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18 - 하바나에서 사람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 까삐똘리오(Capitolio)


쿠바의 국회의사당이었던 까삐똘리오는 하바나에서 사람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까삐똘리오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건너편의 거리에는 많은 먹거리들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현지인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상대하는 장사꾼들과 택시기사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까삐똘리오에 자주 오게되는 이유 중 하나는 외곽으로 나가는 버스가 바로 이 근처에서 출발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쿠바의 버스들은 별다른 안내표시가 없는만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서 버스를타고 내려야한다. 간단한 스페인어와 목적지를 스페인어로 적을 수 있는 실력이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정도. 워낙 외국인 관광객들이 현지인들의 교통시설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럴까, 현지인들의 버스를 타는 외국인인 나를 굉장히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 과하게 친절했다.

내가 혹시라도 잘못내리면 어쩌나..하면서 안절부절하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그 표정과 행동에 너무나도 고마웠다. 하바나는 대도시이고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은 도시지만, 현지인과 관광객의 선이 너무 극명해서일까? 조금만 넘어가보면 예의 쿠바의 진정한 모습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까삐똘리오는 꽤 오래된 건물이지만, 그래도 관리가 잘 되고 있어서 하바나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건물로 남아있다. 내부눈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고, 바깥은 그야말로 휴식처. 물론, 햇빛을 가려줄 공간은 없지만 현지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되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돌아다니다가 잠시 계단에 앉아 지도를 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 분들이다. 한명이 아니고 4명정도가 나와서 이 오래된 구식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는데, 워낙 오래된 카메라이다보니 사람들에게 관심폭발. 1 CUC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찍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 오래된 카메라는 최근 카메라와 같이 한번 셔터가 올라간다고 찍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찍는 과정까지는 꽤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진이 찍힐때에도 움직이지 말아야 하고, 찍은 후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것. 그래도 다른 배경과 합성도 해주고, 조금 기다리면 사진을 받아볼 수 있으니 어찌보면 일종의 폴라로이드라고 생각해도 될 듯 싶다.


쿠바에서도 꽤나 장사가 잘 되는 사업(^^)으로 보이는 사진가 아저씨들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한국에서 관광지에 가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없어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댈 수 밖에 많은 사진사들이 있는 걸 생각하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이 분들은 성공한 사업가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도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곳에서 이렇게 오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 일을 하면...먹힐까?



까삐똘리오에서는 이렇게 난간에서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평평한 경사면이 있는 까삐똘리오의 난간은 종이박스만 있는 아이들에게 최적의 놀이공간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쿠바에서는 놀이터라는 곳을 거의 보지 못한 듯 싶었다. 딱 한번, 베다도 가는 길에 본 거 같은데, 쿠바에서는 놀이터보다는 그냥 그 모든 곳이 놀이터인 것 같았다.


현재는 쿠바에 외국에서 수입한 중고 일반버스와 중국산 굴절버스가 함께 돌아다니고 있는데, 여전히 이 버스들은 현지인 전용이다. 그래도 버스 시설은 굉장히 좋아진 것이어서, 몇년 전만 하더라도 정말 쓰러져가는 버스가 굴러가고 있었다. 부쩍 많아진 현대적인 자동차들과 버스 등의 변화를 보면 쿠바도 역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 같다.

쿠바는 쿠바로 남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쿠바가 이렇게 변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쿠바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




까삐똘리오 앞에는 많은 클래식카들이 주차되어 있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합승택시이다. 역시 쿠바 사람들을 위한 교통수단이라고는 하지만, 하바나에서는 의외로 외국인도 꽤 태워주는 편이다. 공인된 택시를 제외하고는 일반인이 외국인을 차에 태우는 것이 금지되어있다보니 얻어타는 것도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 합승택시가 있으면 하바나 내에서는 꽤 움직이기 편하다. 그리고, 50~60년대의 클래식카를 타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한번쯤 도전해보는 것도 좋고.


물론, 관광객들이 있는 만큼 자전거택시도 있다. 일반 자동차가 못들어가는 골목까지 구석구석 다녀주는데, 특히 역으로 이동한다거나 거리가 멀지 않을때에는 꽤나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다만, 최초에 협상을 잘 못하면 바가지를 쓸 수 있다는 사실 ^^

쿠바는 아는만큼 저렴한 나라다.


까삐똘리오 주변은 먹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곳들도 많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맥주 한잔을 들고 서 있으면, 호기심 많은 쿠바 사람들은 또 말을 걸어온다. 그냥,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을 때.. 심심할 때 맥주 한잔과 함꼐 말상대가 즉석으로 생기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이 한낮이라고 하더라도.


까삐똘리오 앞에는 작은 가게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담배, 맥주, 과자 등을 팔고 있었다. 사실 이런 형태의 가게는 대도시 아니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



맥주한잔을 마시다보니 시작되었던 이야기. 이 친구와 그 옆에 있던 아저씨는 야구의 광 팬이었는데, 당시 WBC의 경과를 줄줄 꿰고 있었다. 덕분에 한국에 대해서도 생각 외로 많이 알고 있었다. 선수들의 이름까지 줄줄 읊는 그를 보면서, 과연 쿠바에서는 어떻게 그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싶었다. TV를 틀어보면 정말 말도안되는 방송들만 나오는 쿠바였는데, 그 경기가 진행중이었을때에는 모든 경기를 보여줬던걸까?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그때 그걸 안물어봤네.


까삐똘리오 주변도 이런 친근한 풍경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게 쿠바의 매력이기도 하고.




까삐똘리오 옆에는 하바나에서 꼭 들려야 하는 대극장(Gran Teatro)이 있다. 보통 국립 발레단을 포함한 수준급의 공연을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내가 갔을 때에는 하필이면 공연이 없는 주였다. 아쉽게도 쿠바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볼 수는 없었는데, 본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자면 쿠바에서 유명한 다른 공연들보다도 훨씬 볼만하다는 게 대세였다. ㅠㅠ... 쿠바에서 10일 넘게 머물렀지만 요일도 맞추지를 못해서 못본 것이 못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은 보통 목~일 사이에만 있기 때문에, 쿠바에 가서 이 공연을 볼 거라면 꼭 날짜를 맞춰서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그래도 못내 아쉬워서 잠깐 들어가봤던 로비.


까삐똘리오는 밤 늦게도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12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길에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아, 그날이 화요일 오후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까삐똘리오에서 떨어진 카페 골목으로 가면 여전히 살사 음악이 흘러나오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창문을 열어놓은 어느 집에서도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제 센뜨로 아바나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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