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산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 - 흐린 하늘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 었던 록키산맥 [미국 렌터카 여행 #53]


록키 산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에 대한 기대가 꽤나 컸던 우리였던지라, 근처 볼더(Boulder)지역에 숙소를 잡아두고서 하루를 미뤄가면서까지 록키 산 국립공원의 일정을 조절했지만 날씨는 우리를 그닥 반기지 않는 듯 싶었다. 일정을 조절하느라 하루를 쉬면서 보낸게 아까워서, 둘째날에는 흐린 날씨와는 상관 없이 일단 록키 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은 그냥 흐리다 싶었는데, 국립공원의 비버 메도우스(Beaver Meadows) 비지터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폭우가 쏟아졌다. 일단 주차를 하고 나서 비지터 센터로 뛰어들어갔다. 30분 정도 기다려보고 폭우가 그치면 국립공원을 돌아보기로 하고, 만약 비가 계속 내리면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록키 산 국립공원을 떠나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직원분에게 어디를 둘러볼지에 대한 조언을 들으면서, 혹시 오늘 날씨가 어떻게 될지 넌지시 물어봤다. 역시나 답변은 "오늘 일기예보에는 계속 비가 온다네요."라는 전형적인 답변이었다. 뭐, 날씨야 사람인 이상 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그래서 일단 밖의 상황을 보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비지터 센터 내부의 창문을 통해서 본 바깥 풍경.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여전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폭우는 살짝 물러갔지만, 언제 다시 비의 강도가 강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보고 싶은 록키 산 국립공원의 풍경은 이런 풍경이었는데. 사진은 비지터 센터에 걸려있던 사진을 다시 찍은 모습;;



다행히 비지터 센터 내에서 록키 국립공원의 풍경과 역사에 관한 짧은 영상을 상영하고 있어서 그 것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느낀거지만, 날씨가 좋은 록키 산 국립공원은 참 멋지다는 것. 그냥 마음만 안타까워질 따름이었다. 그런데, 신의 가호가 있었던 걸까. 영상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거짓말 같이 비가 그쳤다.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차를 타고 바로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비버 메도우스 입구에 도착할 때 쯤에는 하늘에 파란색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하더니..


조금 시간이 더 지나자 파란 하늘로 변했다. 파란하늘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은 단지 몇분 뿐이고, 다시 흐린 하늘로 변해버렸지만..그래도 오늘 이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 날씨가 좋다고 말을 건넸더니, 운이 좋은거라면서 웃어주시던 레인저 분. 록키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20이다. 그러면서 날씨가 더 나빠지기 전에 산으로 올라가 내려다 볼 수 있는 풍경부터 보라며 조언을 해 주셨다.


우리는 비지터 센터에서 추천한대로 가장 먼저 매니 파크 커브(Many Parks Curve)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밑에서는 분명히 날씨가 맑은데,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안개가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날씨가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다보니 해발이 높은 곳은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해서 시야가 잘 나오지 않는 듯 싶었다.


올라가다가 일단 중간에 있는 포인트에서 잠깐 차를 멈췄다. 그냥 보더라도 위쪽으로 안개가 너무 심해서 얼마나 더 잘 보일까 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여기서 잠깐 풍경을 보고 올라갈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까지 보이기는 하는데, 뭐.. 썩 잘보인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풍경이었다. 저 구름만 싹 지나가버리면 참 멋진 풍경이 펼쳐질 것 같은데..


록키 산 국립공원은 다양한 야생동물이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안좋은 날씨 덕분에 동물들을 하나도 보지 못했지만, 다른 분들의 여행기를 보면 꽤 많은 동물들을 만났음을 알 수 있었다. 뭐, 여행의 막바지에는 저런 다람쥐 정도는 눈에 너무 많이 채여서 신기해하지 않는 수준까지 가기는 했지만.



다음으로 이동했던 Many Parks Curve 포인트. 하늘에는 파란빛이 살짝 보이지만,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전멸이다.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잠깐 잠깐 풍경을 보여줄 떄가 그래도 유일하게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잠깐이지만, 하얀 눈이 쌓인 멋진 풍경이 지나갈 때 쯤이면 나중에 꼭 이곳에 다시 찾아와서 저 멋진 풍경을 보고 말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과연 또 언제쯤 올 수 있을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뷰포인트에서 멋진 풍경을 내려다보며, 구름이 새삼 더 미워졌다. 그래도 바로 위 사진은 구름이 많이 걷혀서 꽤 멀리까지 보이긴 하지만.. 하이라이트인 산 정상들이 보이지 않으니 낭패.


그런데 또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우박의 굵기만큼이나 맞으면 아플정도였는데, 이상하게 콜로라도에서 우박을 여러번 만나는 것 같다. 콜로라도 주에 7일정도 머물렀는데, 그 중 우박을 3번이나 만났다. 이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잦은 우박횟수였다.;;


그렇지만 우박을 맞으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뭐 취향이라고 하는 수밖에. 나는 카메라에 손상이 갈까봐 얼른 카메라를 옷 속에 집어넣고 차 안으로 들어와서 우박이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선루프를 열고 하늘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우박이 멈췄다. 약 10분정도 우박이 쏟아진 것 같은데, 바닥에는 떨어진 우박들이 채 녹지않아서 바람과 함께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짜잔~ 하면서 등장한 무지개.

