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033] 샴페인의 원조, 상파뉴 지방의 에페르네 모엣샹동(MOET&CHANDON) - 유럽 자동차 여행


전날 아침 일찍 파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샴페인이라는 이름의 시작이 된 상파뉴 지방으로 향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벨기에의 브뤼셀이었지만, 단순히 이동하기에는 아까워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상파뉴를 들러가기로 했다. 유럽 본토 자동차 여행의 첫 장거리 이동이나 다름없다고 할까. 파리에서 에페르네 까지는 약 2시간 거리.


원래는 상파뉴지방의 어디를 갈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곳저곳 후기들을 읽어보면서 에페르네에 모엣샹동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일정을 짤 때만 해도 에페르네의 모엣샹동과 랭스의 다른 와이너리를 갈 예정이었는데, 캠핑짐들부터 유럽여행에서 필요한 것들을 호텔에서 다 정리하고 출발하다보니 생각보다 늦어져 에페르네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이동하게 되었다.



모엣샹동의 샴페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돔 페리뇽이라는 이름 역시 친숙할 것이다. 물론, 수도사이자 샴페인을 만든 사람으로써의 돔페리뇽이 아니라, 모엣샹동 샴페인 중 비싼 돔페리뇽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말이다. 샴페인 자체를 이 돔 페리뇽이라는 수도사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샴페인의 역사적인 면에서는 중요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는 듯 싶다.



우리는 먼저 이 곳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하기 위해서 오피스로 들어갔다. 원래는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가려고 했는데, 바로 전날에 에페르네 행을 급 결정한지라 예약을 할 수 없어 바로 도착하자마자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투어를 하기로 했다.



투어의 비용은 다양했는데, 투어 자체의 내용은 동일하지만 마지막 시음때 어떤 종류의 모엣샹동 샴페인을 마시게 되느냐의 차이였다. 1잔이냐, 아니면 로제를 포함한 2잔이냐,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은 퀄리티의 그랑 빈티지까지 마실것이냐의 차이. 우리가 투어했을 때에는 로제를 마시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랑 빈티지를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가 티켓을 구입했을 때 가장 빠른 투어는 불어 투어여서, 1시간 후에 있는 영어 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다. 일단, 1시간이라는 시간이 남기에 에페르네 시내를 조금 둘러보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그런걸까, 에페르네 시내는 꽤나 한산했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에페르네의 중요 건물 중 하나인 듯,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 신청을 했다는 안내가 있었다. 와인 저장과 관련된 곳인 듯 한데, 큰 흥미가 들지는 않아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샴페인 투어리스트 루트.




일요일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상점 및 레스토랑이 문을 닫아서 먹을 곳이 딱히 보이지를 않았다. 시내 완전 중심의 레스토랑이 몇 곳 오픈하기는 했지만, 이런곳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가는 1시간만에 다 먹고 나올 수 있을지의 여부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킵해야 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가고 있는 시간이어서 가볍게 테이크아웃으로 먹을것이 없나 찾다가 빵집을 발견했다.



다양한 빵들이 있던 빵집. 프랑스에서 먹은 빵들은 대부분 실패를 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아주머니의 추천을 받아 고른 3개 정도의 빵은 맛이 그냥 그랬다. 일요일에는 별도로 굽지를 않아서 그런건지, 빵집을 잘못 들어온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허기는 채울 수 있었다. 지금 빵봉투를 보니 패스트리보다는 초콜렛 쪽에 더 치중을 한 곳이 아니었나 싶지만, 일요일이라 문을 연 곳이 너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긴 했다. 유럽 어디서나 보이는 그 흔한 케밥도 안보였으니까. (케밥집으로 추정되는 곳은 문이 닫혀 있었고 ㅠㅠ)



에페르네 시내의 중심 쯤 되는 장소. 에페르네는 바로 옆의 랭스보다도 작은 곳으로, 사실상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빵을 좀 먹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투어 시작시간에 맞춰서 모엣샹동으로 돌아왔다. 투어시간이 되니, 약 10분정도 기다렸다가 다같이 입장을 한다고 해서 근처의 사진들을 구경하면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사진들은 다 모엣샹동의 역사와 와인밭의 풍경과 관련이 있었다. 아무래도 본사이자 홍보 및 판매를 위해 운영하는 곳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투어가 시작되자 먼저 모엣샹동에 관한 영상을 보여줬다. 뭐 뻔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품질관리를 잘 하고, 이래저래해서 좋은 와이너리이다. 라는 정말 뻔한 광고 영상이었다. 길지 않았으나, 지루했다.;;



영상이 끝나고, 와인 저장고는 꽤 추울 것이라는 언급과 함께 직원은 어깨에 숄을 걸치고 안으로 들어가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주변의 와인 밭의 위치와 모엣샹동의 역사 등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와인 저장고 투어가 시작되었다.





와인 저장고 풍경. 아무래도 투어로 다니는 코스라 그런지 생각보다 어둡지 않게 조명이 되어 있었다. 병들 아래에 써 있는 숫자는 저 곳에 있는 와인 병들의 수. 생각보다 꽤 많다.




각 와인과 저장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계속해서 안쪽으로 쭉쭉 이동했다.



