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레건 중부에 있는 작은 마을인 TERREBONNE에는 TERREBONNE DEPOT이라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보통 Bend를 거쳐서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Crater Lake National Park)을 가는 사람들이 지나가게 되는 작은 마을이죠. 이곳에서 주유를 하면서 식사를 할 겸 해서 들렸던 식당이었습니다. 포틀랜드에서 Bend로 가는 길의 레스토랑을 검색했다가 옐프닷컴(http://www.yelp.com)에서도 별4개반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던 이 레스토랑을 찾았고, 그래서 방문하게 되었었습니다.
30도가 넘어갈 정도로 더운 날씨였지만, 건조했던지라 그늘은 꽤 시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가 있는 테라스쪽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쉽게도 3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없어서 저희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하는 웰빙요리로 유명하다는 평이 대다수였는데, 햄버거임에도 불구하고 오레건 주 내의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곳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3명이었기 때문에 오레건 팜 버거(Oregon Farm Burger)와 스테이크, 그리고 에피타이저를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에피타이저를 먹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서버의 강력 추천으로 Pork Belly Lettuce Wrap을 시켰습니다. 번역하자면, 삼겹살 상추쌈 정도가 되겠네요. 왠지 익숙한 이름이었는데, 나중에 이 요리의 정체(?)를 알게 되었답니다.
일단 저는 버거를 시켰기 때문에 콜라도 한잔 시켰습니다. 평소에 탄산을 잘 안먹는 편이지만, 피자나 햄버거를 먹을 때에는 이상하게 콜라를 같이 먹게 되더라구요. ^^
에피타이저로 시킨 오르가닉 믹스드 그린 샐러드. 그린샐러드라고 하면 보통 녹색 풀들(^^)을 모아놓고, 발사믹 소스를 모아놓은 것을 상상하게 되는데.. 여기는 다양한 샐러드와 함께 고르곤졸라치즈, 사과도 들어가 있네요. 의외로 상큼하면서도 괜찮은 샐러드였습니다. 채소들도 입에서 느껴지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었습니다. 왜 인기있는 곳인지 알만하더군요.
두번째는 에피타이저로 시켰던 삼겹살 상추쌈입니다. 제가 의역을 한 번역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왠지 익숙한 느낌을 주는 메뉴였습니다. 한국의 상추와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종류(Butter Leaf Lettuce)를 이용하고 있고, 잘 구워진 삼겹살이 눈에 띕니다. 상추쌈(Lettuce Wrap)이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재료들을 넣고 싸 먹습니다.
상추를 밑에 깔고 오이, 땅콩, 파프리카, 고수를 얹은 다음에 그 위에 삼겹살을 얻고 라임을 뿌린 뒤에, 이 곳 Terrebonne Depot의 소스를 얹고 싸먹으면 됩니다. 딱 보더라도, 한국의 보삼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요?
그래서, 서버에게 이 음식이 한국의 음식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 드는거 아느냐고 물은 뒤에 이 음식의 아이디어를 얻은 곳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부부는 암벽등반을 취미로 하면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그 중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자 오너분께서 한국에서 3년정도 영어교사를 하면서 한국의 보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어쩐지, 형태와 재료는 다소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더라구요. 어쨌든, 한국의 음식을 미국방식으로 바꿔서 훌륭한 모습으로 바꿔낸 것에 대해서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건... 이거 정말 맛있었어요. ㅠㅠ..
요 햄버거는 제가 시켰던 오레건 팜 버거(Oregon Farm Burger)입니다. 사실, 이걸 시킬까 말까.. 하고 고민할 때 서버가 우리 레스토랑의 하이라이트라고 강조했기 때문에 시켜봤었습니다. 야채에서부터 레스토랑의 모든 것이 함축된 버전이라고 했었거든요^^; 알고보니 두꺼운 쇠고기 패티에, 아까 삼겹살 상추쌈에 들어갔던 돼지고기, 그리고 그 위에 계란이 올라간.. 말 그대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모두 포함된 햄버거였습니다.
거기다가 야채들을 얹고 소스를 뿌려서 먹는 햄버거의 맛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3가지 고기를 이렇게 섞어도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은 여기서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 재료의 신선함과 맛있는 빵도 그 하나의 비결이겠지만, 어쨌든 햄버거를 먹으면서 감동했던 몇 안되는 순간이었습니다. ㅠㅠ.. 이 레스토랑에 가시게 되면 이 버거 꼭 드셔보시라고 강추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테이크. 요건 제가 시킨 메뉴는 아니었는데, 1조각 정도만 얻어먹었었습니다. 미디엄레어로 구운 고기의 굽기도 괜찮았고, 입에서 살살 녹아들어가는 좋은 고기를 쓴 것 같았습니다. 미국에서 워낙 쇠고기 스테이크를 여러번 먹다보니, 이제 스테이크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미각이 발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테이크의 맛도 훌륭했지만, 그래도 여기선 일단 버거를 맛보는게 좋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후식으로는 3명이서 크렘블레를 하나 시켜먹었습니다. 딱딱한 겉도 그렇지만, 안쪽의 달콤한 푸딩도 정말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후식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은근히 음식 이곳저곳에 호두를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
사실, Terrebonne라는 곳이 크레이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는 하지만, 쉽게 들릴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꼭 가보시라고 추천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미국을 렌터카로 여행하면서 이곳을 지나갈 일이 있다면, 한국의 보쌈을 모티브로 한 상추쌈도 먹어보고.. 이곳의 자랑인 오레건 팜 버거도 한번 드셔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서, 그 기대만큼 만족하는 것은.. 정말 여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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