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블로거인 내가 맛집블로거가 될 수 없는 이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마음.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아진다. 옛날에 헝그리하게 여행을 할 때에는 음식에도 돈을 아끼려고, 3일 내내 식빵과 잼만을 들고다니면서 여행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음식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예전보다는 그래도 음식을 먹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달까? 그래서 지금 블로그에 글을 쓸때면 해외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들이 자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내게 "김치군님은 해외 여행 나가면 맛있는 것만 드셔서 좋으시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근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로 해외를 나가게 되는 경우에는 비용을 내가 내지 않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그런 음식 포스팅들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갈 때에는 음식에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끔가다일 뿐. 보통은 저렴한 길거리음식이나 가볍게 요리를 해서 먹는 것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주의 경우에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좀 괜찮은 식당을 갔다하면 $20~30은 기본인 경우가 많고, 유럽에서도 10유로 이하로 괜찮은 요리를 먹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동남아나 그런 곳에서는 그래도 길거리 음식들이 싸고 맛있고, 식당의 가격도 덜 부담스러우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그렇다보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경우는 여행 도중에 어쩌다 한번이지만, 포스팅은 아무래도 잘 나온 사진과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보여주고 싶다보니 해외에서 좋은 곳에 간 사진을 올리게 된다. 결국 잘 먹은 사진들만 올리게 된다는 것. 하지만, 글을 잘 읽다보면 각 나라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고서 쓴 글이라거나, 그 나라의 과일같은 것들을 다룬 포스팅도 은근히 많다. 어쩌면 그런 식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사실 올리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는 것. 하루 숙박비 2~3만원짜리 숙소에서 묵으면서, 4~5만원짜리 음식을 먹기란 쉬운 결심은 아니니까. 가끔 눈돌아가서 그 지역 최고의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모험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1년에 한두번정도.

그래도 음식 사진을 올리기에 재미있는 나라들이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비싸지만, 음식의 비주얼이 굉장히 뛰어나고 맛집의 개념이 확실해서 글을 올리기에 참 편하다. 아니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멕시코와 같이 길거리 음식들이 너무나도 재미있고 맛있는 음식인 곳들도 많다. 반면에 모로코라거나 쿠바와 같이 딱히 맛집의 개념도 별로 없고 비슷한 식사를 자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음식 관련 포스팅을 하기가 쉽지 않다. 



나와 같은 여행블로거는 맛집블로거가 될 수 없다.

어쨌든 여행을 하면서 맛있는 것을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인데, 왜 맛집블로거가 될 수 없다고 말을 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내 입맛에 있다. 모든 여행 블로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다양한 나라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입맛이 절대 까다로워서는 안된다. 장기로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나라의 음식에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그 여행 자체가 고통스러워 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배낭여행을 메인으로 하는 여행블로거라면 입맛은 일반 사람들보다 맛의 기준이 훨씬 낮아야 한다. 쿠바와 같은 곳에서 정말 없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별 불만없이 여행할 수 있는 그런 자세가 되어야 여행도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맛집 블로거가 되기란 쉽지 않다. 미각을 가진 사람으로써 좋은 재료를 사용한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경우에는 사실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왠만큼 맛없는 음식도 워낙 식성도 좋고 입맛도 까다롭지 않다보니 다 잘 먹는다. 남들이 정말 맛없다고 평가한 식당에 가서도 "어 이상하네.. 난 맛있는데?"라며 먹어본적이 부지기수고, 길거리에 보이는 음식들도 쉴새없이 주워먹곤 한다. 장염도 두어번 걸려봤지만, 사실 끊임없는 식욕을 줄이지는 못했다.

여행블로거로써 해외에서 먹은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하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렵지 않다. 현지에서 먹은 음식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생소한 경우가 많고, 내 기준에서 왠만큼 맛있으면 그냥 맛있다고 표현해도 큰 부담이 없다. 보통 정말 맛집의 경우에는 식당의 이름과 위치를 다 공개하지만, 때때로는 나 역시 식당의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고.. 워낙 안유명한 곳도 많이 다니다보니 그냥 소개를 한다는 개념에서는 사실 큰 문제가 없다. 어떻게 보면 해외 맛집(하지만, 내가 가는 곳이 다 맛집은 아니다.)블로거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난 맛집 블로거가 되기엔 영 자격이 없다. 이거 원.. 도대체 맛없는 식당이 있어야 맛집과 맛없는 집을 구분할텐데.. 그냥 다 맛있다. 음, 여긴 조미료를 좀 더 썼네. 그래도 맛있네. 하고 말아버리니 가는 집이 모두 맛집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많은 사람들의 평가가 좋아서 간 맛집이라면 그래도 어떻게 맛집이라고 소개하겠지만, 그냥 걸어가다가 배고파서 들어간 집에서 음식이 맛있었는데 이게 정말 다른 사람 입맛에도 맛있을지 걱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도 "너 진짜 왠만큼 맛없지 않고는 다 잘 먹는구나?"라는 평가를 할 정도이니까. 나도 내 입맛으로 맛집을 소개하기엔 두려움이 앞선다.



제가 소개한 곳이 다 맛집은 아닐수도 있습니다요.

다행히 여행블로거로써 한국의 식당보다는 외국의 식당을 소개하고, 그래도 음식이라는 것이 개인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 음식점에 대한 내 블로그 글과 평가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뭐라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한국의 식당을 난 맛있다고 소개했는데, "김치님 믿고 갔는데, 전 영 아니던데요."라는 말은 몇번 들어봤다. 어쩌랴. 난 정말로 거기 맛있었는데ㅠㅠ. 가끔 맛집블로거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서, 그 사람들이 이 재료는 어떻고, 여긴 맛이 어떠며, 이건 뭘 사용해서 별로다. 라는 평가를 듣고 있을 때면.. 난 "그냥 맛있는데."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어쩌면 그냥 눈으로 보고 먹는데 집중하는지도 모르겠다.

주위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 난 엄청난 속도로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라고 한다. 정말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별별 음식을 다 먹어봤지만,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별로 찾지 못했다. 고수풀이야 없어서 못먹을정도고, 왠만한 향신료는 다 맛있다. 한국사람답지 않게 매운음식을 아주 잘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남들 먹는 정도는 먹는다. 그래도, 여행을 하면 정말 맛없는 음식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그냥 눈 딱 감고 먹으면 된다. 또 안먹으면 되니까.

그래도 이런 내 식성을 좀 더 고급스럽게 발전시켜서 맛집블로거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은 거지만, 맛없는 음식을 남들처럼 "맛없다"라고 느끼며 먹기보다는 지금처럼 그냥 "먹을만하네. 괜찮네"라고 말하면서 먹고 싶기 때문이다. "난 이 나라 음식은 영 입에 안맞더라." 라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 그 나라에 있는 것이 더 힘들어 질 테니까. 그냥 이대로 해외의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하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맛있지만, 맛을 보장하지는 못하는" 블로거로써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그래도 비싸고 맛있는 건 구분하긴 하니까;;

앞으로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은 맛집 블로거가 될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렇기에, 난 어쩔 수 없는 여행블로거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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