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원색과 파스텔톤이 가득한 마을,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


오늘은 홈스테이 호스트인 엘낀, 그리고 그 친구인 후안과 함께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로 향하는 날입니다. 정확히 말해서는 그 둘의 여행에 제가 끼어든 것이기도 하지만, 언제쯤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마침 그곳에 놀러간다기에 따라나서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를 했습니다. 엘낀이 일을 하는 관계로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지요.


메데진은 분지도시이기는 한데, 우리가 대구에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높이를 가진 산들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지요. 남쪽을 제외한 도시의 모든 방향이 이렇게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이런 산을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넘어가야 할 산의 난이도가 거의 미시령급인데 도로의 포장 난이도는 시골길입니다. 가끔 차 2대가 지나가기 힘든 길이 나올 정도이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이 상상이 가지요.


그래서 메데진의 서쪽과 연결한 것이 바로 이 터널입니다. 정확한 총 연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옆에서 엘낀이 “이게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이야!!”라고 외치던 것은 기억이 나네요. 터널을 막히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20분 넘게 달려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짧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아쉽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이 아닐지라도 확실히 길기는 긴 터널이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구요.

얼마전에 뚫린 비싸디 비싼 사패산 터널은 비교도 안될정도였어요.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로 달리다보면 이렇게 산 중턱에 작은 마을이 형성되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목축이나 기타 농업에 종사하는 마을일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1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도착한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는 전형적인 스페인 콜로니얼 양식의 도시였습니다. 한때 안띠오끼아의 주도를 담당하기도 했던 도시이지만, 현재는 그 주도의 역할을 메데진에 넘겨준 곳이기도 하지요.
   
오래된 양식으로 가득하고, 도시가 만들어질 때에는 자동차가 다닐것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도로의 폭이 굉장히 좁았습니다. 거기다가 도시 대부분의 도로가 일방통행이었습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주차할 곳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니 주차할 방법이 없었을까요?


엘낀은 차를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한 아이에게 손짓을 합니다. 아이가 다가오자 엘낀이 물어보네요.

“이 근처에 주차할데가 있니?”

“그럼요. 절 따라오세요!”

아이가 안내한 곳은 한 집의 뒤뜰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이렇게 뒤뜰에 주차공간을 마련해주고 돈을 받는, 일종의 주차장 사업을 하고 있더라구요. 좁은 도로에서 차를 돌려서, 저 좁은 문으로 들어와 주차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결국은 들어왔습니다. 생각해보니 나갈때도 걱정이네요.

그래도 엘낀은 별 무리없이 주차를 했다는데 만족해 하네요.

엘낀과 후안은 이곳에 자주 온다는 듯, 자신들은 멤버쉽이 있는 호텔의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있을테니 도시 구경을 하다가 돌아오라며 제게 지도에 호텔 위치를 표시해 줬습니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엘낀과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4시경이니 이제 제가 돌아다닐 시간도 넉넉하네요. 그러고보니, 고도가 훨씬 낮은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는 메데진에 비해서 훨씬 덥습니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서 동상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자원봉사”라는 띠를 어깨부터 허리에 두르고 있는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이곳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기 시작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경우라면 99%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저씨, 가이드 필요 없어요.”

그러자 아저씨, 정색을 하며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줍니다.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의 관광청 마크와 자신의 사진이 찍혀있는 신분증에는 자원봉사 가이드라는 말이 적혀있네요.

“자원봉사로 하는거야. 돈 안받으니까 걱정마.”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시지만, 역사와 관련된 내용이 섞인 난이도의 스페인어를 제가 다 알아들을리가 없습니다.

“설명은 감사한데, 저 내용은 다 이해가 안가요..”

“그래? 근데, 어디서 왔어?”

어차피 이해를 못할거라는 판단을 했는지, 전형적인 관광객에게 하는 질문을 시작합니다. 물론, 우리의 대화는 “꼬레아 굳”이라는 결론으로 끝났지만요.

“뭐 지금은 설명해도 못알아들을테니, 나중에 스페인어를 더 잘하게되면 그때 다시 와. 그때는 자세하게 설명해 줄테니..”

하며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엘낀에게 하니 보통 그렇게 가이드가 와서 설명을 해주면 관광객이 팁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경우는 제대로 이해를 못하니 아저씨가 설명을 못해서 그런거 아니겠냐고 하네요. 대부분 자발적인 팁정도를 받는 수준이지만, 가끔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코멘트와 함께요.





그렇게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의 길거리를 걸어다닙니다. 오전이라 그런지 길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네요. 가끔씩 사람들이 저를 발견하면 신기하다는 듯이 손을 흔듭니다. 혹은, 그냥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네요.

