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46 - 록키산맥의 얼어붙은 계곡 속으로, 멀린캐년 아이스워크(Malinge Canyon Icewalk)


멀린캐년 아이스워크로 안내해준 가이드. 얼어붙은 계곡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신발을 신고가기에는 너무 미끄러워서 이렇게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상점에 들려서 얼음에서 걸을 수 있는 신발을 빌려신고 가야 한다. 물론, 신발대여료는 투어비용에 포함되어 있다. 멀린캐년은 봄,여름,가을에는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초겨울에는 안전문제 때문에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늦겨울에는 어름이 단단히 얼어서 개인적으로 가도 가능하다는 코멘트.


캐년에서 신을 신발은 바로 이 고무장화였다. 아래에 쇠로 된 징이 있어서 얼음에서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100년은 묵은 것 같은 발냄새. 고무라서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신발 안에 응축되어 있었다. 실수로 냄새를 약간 흡입했다가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다음에 이 투어를 가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냄새를 맡으려는 시도는 하지 말 것. 물론, 의도적으로 그러는 사람은 없겠지만..


멀린캐년으로 가는 길에서 역시 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록키의 국립공원에서 이렇게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녀석들은 사람에 의해서 따로 관리되고 있는 듯 싶기는 했지만.



멀린캐년을 둘러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보통 중심이 되는 곳만을 살짝 훑어보고 나오거나 이렇게 초입에서부터 멀린캐년의 깊숙한 곳까지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걸어들어가게 되면 얼음이 얼어있어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다. 초가을에 위에서 내려다본 멀린캐년의 모습과 얼음위를 걸어 계곡의 안으로 들어간 느낌은 정말 천차 만별이었다.

둘다 아름답지만 점수를 주자면 겨울의 승!


인상이 아주 후덕했던 가이드. 설명도 어찌나 잘 하던지..


곰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는 베리류. 하지만, 사람의 입맛에는 굉장히 떫다고 한다. 곰들이 이 나무를 훑어서 먹는걸 좋아하는데, 이 나무가 꺾여있다면 곰이 지나간 흔적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가을의 멀린캐년과는 다르게 겨울의 멀린캐년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어 있다. 특히 겨울의 막바지에는 얼음이 아주 단단하게 얼어서 왠만한 숫자의 사람들이 함께 지나가도 절대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초겨울에는 살얼음이 얼어서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미리 여행정보를 확인하고 가는 센스가 필요하다.




멀린캐년의 초입에도 얼지 않는 폭포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면사포 폭포. 흘러내리는 모습이 면사포 같아서 지어졌다고 하는데, 이 물이 얼지 않은 이유는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것이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곡 물이었으면 벌써 얼어붙었겠지만, 지하수여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것.




면사포 폭포를 지나가면 본격적으로 캐년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겨울에 물이 얼어붙어야만 계곡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액티비티이다. 개인적으로는 겨울 액티비티 중에서 스키 다음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투어 그룹은 10명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 중에서 혼자 온 사람은 나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친절해서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고 싶;;; 어쨌든, 꽤나 재미있는 일행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커플로만 오지 않았어도.. 다음부터는 꼭 커플로 여행하리라- 아니면 최소한 친구드라고..


오래된 사람들이 남겨놓은 흔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냥 차가운 벽에 손을 대서 만들어놓은 흔적들. 어른의 손바닥과 아이의 손바닥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한번 손바닥을 남겨놓으면 꼬박 하루는 가는 듯 싶었다. 물론, 밤새 모두 사라지겠지만..



멀린캐년은 자연의 강이 얼어붙은 곳 위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걸어가기 힘든 지형이 조금씩 있다. 그런 곳은 가이드가 미리 올라가서 사람들을 하나하나 끌어올려줬다. 겨울 시즌이 되면 매번 오는 가이드일테니, 이 캐년의 길이야 부처님 손바닥 안일듯..




