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40 - 영하 35도의 극한에서 탔던 개썰매, 온 얼굴이 얼다


개썰매를 타러 가는 날.

출발하기 직전에 온도계를 보니 영하 35도다. 이건 뭐.. 처칠에 있을 때를 통틀어서 가장 낮은 온도인 듯 싶다. 개썰매를 타게 되면 계속해서 달리게 될텐데 과연 이 온도에서 견딜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되기 시작한다. 에라 모르겠다. 타러 가기로 한거니까 가야겠지 하면서, 제니퍼와 제랄드가 건네주는 자켓과 장갑 등을 꼼꼼히 챙겼다. 일단 패딩자켓만 2개를 입었다.;;


집앞에서. 이녀석 우수에 찬 눈매가 너무 멋있다.



개썰매를 타는 곳까지는 제랄드의 차를 타고서 이동했다. 처칠 마을에서 약 15분정도 떨어진곳에 개썰매를 탈 수 있는 루트와 그들의 별장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모든 개썰매 액티비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블루스카이 숙소에 있는 개들이 전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오니까 꽤나 많은 녀석들이 있었다.


개썰매를 위해서 여기서 살고 있다는 녀석들은 저 작은 집안에서 이 추운 날씨를 견뎌야 한다. 추위에 익숙해진 녀석들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랄드와 제니퍼는 매일매일 이곳에 와서 이 녀석들의 뒤치닥거리를 한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개들은 총 20마리가 넘었는데, 개썰매는 그날그날 개들의 컨디션을 봐서 컨디션이 좋은 녀석을 데리고 간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개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이 적힌 개집을 가지고 있었다. ^^


영하 30도에 소변을 누면 바로 얼어버린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개집 옆에는 소변이 바로 얼어붙어있다.;;



다같이 짧은 목줄을 달고 있는 처지이긴 했지만, 개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다양했다. 이렇게 멋진 포즈로 집 위에 올라가서 따뜻한 햇빛을 즐기고 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오후의 나른함에 한껏 기지개를 펴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물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보는 녀석도 빼놓으면 섭섭하겠지. 이녀석은 사람들을 좋아하는 듯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자 꼬리를 치면서 너무 반가워했다. ^^


영하 35도의 기운이 얼마나 추운것인지를 보여주듯이, 수염이 그대로 얼어붙은 녀석.




벅이라는 이름의 이 개는 오드아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멀리서 볼 때부터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오드아이 덕분이었을까,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왠지 멋있게 생긴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모습도 다르고, 표정도 다른 썰매개들이 오늘도 달리기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방을 보니 문득 왠만해서는 얼지 않는 가그린도 얼어있었다. 영하 35도의 위력.


개썰매를 타는 동안에 제랄드가 운전을 하고, 제니퍼가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제니퍼는 이 스노우모빌을 이용해서 먼저 앞으로 달려간 뒤에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어줬다.


개썰매는 그날그날 개의 상태를 봐서 선택을 하는데, 선택이 된 녀석은 이렇게 개썰매를 끌기 위한 장비를 입는다.



썰매를 끌기위한 모든 개들이 선택되면 썰매는 달릴 준비를 한다. 개썰매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한번에 여러마리의 개들이 끌기도 하고, 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꽤 속도가 빠르다. 물론, 열심히 달려주는 개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짜릿한 레포츠임에는 틀림 없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온 얼굴이 굳어오는 영하 35도였다는 것만 제외하면.

처칠에서는 매년 개썰매를 가지고 경주를 벌이는 허드슨 퀘스트를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는데, 이 지역의 개썰매 사랑을 볼 수 있는 단편이기도 하다. 허드슨 퀘스트가 열리는 날에는 캐나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양한 지역의 개썰매꾼(Musher)들이 이곳에 모여 경주를 한다. 물론, 경주라고는 하지만 순위에 집착하기보다는 함께 협동을 해서 목적지까지 가는데 의의가 있다.


그렇게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사진을 보니 오늘 썰매를 끌어줄 멤버중에는 오드아이였던 벅도 있었다.