나폴레옹이 선물로 준 와인통이라고 했던걸로 기억; ^^




샴페인의 경우 2차 발효 과정을 거친 이후, 침전물을 모으는 리들링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했다. 지금은 자동화가 되서 기계가 이 과정을 대신 하지만, 여전히 고급 와인들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직접 인력으로 작업을 한다고 했다. 기계가 하는 것이 좋은지, 사람이 하는 것이 좋은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리들링 과정중인 샴페인. 저렇게 꽃혀있는 상태로 주기적으로 돌려주는 과정을 거친다.



모엣샹동의 와인 저장고의 크기는 여태까지 와본 와이너리 중에서도 정말 큰 축에 속했는데, 우리가 본 것은 단순히 1 층에 불과했다고 하니.. 규모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긴 전세계에서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샴페인이니 그 생산량이 엄청나고, 저장량도 엄청난 것이 당연한 일이긴 하겠지만.



빽빽하게 쌓여있는 샴페인들과 그 안에 있는 마리아 동상.



그러니까, 대충 지금 있는 층은 이런 느낌인데, 이게 1개의 층이라니..정말 대단했다. 온도도 좀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온도가 올라 병입한 샴페인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최적온도 유지의 목적도 있을것이고. 



우리가 있떤 곳 위로도 층이 있었고, 발 밑으로도 계속 저장고가 이어진다는 의미.



그렇게 와이너리 투어가 끝나고 시음이 이어졌다. 우리는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2잔을 마시지는 못하고 각각 1잔씩을 시켰지만, 오늘 운전은 보링보링이 직접 하기로 해서 2잔을 내가 다 마실 수밖에 없었다. 보링보링은 향만 맡아보고, 혀로 살짝 맛만 보는 정도로 패스했다. 대신, 나중에 같이 마실 와인을 2병 사긴 했지만. ^^



시음용으로 따라주는 와인들.



그리고 돈을 더 낸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로제 와인. 



기포가 올라오는 모엣샹동 샴페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샴페인이긴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서 마실 기회가 별로 없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시음이니 천천히 음미하며 마실 수 있었다. 간단한 과자나 치즈가 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지만;



그리고 로제 와인. 이건 우리가 마신건 아니고, 다른 분 잔을 그냥 한장 찰칵.



시음하는 곳은 대충 이런 분위기였다. 투어가 여기서 종료되었기 때문에, 다들 자신의 샴페인을 먹고 난 뒤 알아서 각자 출구쪽으로 나가면 된다고 안내를 했다. 뭔가 좀 아쉬운 느낌. 여태까지 다녔던 와이너리들이 좀 더 오픈되고 밝은 느낌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모엣샹동이라지만, 투어비가 비싼것도 좀 아쉬웠다 ㅎㅎ..;;



모엣샹동의 저장고를 나가기 전. 마지막 한 컷.




샵에서 직접 파는 모엣샹동의 샴페인들은 한국보다 꽤 많이 쌌다. 하긴, 와인은 왠만해서는 한국보다 비싼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테니;; 



앞으로의 일정인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들려서, 독일에 있는 친구 집에 방문할 예정이었던 터라 우리가 마실 모엣샹동 로제 한병, 그리고 선물용으로 모엣샹동 로제 빈티지를 하나씩 샀다. 두병 합쳐서 86유로정도. 이정도면 꽤 저렴하다.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나니 벌써 3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점심을 간단하게 빵으로 때운터라,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을을 벗어나는 길에 맥도날드가 있어서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어중간한 시간의 식사를 하고서 벨기에로 향했다. 



맥도날드에서 벨기에 브뤼셀까지 고속 도로를 타는 것과, 일반 국도로 가는 길을 네비게이션으로 찍어봤더니 시간 차이가 15분 정도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국도로 가는 것을 택했는데... 그게 실수였다. 에페르네를 벗어날 때만 해도 이렇게 도로가 좋았지만..



본격적으로 국도로 들어서자 이런 도로로 변했다. 물론 주변의 마을들은 예쁜 곳들이 많았고, 펼쳐지는 밀밭도 아름다웠으나.. 달리던 도중 도로가 공사중이어서 막혀버렸다. 오는 도중에 '공사중이라 막혀있음'이라고 짐작되는 불어가 적혀있었으나, 설마 그게 그런의미인줄 모르고 달렸던 것이 큰 문제였다.



어쨌든 그렇게 돌아서 돌아서 약 40~50분을 더 소비한 끝에야 가려던 길로 진입해 프랑스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마침 국경 근처의 도시에서는 무언가 축제가 진행중이었던 듯, 군인 복장을 비롯한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섰다가 갈 시간적 여유도 되지 않았고 축제 때문인지 주차할 공간도 거의 없어서 패스를 해야 했다. 나중에 검색을 해 봤지만, 지금도 이게 무슨 행사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유럽에서 여행중에 축제를 만난다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인데, 이렇게 안타깝게 흘려버리다니.. 




그렇게 해 질 무렵에 겨우 브뤼셀에 도착했다. 우리가 이날 숙박한 숙소는 살짝 외곽에 있어서 도심을 거쳐가지 않아도 되었는데, 네비가 도심으로 우리를 데려갔다가 나가는 바람에 정말 헷갈리는 트램길도 지나가고 사고의 위험도 살짝 있었다. 어쨌든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첫 운전부터 꽤나 장거리 운전이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이날 밤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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