마셨던 밀러 하이라이프.





맥주 한병을 마시는 동안 2곡 정도가 이어졌던 것 같다. 재즈의 선율에 맞춰서 춤을 추는 사람도 있고, 다들 즐겁게 즐기는 분위기. 그냥 편하면서도 가볍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시간상 한 곡의 길이가 짧지만은 않았지만, 푹 빠져 듣다보면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한 곡이 끝날때마다 팁 박스에는 사람들의 팁을 넣는 손길이 이어졌다.



바에서 맥주 2병 정도를 마시며 음악에 심취해 있다가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시간이 다가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프렌치맨스트리트로 나왔다. 그 기에서 올 때만 해도 보지 못했던 길거리 밴드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우리의 발길을 잡는 그들의 모습. 또 한번 그 자리에 멈춰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곡의 구분이 없이 그야말로 프리스타일로 끝없는 연주가 이어졌다. 이것이, 재즈..!?






바에서는 조용하고 편한 분위기였다면, 길거리는 그야말로 신나는 분위기였다. 잠깐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하고, 연주자들도 흥에 따라서 음악의 느낌이 계속 바뀌어서 한번도 음악이 멈추지 않았지만 여러곡을 듣는 느낌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그 분위기에 젖어드는 순간 만큼은, 이래서 여행을 다니는구나.. 하는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 미국 여행 중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 중 하나.



이곳에도 길에 사람이 많아지니 말을 탄 경찰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말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구경을 하는 것을 보면, 치안 유지와 함께 하나의 관광 아이템으로써도 경찰들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만, 저 분들은 늦은 시간에도 나와서 수고를 하고 계시는 거지만.. 덕분에 이렇게 편하게 다닐 수 있으니 ^^


첫번째 밴드의 연주가 30분정도 지속되고 나서야 음악이 끝났는데, 그 새를 놓치지 않고 맞은편에서 또 다른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이건, 뭐..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곳곳에서 음악으로 우리를 붙잡아두는 상황? 그래도 그게 또 싫지만은 않았다. 우리가 좋아서 있는거니까.





단돈 팁 몇불 정도에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음악. 그것도 현장감 가득한 라이브 음악은 정말 최고였다. 이 곳이 뉴올리언즈이기에 만들어 질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순간이었기 때문에 더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결국 첫날밤이 아니라 다음날 밤도 그 분위기를 잊지 못해서 다시 프렌치맨스트리트를 찾았다. 뉴올리언즈를 떠올릴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고,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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