그러고보니 1시간 가까이 이래저래 걸어다니면서도 동양인을 한명도 못봤습니다. 물론, 떠날때까지도 동양인은 한명도 못봤습니다.-_-;



콜로니얼 양식과 콜롬비아의 독특한 창문들이 만난 건축양식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하늘색, 밝은 노란색 등의 파스텔톤과 녹색, 갈색 등의 원색이 섞인 마을의 모습은 왠지 꽤 이쁘게 보입니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봤던 색은 다른 건물들과 잘 조화된 것이었다면, 반대로 이곳은 조금씩 이질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입니다.




물론 메인이 되는 거리들은 이쁘게 색칠이 되어있지만, 조금 외곽으로 벗어나면 벽돌을 쌓아서 만든 전형적인 양식의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시내보다는 약간 외곽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네요.




걸어다니면서 몇장 더 스냅으로 찍어보았습니다 ^^;







어떤 곳은 원색, 어떤곳은 파스텔톤.. 다양한 색깔이 섞여있지만..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같은 패턴의 색을 사용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죠. 벽의 색이 비슷하면 문과 창문의 색깔이 다르거나,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기도 했지요. 특히 문과 창문이 한국에서 많이 보지 못하는 그런 양식들이다보니 더더욱 이쁘다는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어요.


겉은 저렇게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안쪽에 정원을 가지고 있는 집들도 은근힘 ㅏㄶ았답니다.


벽돌로만든 벤치(?)와 버려진 손수레..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대부분의 집은 칠을 안하고 이렇게 벽돌 상태로 되어있는 경우가 더 많아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의 길은 대부분 일방통행입니다. 아스팔트바닥이 아니라서 울퉁불퉁 한 느낌이, 차를 타고 지나갈때도 그대로 전해져요.


콜롬비아에서 LG는 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이 한국이라고 하면, LG, 삼성, 현대라는 브랜드를 알 정도로, 한국꺼라는 이미지가 잘 반영되어 있더군요. 한국 물건이 고급이라는 이미지도 있구요.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의 광장입니다. 주말이었는데도 햇살이 강렬해지는 오후가 되니 사람이 하나도 안보이더라구요. 하지만, 근처의 카페만 보더라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마도 더위를 피해서 카페로 들어간 것이겠지요. 광장에는 사탕수수로 만든 주스를 팔고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맛이 별로였어요 ㅎㅎ..


여기서 점심도 해결했는데, 점심 사진은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후식으로 먹었던 아이스크림 사진만 남아있네요. 네.. 혼자 먹었습니다. 3가지 맛을 골라서 와플스타일의 과자 위에 얹어서 먹는거였는데, 점심도 많이 먹은데다가 먹으려니 어휴.. 양이 꽤 많더라구요. 물론, 하나도 안남기고 다 먹었습니다. 먹는걸 남기면 안되니까요 ㅎㅎ..


그렇게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 한장 찰칵.. 뭐, 순수한 어린이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든 녀석들이었고 ㅎㅎ.. 그냥 하도 질문이 많길래 다 대답해주다가는 그냥 하루가 다 가버릴 거 같더라구요. 뭐, 녀석들이야 그냥 동양인이 신기했던걸로 보였습니다만서도.. 자기네들끼리 놀다가 같이 놀 누군가가 생겼다는 차이겠지요.




마을 자체가 너무 이쁘다보니 돌아다니고, 돌아다녀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엘낀이 있는 곳으로 가서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돌아가기전에 엘낀은 운전을 해야 할 것이 너무 피곤하다며 커피를 마시자고 호텔 옆에 있는 카페로 갔습니다. 까페는 꽤 오래된 느낌이지만 하얀색의 시트위에 파란색과 노란색의 시트를 얹어서 낸 분위기 만큼은 일품입니다. ^^;; 의자는 학교에서 공부할 때 쓰던 그런 의자네요 ^^..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길을 떠났습니다. 콜롬비아에서 마시는 진한 커피의 향은 정말 다른 곳 부럽지 않았었는데 말이죠. 아직도, 가끔씩 콜롬비아의 그 커피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그 부드러우면서도 향긋했던 커피의 맛이요. 거기다가 가격도 무척싸서 참 좋았었는데, 한국에서 비싼 커피를 마시려니 가슴이 아프군요. 사실, 제 지갑이 더 아픕니다;;

그렇게 산타페 데 안띠오끼아를 떠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터널에 문제가 있어서 결국 터널을 이용 못하고, 미시령보다 험한 안데스산맥을 넘어와야 했답니다. 터널을 이용못한 차들까지 겹쳐서 거의 아수라장이었지요. 올때는 1시간 반밖에 안걸렸던 곳이었는데, 돌아올때는 거의 4시간 가깝게 걸렸습니다. 정말 긴 운전이었어요.

그리고 피곤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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