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16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올드 하바나(Havana Vieja)에서 만난 풍경




쿠바의 올드 하바나(아바나 비에하-Havana Vieja)는 두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이 바글바글 대는 잘 가꿔진 올드 아바나의 모습과 정말 오래된 건물 속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올드 아바나의 모습이다. 두 곳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서, 올드 아바나의 골목을 헤메이다보면 어느덧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진정한 올드 하바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관광지역과 거주구역간의 차이는 단지 깔끔하게 잘 관리된 건물들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사람들도 호객을 하고, 무언가를 팔기 위해서 애쓰지만.. 거주지역의 가게에 가면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말 한마디를 거는 것에 더 즐거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치노(중국인-Chino)'라는 단어로 시작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함이지 어떤 다른 의도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것이 쿠바에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구는 극히 드물고, 거주하는 동양사람의 대부분이 중국사람인 것도 동양인 여행객들을 모두 중국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데 큰 일조를 했다. 뭐 어떠랴, 그들과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특히, 여행했을 당시는 WBC가 끝난지 얼마 안되었던지라, 만나는 쿠바사람들마다 모두 야구 이야기였다.


그림을 팔고 있던 일종의 갤러리..였지만,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곳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듯 아이들이 모여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하나의 캔바스에 다같이 들러붙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기는 했지만, 저런 아이들 덕분에 저런 그림들이 탄생해겠지 싶다. 쿠바를 돌아다니다보면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쿠바의 컬러풀한 모습을 잘 드러낸 그림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여행일정이 길지만 않았어도 한 두개쯤은 구입해 가고 싶은 녀석들이 곳곳에 보였다.


올드 아바나를 걸어다니다가 잠시 들렸던 한 바. CUC가 아닌 CUP로 맥주를 팔고 있던 바였는데, 이 곳에서는 시가도 함께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호객꾼이 내게 시가를 개당 1 CUC에 시가를 팔려고 노력했지만, 앉아있는 쿠바 사람에게 물어보니 개당 3 CUP. 1 CUC가 24 CUP니 8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맥주는 10 CUP인 것을 2 CUC에 팔려고 했고..

호객꾼에게 나는 스페인어도 할 줄 알고, 대부분의 가격을 알고 있으니 터무니없는 가격대를 불러봐야 안통할거라는 말을 하니 갑자기 인상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 같았지만, 웃으면서 네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을테니 걱정 말라고 하자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더니, 어디서 스페인어를 배웠냐.. 아바나에는 얼마나 있었냐.. 하는 질문이 쏟아진다. 심심했던 차에 대답을 해주고 있던 와중에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호기심을 보이니, 호객꾼은 또 후다닥 달려가서 또 맥주를 팔 준비를 한다.

그 관광객들도 내가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괜찮은 곳이라 생각했는지 내 옆에서 조금 떨어진 바에 앉아서 맥주를 주문했다. 나는 잠자코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2 CUC에 맥주를 하나씩 시켜서 먹고있다. 호객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지, 날 보더니 씩 웃는다. 그래, 뭐 장사 방해할 일은 없으니까;;



쿠바는 클래식카의 천국이다. 정말 언제 멈춰도 이상할 것이 없는 차도 돌아다니지만, 어제 갓 뽑은 것 같은 클래식카도 돌아다닌다. 미국의 무역제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쿠바에서도 차량의 개인 소유가 가능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차들을 개조하고 잘 관리해서 아직도 잘 굴러다니는 녀석들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이것이 쿠바를 클래식카의 전시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지금에야 수입차들이 꽤 들어온다지만, 딱 10년전만해도 신차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쿠바였다.

어쨌든, 60~70년대의 클래식카를 좋아한다면, 쿠바만큼 멋진 제대로 된 살아있는 자동차 전시장은 없지 않을까.


올드 아바나의 한 가게에서 본 하바나 클럽. 쿠바의 럼주인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칵테일 모히토는 이 하바나 클럽으로 만들어야만 제대로 된 모히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괜찮은 럼주이다. 이 녀석도 등급이 있어서 비싼 녀석은 가격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럼주에 비하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편이 아니라서 쿠바에서는 은근히 즐겨마시게 되는 술이기도 하다.

설탕과 사이다, 민트와 럼주를 잘 섞어서 만들면 되는 칵테일 모히토. 한국에 돌아갈 때 이 하바나 클럽을 몇병 사서 칵테일을 해먹었었는데, 다른 럼주로 해먹으니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 이 럼주를 구할 방법도 없고. 참 구할 수 있으면 또 구하고 싶은 술 중 하나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가는 올드 아바나 거리에는 공연도 끊이지 않는다.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은 공연단이 길을 걸어가면서 연주하고, 그 뒤에 따라다니는 사람은 팁을 걷는다. 팁을 달라고는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 분위기. 꽤나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 공연단의 팁 바구니는 생각보다 빨리 차올랐다. 일단, 단기로 온 외국인들은 CUP를 거의 쓰지 않으니, 팁의 최소단위는 1 CUC. 여행객들을 상대하지 않는 일반 쿠바 사람들에게는 이도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쿠바에 대한 이미지가 클래식하고 오래된 거리라면, 올드 하바나의 언저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런 포스터들에서는 이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사실 쿠바도 베다도에 가면 여타 다른 대도시와 다를 것 없는 현대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올드 하바나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고 생각해 버렸다. 나 역시, 쿠바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가지고 있었던 거겠지.

