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포드로 여행중 더 안정적인 영상찍기 - 시루이(SIRUI) P-326


여러가지 이유로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만큼 영상을 찍는 비중도 높다. 이렇게 영상을 찍다보면 손떨림방지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은데, 캐논의 카메라들은 바디에 손떨림방지가 되어있지 않아 렌즈의 성능에 의존해야 한다. 주 렌즈로 사용하는 24-105의 경우 그나마 IS가 달려있지만, 그 외에 17-40 같은 경우는 손떨림방지가 없어 영상 촬영이 쉽지 않았고, 70-200은 손떨림 방지가 있어도 망원이다보니 손떨림이 그대로 느껴지기 십상이었다. (거기다가 이번 여행에서는 무게 때문에 손떨림방지가 없는 엄마백통을 가져갔었다.)


원래 5D Mark 2를 쓰다가, 손떨림방지 하나는 최고라는 소니의 DSLR로도 넘어가봤지만 개인적으로 맘에들지 않는 색감과 주변부를 잘라서 손떨림을 하는 기술 덕분에 적응을 잘 못하고 다시 5D Mark 2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영상만 찍는다면 스테디캠을 준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여행에서 DSLR에 적합한 스테디캠을 들고 다니는 순간 그건 여행이 아니라 촬영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한 때 관심을 가져 스테디캠을 빌려서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작은 사이즈라도 여행 도중에 사용하기에는 오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이용하던 것이 모노포드였다. 과거에는 슬릭(SLIK)의 저렴한 제품을 사용했었는데, 2-3번 여행을 다녀오자 하나 둘 이상증상을 보이더니 결국 완전히 망가져버려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모노포드를 찾아야 했다. 주로 영상은 가로로 찍기 때문에 별도의 볼헤드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가벼운 것이 우선이었다. 특히 가로사진이 아니라 세로사진을 찍을 때는 모노포드가 카메라에 달린채로 세로사진을 찍기도 하기 때문에 카메라에 항상 연결해 놓아도 가벼운 것이어야만 했다.


이전에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었고, 유럽여행은 5개월이라는 장기 여행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녀석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결론은 다소 비싸더라도 카본을 지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처음은 짓죠와 맨프로토를 고민했는데, 카본으로 넘어가면 가격대가 넘사벽이었고 슬릭은 저렴한 녀석이었지만 이전에 안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 피할 수밖에 없었다. 호루스벤누는 별로 안좋아하고, 결국 아는 형이 사용하던 시루이(SIRUI)라는 브랜드의 모노포드를 구입했다.

구입한 카본 모델인 시루이 P-326의 정가는 15만원인데, 오픈마켓에서 쿠폰을 먹여서 12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알루미늄 모델인 P-306은 7만원 전후에서 살 수 있었지만, 100g 정도 더 무거워서 그냥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시루이 P-326으로 가는것으로 결정했다. 구매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419g이라는 가벼운 무게도 있었지만, 6단이어서 접었을 때의 길이가 38cm 밖에 안된다는 것도 컸다. 가방에 넣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스코가포스 - 아이슬란드


무릎쪽에 보면 가장에 끼워넣은 모노포드가 보인다. 평소에는 이렇게 그냥 가방에 꽂은 상태로 들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바로 카메라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있었다. 너무 길면 정말 별도의 짐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는데, 시루이를 제외한 다른 모노포드는 대부분 45~50cm 사이였기 때문에 펼쳤을 때 최대 길이는 다른 모노포드와 비슷하면서, 접었을 때 짧은 것 중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보통 영상을 찍을 때는 이런 느낌이었다. 17-40과 같이 IS가 없는 렌즈를 사용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영상을 안정적으로 찍을 수 있었다. 모노포드라서 어느정도 패닝을 한다거나 할 때도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었고, 영상이 필요없을 때에는 바로 줄여서 그냥 카메라와 하나인 것 처럼 들고다닐 수 있었다. 


원래 떨림이 적은 광각에서는 확실히 흔들림을 잡을 수 있었고, 24-105나 70-200같이 망원으로 넘어가는 렌즈를 사용할 때에도 어느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숨을 참으면서 그냥 카메라를 들고 찍는 것과 모노포드를 연결하고 흔들림을 잡는 것은 꽤 큰 차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을 찍을때도 1/3에서 2/3스톱까지는 모노포드가 도와준다고 할 정도니까.


* 체르마트 - 마터호른.


예제 영상은 24-105에 IS를 켜고, 모노포드를 이용한 상태에서 찍은 영상이다. 산 높은 곳에서 찍은 것이기 때문에 바람도 굉장히 심하게 부는 상황이었는데 이정도면 꽤 안정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105 에서 24까지 이동을 했고, 줌은 줌링을 손으로 직접 돌렸기 때문에 다소 부드럽지 못한 감이 있지만 어쨌든 정적인 여행풍경을 찍는데 있어서 이정도면 꽤 훌륭했다. 솔직히 숨을 완전히 참고서 찍으라고 한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바람까지 불고 찍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만큼 모노포드는 훌륭한 역할을 해 준 것이나 다름 없다.





조이고 푸는 연결부분은 이렇게 손으로 돌릴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한꺼번에 여러개를 풀었다가, 조일 수 있어서 빠르게 풀었다 감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모노포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그래도 상당히 큰 장점이었다. 



최대로 펼쳤을 때의 길이는 154cm. 대부분의 경우 영상을 찍을 때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대는 것은 아니고 카메라의 LCD를 보기 때문에 이 정도면 적합했다.



내 키가 183정도, 그리고 서 있는 곳보다 약간 낮은 곳에 모노포드가 위치해 있음을 생각해 보면 전체적으로 무난한 높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야외에서는 사진찍을 때에는 모노포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가끔 실내에서 광량이 부족해 셔터스피드가 안나올 때에만 몇번 모노포드를 이용한 만큼 영상을 찍는데 있어서는 별 불편이 없을 정도였다. 


*굴포스 -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의 골든서클에 위치한 폭포 중 하나인 굴포스를 촬영하면서. 이렇게 모노포드를 세우고, 24-105의 IS와 함께 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여행작가로 일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상을 활용한 일들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 도중에 두가지 촬영을 병행하는데 있어서는 모노포드만한 것이 없었다. 



망원렌즈로 좀 더 타이트하게 들어간 영상을 찍을 때에도 확실히 안정적으로 찍을 수 있었는데, 70-200 렌즈의 무게 때문에 그냥 들고 찍는것과 모노포드에서 그 무게를 버텨준 상태에서 흔들림을 잡는 것은 정말 차이가 컸다. 무게 때문에 IS가 없는 70-200을 가져갔기 때문에 어느정도 흔들림은 있었지만, 짧게 사용할 타이트한 컷을 찍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어쨌든 시루이 P-326은 카본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모노포드를 찾는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할만한 삼각대였다. 특히, 6단이 되면서 38cm로 짧아진 길이는 여행용 모노포드로도 적합했다. 가방에 가볍게 꽂아서 가지고 다니다보면 45~50cm사이의 모노포드와, 40cm 이하의 모노포드는 그 차이가 크게 체감될 정도다. 400g의 무게와 짧은 길이, 그리고 내구성을 선택하면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모노포드의 최대 지지 하중은 10kg정도인데, 노르웨이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10시간에 산행을 하면서, 등산 스틱 대용으로도 사용을 했었는데 본격적인 사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다. 물론 하중 지지보다는 트래킹을 하면서 짚어도 되는 길인지 확인해보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 컸지만, 어쨌든 마음에 드는 모노포드여서 앞으로의 여행에도 항상 함께 가지고 다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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