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에서 본 LA의 야경~ [미국 렌트카 여행 #09]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LA의 야경을 보러가기 위해 그리피스 천문대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여행 초반이었던지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이동산까지 가면서 풀로 움직이는 일정이 가능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초반에 너무 무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미리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라가서 석양을 보면서 피자를 먹자는 제안에 그리피스 천문대 근처의 도미노 피자에 들려서 피자를 주문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피자가 나오는데는 10~15분 정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결제하고 바로 피자를 받아들고 그리피스 천문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일단은 피자가 식지 않게 빨리 올라가는게 목표였는데, 마침 이날 올라가는 길 근처에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봤던 한 영화의 시사회가 있어서 길이 좀 막힌 관계로 해가 거의 다 질 무렵에나 올라갈 수 있었다.




이미 반대편으로는 해가 거의 넘어가고 있었지만, 멀리 헐리우드 간판과 LA 시내의 풍경은 잘 볼 수 있었다. 벌써 해가 지고 도시의 빌딩들에 불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하면 피자가 식을뿐더러, 어두워지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빨리 주차장 근처의 피크닉 테이블에 피자를 펼쳤다. 마운틴듀 2개에 피자한판이었지만, 뭐 간단하게 먹는 저녁으로는 이정도로도 충분.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1년 할 때에도 참 피자를 많이 시켜먹었었는데, 미국의 피자는 우리와는 차이가 꽤나 많다. 도우부터 토핑..소스..그리고 피자 스타일까지.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의 미국 피자를 더 좋아하기는 하는데, 가끔은 엣지에 치즈가 들어가 있는 우리나라의 피자가 그립기도 하다.

어쨌든, 미국에 처음 와서 시켰던 도미노 피자였기 때문에, 미국스러운 이름을 가진 American Favorite Feast를 시켰다. 도우로 이탈리안 소세지, 페퍼로니, 머쉬룸이 올라간 녀석이었는데, 정말 미국의 전형적인 피자 스타일이라고 할만하다. 배가 고파서였는지, 빨리 움직이고 싶어서였는지 후다닥 피자를 해치우고는 그리피스 천문대로 이동했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저녁 10시까지 열기 때문에, LA의 야경을 보는 것과 그리피스 천문대를 둘러보는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월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으므로 그 날만 피하면 OK. 특히, 주말에는 각종 공연이나 여러가지 행사들도 많이 열리기 때문에 낮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저녁식사 후에 천천히 LA의 야경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물론, 시내 한복판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많은 별을 볼 수는 없지만, 위치 자체만으로도 가볼만한 곳이랄까. 궂이 렌터카가 아니더라도, 셔틀버스를 이용해서도 이곳에 올 수 있다.




그리피스 천문대 앞에는 사람들이 달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커다란 망원경을 통해서 달을 한번씩 들여다보고 지나갔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달도 그 모습이 선명하게 보일때에는 세세한 디테일까지 보인다고 하지만, 망원경으로 보니 분화구하나까지 너무 디테일하게 보여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딱 좋아하는 달의 크기는.. 음.. 300mm로 당겨서 가득 차는 달의 모습 정도? ^^

어쨌든, 이렇게 앞에서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싶었다. 적어도 망원경에 한번 눈을 들이대려면 5~10분을 기다려야 하긴 했지만, 그정도의 가치는 있었으니까.



그리피스 천문대를 찾은 이유는 다름아닌 LA의 야경이었다. LA가 미국의 다른 도시들처럼 높은 빌딩들이 가득한 도시도 아니고, 그리피스 천문대 자체가 다운타운에서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쭉 펼쳐진 그런 형태의 야경을 보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높은 빌딩들이 가득한 야경이라면 뉴욕이나 시카고가 제맛일 것이고. ^^




야경은 해가 지고나서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변해갈때쯤 그 모습을 가장 빠르게 바꿔간다. 사진을 찍기 위한 셔터스피드는 점점 느려지고, 하늘은 어두워지고, 반면에 도로와 빌딩의 불빛들은 점점 더 밝게 느껴진다. 그리피스 천문대에는 가족단위 뿐만 아니라 커플들도 많이 와서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멀리까지 보이는 탁 트인 야경은 그리피스 천문대의 모습과 함께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멀리 도로에서 다니는 자동차의 불빛, 다소 멀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다운타운의 고층빌딩들, 그리고 그리피스 천문대의 은은한 조명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차분한 느낌의 분위기까지. 더운 여름의 저녁시간을 보내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보는 야경은 넓게 퍼진 LA의 야경이지만, 멀리 빌딩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의 줌을 당겨서 찍어보기도 하지만, 가까이보다는 왠지 멀리서 보는 것이 더 나은듯. 엷게나마 있는 헤이즈 때문에 당겨서 찍은 사진들은 생각보다 별로. 하지만, 큰 빌딩만 보이는 야경보다는, 멀리 보이는 빌딩숲의 모습이 있는 풍경도 나름 괜찮다.


멀리 불빛으로 가득한 지평선이 보이고, 그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때로는 그리피스 천문대로 들어가서 전시물을 구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밖에서 야경도 보고.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볼 수 있는 야경의 각도가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층을 바꿔가며, 그리고 방향을 바꿔가며 사람들의 모습과 야경을 함꼐 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피스 천문대 안에는 옛날 망원경부터 시작해서 천체와 관련된 많은 전시물들이 있었다. 또한, 천체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일단은 유료이고 시간이 없어서 패스. 그리피스 천문대 안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천체에 그리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뭐랄까.. 신기한 사실들은 언제 봐도 재미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밤이 지나갔다. 초반부터 놀이동산에서 이래저래 체력을 많이 소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봐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있어서, 앞으로 돌아다닐때마다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이동은 차로 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라는 곳이 워낙 걸어다녀야 할 곳이 많다보니 반나절만 걸어도 체력이 쭉쭉 빠지기 일쑤. 거기다가, 지금은 여행 초반이 아닌가? ^^

내일은, 헐리우드 구경을 가는 날. 정말 오랜만에 스타의 거리로 되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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