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노천 카페에서 먹은 아레빠 꼰 께소..


메데진의 산을 넘어 레티로로 이동하던 저녁, 긴 야간운전에 지친 우리는 노천카페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야간운전인데다가 한국의 미시령 고개 이상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터라 올라가면서 스트레스가 상당했기 때문이었죠. 조명이 거의 없는데다가, 도로폭도 굉장히 좁으니까요. 엄청난 넓이의 분지 도시인 메데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려면 항상 이렇게 산을 넘어야 하는 난관이 있답니다.


이 노천 카페는 이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카페라고 합니다. 가족 단위로, 혹은 연인 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음식들을 시켜서 먹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차에서 해방된 것이 그저 좋은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기도 하네요.


이 카페가 유명한 이유는 화덕에서 바로 굽는 아레빠 덕분입니다. 갓 구워진 아레빠의 그 담백함과 고소함은 왜 콜롬비아 사람들이 아레빠를 그렇게 주식으로 사랑하는지 알 것 같더라구요. 그냥 일반 냉동 아레빠나 간단하게 구운 아레빠만 먹어보다가, 이렇게 제대로 된 아레빠를 먹으면 역시 입에서 느끼는 것부터가 다르군요.


아레빠는 다양한 방법으로 먹습니다. 그냥 아레빠 자체로만 먹기도 하지만 아레빠 꼰 께소(치즈), 아레빠 꼰 초콜라떼(초콜렛), 아레빠 꼰 하몽(햄) 등.. 다양한 변형이 있지요. 꼰(con)은 영어의 With와 같은 의미이고, 그 뒤에 나오는건 또 다른 재료입니다. 제가 시킨것은 아레빠 꼰 께소. 치즈이기는 한데, 우리가 익히 즐기는 치즈와는 좀 다릅니다. 하얀색의 치즈인데, 뭐랄까 좀 덜 정제된 것 같은 느낌의 그 치즈는.. 콜롬비아에 있을 때 절 중독시켰던 가장 큰 음식이었습니다. 도저히 잊을수가 없네요^^.


그리고, 밤의 졸음을 쫒기위한 커피였습니다. 보통 콜롬비아에 있을 때는 설탕이나 프림을 전혀 안 넣고 마시지만, 그래도 커피에 우유가 가득 담겨나오는 부드러운 커피도 일품이었습니다. 물론, 달콤한 맛은 싫어서 설탕은 넣지 않았구요.


오래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목적지인 레티로까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그 뒤로도 한번 더 들릴 기회가 있었던 까페였는데, 아직도 이곳에서 먹었던 화덕에서 구운 아레빠의 그 맛이 혀 끝에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께소를 얹은 아레빠.

지금도 종종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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