맞으면 아팠던 잠깐동안의 우박이었지만, 저쪽에서는 비로 내렸는지.. 선명한 무지개가 나타나 있었다. 빨주노초파남보.. 모두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이정도로 선명한 무지개는 만나본적이 별로 없었는데.. 록키 산맥이 멋진 풍경을 보여주지 못해서 못내 미안했는지, 우리를 아름다운 무지개로 달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차를 몰고 내려오니, 위의 구름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산 위에 걸쳐져 있는 구름들이 내심 더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이 곳이 해발이 낮은 곳이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어서, 록키산맥 국립공원은 해발 2000~3000m 사이에 걸쳐있기 때문에 절대 낮다고 하기는 힘들다. 바로 옆에 있는 덴버도 마일하이시티(1mile high city)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니.. 이 지역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새삼 감이 올 만 하다.

그리고, 고도가 높은 만큼 술도 빨리 취한다는 사실. ^^


그렇게 도로를 내려와 쉽 레이크(Sheep lakes)로 이동했다. 연못과 함께 록키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뭐 날씨가 아쉬운 날이었으니.. 그저 풍경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구름에 가득 쌓여있던 쉽 레이크 지역의 풍경. 그래도 멋지긴 멋졌다. 그러고보니, 왜 이름이 쉽 레이크일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양들이 많아서..?


우리의 애마였던 벤츠 GLK350. 한국에서는 절대 몰일이 없는 클래스의 차지만, 이전에도 이야기 했듯 행운이 겹쳐서 업그레이드에 업그레이드를 받았던 좋은 차였다. 아 생각해보니 정말 맘에 들었었는데, 다시 이런 차를 몰 일은 없겠지..아흑. ㅠㅠ


그렇게 구름 가득한 록키 국립공원의 풍경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얼루비얼 팬(Alluvial Fan)으로 이동했다. 이곳의 짧은 트레일은 로어링 리버와 함께 멋진 풍경을 가졌고, 산양들을 볼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고 해서 방문해 보았다. 원래대로라면 록키 산 국립공원에서 1박 2일을 보내는 일정이었지만, 뭐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으니까..


입구에서 가까운 쪽의 주차장. 여기서부터 트레일이 시작되는데, 반대편까지는 트레일을 따라서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도로를 따라서 걸어오면 좀 더 쉽게 짧은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안개와 구름이 가득한 록키 산 국립공원이었지만, 이 트레일은 덕분에 풀과 나뭇잎의 녹색이 더 진하게 색을 발하고 있었다. 다른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트레일만큼은 날씨가 흐려서 더 멋진 트레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위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숲 내음에 깊은 숨을 여러번 들이마시면서 즐겁게 걸었던 트레일이기도 하다.





이 작은 폭포는 머미 산(Mymmy mountain)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로어링 리버(Roaring River)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별다른 이름은 붙어있지 않았지만, 계단형태로 내려오는 폭포의 모습이 꽤나 매력적인 녀석이었다. 트레일의 거의 끝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풍경으로는 딱 멋진.. 그런 곳이었다.


이렇게 흘러내려간 물은 다른 물줄기들을 만나 록키산맥 아래로 계속해서 흘러내려간다. 물이 흘러내려가는 소리가 꽤나 경쾌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트레일. 이 트레일은 이렇게 반듯하게 포장이 되어 있어서 걷기도 굉장히 수월하고, 30분 정도면 걸어갈 수 있기때문에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기도 하다. 날씨만 더 좋았다면 록키 산 국립공원의 곳곳을 모두 돌아다녔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는게 오히려 다소 아쉬울 따름이다.


트레일의 끝에 오니 사람들이 망원경을 들고 산위의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때 비지터 센터에서 말한 산양들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산을 쳐다보니 깨알같이 산양들이 풀을 띁고 있었다.


그러니까, 눈으로 보면 딱 이정도의 크기로 산양들이 보였다.;;


300mm 렌즈로 조금 더 당겨보니 보이는 산양들의 모습들. 이 곳에는 거의 항상 산양들이 있기 때문에 이 포인트에서는 언제나 산양들을 볼 수 있다고는 하는데, 워낙 거리가 멀어서 아주 잘 보이지는 않아.. 망원경은 필수. 아니면 300m 정도는 되는 렌즈가 필요한 듯 싶다.


그렇게 반나절 정도 록키 산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다시 덴버로 돌아왔다. 날씨 좋은 날 하루정도를 꼬박 투자해서 록키 산 국립공원을 둘러봤다면 정말 만족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내심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게 콜로라도 주는 나에게 비오는 주라는 이미지로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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