처칠에는 블루스카이 뿐만 아니라 다른곳들도 개썰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썰매 트랙이 만들어져 있어서 그곳을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직선코스가 아니라 다양한 커브들도 나오기 때문에 새로운 지형을 따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이렇게 얼굴을 완전 내놓고 달리는지라 나중에는 얼굴이 얼얼해질 정도였다. 못견디겠어서 나중에 마스크를 썼지만, 마스크도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렸었다. 정말 추위의 힘은 대단한 듯 싶었는데, 제랄드는 익숙해져서인지 그렇게 추워하지 않았다. ㅡ.ㅡ; 나는 그 와중에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를 꺼내서 찍다가 손가락이 거의 움직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는데..




원래는 1시간 정도의 개썰매 코스이지만, 제랄드와 제니퍼가 오늘 기분을 더 내보자며 트랙을 넘어서서 호수가 있는 곳까지 데리고 갔다. 평소에는 이렇게 멀리 오지 않는데, 오늘은 특별히 별장도 점검을 할 겸 겸사겸사 멀리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개썰매를 더 탄다는 것 자체는 즐거웠는데, 굳어오는 얼굴은 그걸 거부하고 있었다. 너무 추웠어.. 흑. ㅠㅠ



제랄드의 별장앞 호수에서 사진 한장. 제랄드도 아주 든든하게 꽉 갖춰입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 모를 북극곰의 출현에 대비해서 총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필수라는 제랄드의 코멘트. 물론, 북극곰 구경은 한번도 못해봤다. 시즌이 아니라서...;


호수에서 제랄드가 별장을 점검할 동안 잠시 쉬고있는 녀석들. 1시간 가까이 달려온 만큼 온 털이 얼어붙었다.





돌아가는 길. 올때보다는 녀석들도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지 속도가 살짝 떨어졌다. 하지만,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은 그대로였다. 마지막까지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지만, 어느순간부터는 포기하고 마스크와 선그라스를 쓴 채로 열심히 달리기만 했다. 이때쯤에는 거의 얼어붙어가고 있었던 듯 싶다.



그런데 중간에 잠깐 멈춰서서 제랄드가 가만히 있어서 그런거니, 개썰매를 몰아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나 역시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바로 개썰매에 올라탔다.



그래서 개썰매를 몰아봤다.

앉아있는것보다.......더추웠다. -_-; 어쨌든 그렇게 제랄드가 개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난 그냥 개썰매를 잡고서 브레이크를 조절하는 정도의 역할만 했다. 개들도 워낙 명령에 익숙해서인지 제랄드의 한마디한마디를 굉장히 잘 알아듣는 듯 싶었다. 어쨌든, 이렇게 20분 가까이 개썰매를 몰다가 다시 자리를 바꾸기로 했다.


내가 내려서 앉으려는 찰나 앞으로 후다닥 나가버렸던 모습을 제니퍼가 찍어줬다. 장난꾸러기 제럴드. 헐레벌떡 뛰어오는 내 모습이 왜지 애처롭다.



그리고 다시 달리고 달려서 우리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별채 안의 난로. 정말 따뜻했다. 영하 35도의 기온에서 있다가(어두워지면서 온도는 더 떨어진 듯 싶었다.)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니 온몸이 저릴정도였다. 어쨌든, 빨리 난로에서 몸을 좀 녹이고 따뜻한 수프를 먹으니 몸이 살살 풀어지면서 졸음도 살짝 오기 시작한다.


난로의 옆에는 이곳에 왔던 사람들이 돌 위에 흔적을 하나씩 남겨 놓았는데, 나도 한글과 영어를 병기해서 이곳에 메세지를 남기고 왔다. 아마도 다음에 이곳에 가는 한국사람들이 있다면 알아볼 수 있었을지도.


원래대로라면 처칠 마을보다 시야가 탁 트여있는 이곳에서 오로라를 찍으려고 했었는데, 7시쯤에 하늘에는 구름만이 가득했다. 1시간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었는데, 1시간 후에도 구름이 걷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블루스카이 숙소로 돌아왔다. 이날은 오로라를 못볼거라고 생각했는데, 새벽 1시쯤인가..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고 오로라가 나타났다.

어제보다 조금은 흐린 오로라였지만..어쨌든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가장 즐거웠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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