어쩌면 영화.. 혹은 다른 책에서 그려진 쿠바의 이미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주차금지 낙서.




쿠바는 인물사진을 찍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 중 한곳이다. 오래된 느낌의 거리와 정말 다양한 표정을 가진 '즐거운' 사람들이 많은 곳. 카메라를 들고 시선을 마주치면, 오히려 자기 사진을 찍으라고 말하는 사람들. 하바나는 좀 세속에 찌들었지만, 그 외의 도시에서는 팁과 세속에 쩌든 사람들이 오히려 적다. 그저, 그들이 바라는 것은 이야기 뿐.

쿠바에서만큼 스페인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던 곳도 없었다. 음악을 즐기고, 부족하지만 그 상황에도 만족하는 사람들. 그래서 쿠바가 좋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왠지 서양 사람들은 패키지 여행을 안할 것 같지만, 쿠바에서는 '서양 깃발 부대'도 은근히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올드 아바나의 중앙이 되는 광장에서는 쿠바 사람보다도 여행을 온 유럽, 캐나다 사람들이 훨씬 많이 보였다. 빡빡한 일정 때문일까, 올드 아바나의 북쪽의 유명하다는 곳들만 후다닥 찍고 돌아가는 그들. 생각해보면, 우리 패키지여행과도 별반 다를 건 없어보인다.



성당 광장 앞에 있는 아바나 성당(Catedral de la Havana)는 올드 아바나의 랜드마크와 같은 곳이다. 덕분에, 이 광장에서는 외국인을 가장 많이 볼 수 있기도 하다.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사진을 찍는 사람들까지. 쿠바를 여행하면서 까삐똘리오 앞과 함께 가장 많은 외국인을 볼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무료로 공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멋진 성당이기는 했지만, 쿠바에서는 그냥 길거리의 풍경에 더 눈이 가는 거 보면.. 역시, 쿠바는 포토그래퍼의 천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여행지에 볼거리가 없으면 성당에 더 눈이 가는 법인데..




쿠바에서는 골목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곳들이 많다. 사진을 찍으면 그냥 풍경일 걸 알면서도 자꾸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돌아보면... 역시 그 골목들은 모두 멋졌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21세기인지, 20세기인지..


쿠바에서 한국으로 엽서를 보내기도 했었는데, 엽서의 구입은 이렇게 길에서 맘에 드는 녀석으로 고르곤 했다. 여기는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무려 0.70 CUC나 했지만, 보통 조금만 벗어나면 0.30 ~ 0.50 CUC 정도면 엽서를 살 수 있다. 쿠바의 엽서 퀄리티는 생각보다 좋은 편.




빨래를 창 밖에 내다 거는 것은 홍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유물은 아니다. 아바나에서도 빛이 좋아서 빨래가 쉽게 마르는 듯, 길거리 곳곳에서 이렇게 빨래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다보니, 옷들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걸까.. 쿠바의 빨래들을 곰곰이 보고 있노라면, 옷이 생각보다 단조롭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쿠바를 여행하면서 만난 쿠바 여인네들도, 서양 여행자들이 멋진 드레스나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정말 부럽다고 하는데..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어느 나라나 동일한 것 같다.




올드 아바나 거리를 하염없이 걷다보니, 공사를 하는 곳을 만났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관광객들은 거의 없고 쿠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깔끔했던 건물들의 페인트는 색이 바랜 듯 다 벗겨진 상태였지만, 왠지 이런 풍경이 더 정감이 갔다. 뭐랄까,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북쪽의 아바나는 좀 만들어진 풍경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었는데..


올드 아바나에는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길이 많다. 그리고 일방통행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일방통행을 지켜야 한다는 것. 자전거로 거꾸로 갈라치면, 현지인이 말을 건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올드 아바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냥 길을 지나가다가 셔터를 눌렀을 뿐인데도, 나중에 다시 사진을 보면 모두 맘에 드는 사진들 뿐이다. 다른 곳을 여행할때는 사진을 다시 보면서 지우는 경우가 많은데, 쿠바에서는 차마 지우지 못하는 사진들이 너무 많다. 사진마다 이야기를 하자면 말이 너무 길어지겠지만, 사진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곳이 쿠바인 듯 싶다.

하루에 천장 가깝게 셔터를 눌렀음에도, 더 찍어오지 못했던.. 너무 놓친것이 많아서 아쉬웠던 곳이 바로 쿠바지만.. 그래도 2주라는 적잖은 기간을 여행했다는 데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찾는다.





사람이 있는 풍경 뿐만 아니라, 쿠바는 모든 것이.. 특별하다. 눈이 즐겁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도, 거리를 지나다니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아바나에 머물렀던 기간은 총 6일. 그동안 올드 아바나를 얼마나 걸어다닌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꽤 오랜 시간동안 걸어다녔고, 꽤 많은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다시 가서 사진을 찍고 싶은 그런 매력이 있는 곳 쿠바. 내 여행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을 꼽으라면 항상 순위권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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