혼자 왔었다면 그냥 지나쳤을만한 캐년의 포인트들을 하나하나 집어줬다. 이 캐년은 어떻게 생겨났고, 때때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특별한 고드름과 같은 것들도 소개해줬는데,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한겨울의 멀린캐년은 꽁꽁 얼어있기 때문에 그냥 걸어다니기에는 너무 미끄럽다. 투어를 이용했기 때문에 바닥에 스파이크가 있는 고무장화를 신었지만, 개별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은 얼음위를 이리저리 미끌려다니느라 정신없었다. 뭐, 저렴하게 볼 생각이고 차가 있다면 그냥 가볍게 신발에 부착하는 스파이크를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얼어붙은 계곡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런 모습은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는데, 작은 곳에서 발견하는 얼음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특히, 작은 동굴속으로 들어가서 본 천장을 가득 메운 고드름은 그 중에서도 압권이었다. 천장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약한 빛을 받아서 영롱하게 보이는 고드름의 모습이 내가 알고있는 그런 고드름의 모습이 아니었다. 고개을 한껏 꺽어 천장을 바라보느라 목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한참동안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멀린캐년은 겨울이면 빙벽등반 장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멀린캐년의 중반에 위치한 이 지점은 난이도도 높지 않고 쉽게 등반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보통 여러명이 팀을 이뤄서 등반을 하는데, 등반을 하는 사람 밑으로는 얼음 조각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등반을 잠시 중단했을 때 그곳을 지나가야 한다.


조금 전까지 얼음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조각품들을 구경하느라 목이 아팠는데, 이번에는 빙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목이 아프다. 이상하게 멀린캐년을 돌아다니면서 정면보다는 위를 쳐다봐야 할 일이 많다.



겨울 멀린캐년 아이스워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계곡 그 자체이다. 오랜 시간동안 물이 계곡을 깎아내려서 만들어낸 멋진 풍경은 겨울에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물이 흐르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계곡은 겨울에만 방문객들에게 그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재스퍼 국립공원의 겨울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가이드를 따라 계속해서 들어가면서 보는 멀린캐년은 그야말로 장관의 연속이다. 계곡은 한번에 10사람이 지나가도 될 정도로 넓다가도, 1명정도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로 변하기도 한다. 날씨가 맑은 날 왔더라면 계곡 사이로 비추는 빛이 더 장관이었을 것 같지만, 흐린 날씨이기 때문에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멀린캐년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종착점 쯤에 다 와가면 커다란 공간을 볼 수 있는데, 위를 쳐다보면 원 모양으로 계곡이 깎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역시도 한껏 위를 올려다봐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이곳은 물이 소용돌이 치면서 흘러간 곳이다보니 이렇게 넓은 원 형태가 되었다.




그렇게 계속 얼음 위를 따라 걷다보면 멀린캐년의 마지막 지점에 도착한다. 그곳이 마지막이라는 것은 이렇게 경사도가 꽤 있는 얼음 덕분에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물론 스파이크를 가지고 조심조심 올라가면 더 가 볼 수도 있겠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경사가 심해서 일반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쨌뜬, 이곳을 반환점으로 해서 다시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보는 멀린캐년은 처음 이곳에 들어올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어떤 사물을 보더라도 역시 보는 각도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사실인듯.


돌아오는 길에 멀리 눈덮인 설산이 보인다. 풍경만으로 본다면 3월이 아니라 한겨울이라고 해도 믿을 듯 싶다. 뭐, 온도로만 봐도 한겨울이 맞기는 하지만..



이 물은 지하수인데, 그 온도 때문에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덕분에 사시사철 이렇게 흐르긴 하지만, 이 시기에는 엄청나게 차가운 것도 사실이다. 단지 얼지 않았을 뿐.


그렇게 반나절의 아이스워크가 끝이 났다. 투어를 마치고 난 이후에 투어 가이드에게 5불정도의 팁을 주는 것은 예의. 어쨌든, 멀린캐년의 가을과 겨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어떤 곳이던지 단 한번 여행을 가는 것으로는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스퍼에 그래도 여러날을 머물렀던 덕분에 조금 더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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