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43 - 스노우 트레인을 타고 재스퍼로 고고고!


웨스트에드먼튼몰에서 돌아와 오후 기차를 타고 재스퍼로 갈 준비를 했다. 오전에 타고왔던 기차를 타고 가면 식사를 공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360도를 통유리덕에 볼 수 있다는 스노우트레인을 타는 궁금증을 이기지는 못했다. 거기다가, 이 스노우 트레인은 겨울 한정으로 운행하는 열차이기 때문에 언제 또 이 열차를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이 열차를 타게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다행히도 캔레일패스로도 탑승 가능.


이 열차는 한시적으로 운행하는 열차이다보니 일반사람들보다는, 에드먼튼에서 재스퍼까지 2박 3일정도의 단기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패키지형태로 많이 판매된다. 호텔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스키나 트래킹등을 즐기고 대시 애드먼튼으로 들어오는 일종의 주말패키지라고 보면 적당하다. 물론, 나는 그 패키지와는 상관없는 일반 탑승객. 나같이 탑승하는 사람은 몇명 없는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스노우 트레인의 360도를 볼 수 있는 통유리. 천장은 햇빛을 감안해서 좀 더 짙게 코팅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변을 보는데는 별다른 부담이 없다. 보통 기차하면 다른 교통수단보다 창문이 크기는 한데, 이렇게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기차는 좀 더 신선했다. 사실, 사진 한장보고 "타고싶다!"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모두 유리로 덮여있어서 춥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유리와 좌석 사이에는 이렇게 일정 온도의 공기가 나오는 에어커튼이 있었다. 물론 따뜻한 정도라기 보다는 조금 선선했지만, 영하를 넘나드는 바깥의 온도를 차단해주는 정도로는 충분했다.


이 스노우트레인도 이렇게 레버를 통해서 좌석을 돌릴 수 있도록 되어있다. 물론, 마주보고 앉으면 발을 놓을 공간이 좁아지는 것은 어느기차나 공통.


캐나다의 기차들은 대부분 공간이 넓은 편. 아마 캐나다 사람들의 표준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겠지. 이날 탔을 때 탑승율은 80%정도여서 내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덕분에 재스퍼까지 편하게 노트북도 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올 수 있었다.


이전에 비아레일 기차는 일등석을 탔었기 때문에 식사가 제공되었지만, 여기서는 식사를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 에드먼튼몰에서 별다른 먹거리를 사오지 못했던 관계로, 굉장히 배가 고파서 기차안에서 파는 것을 사먹기로 했다. 하지만, 식사시간이 아니었던 관계로 대부분 과자나 쿠키와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식사의 선택은 서브웨이 샌드위치. 가격이 좀 비쌌다. ㅠㅠ.. 풋롱사이즈도 아닌 일반 샌드위치가 6불.. 하지만, 기차안이니까;;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비아레일 직원들이 타서, 사람들의 기차표를 검사했다. 거기다가 이 사람들 중 많은 숫자가 패키지인지, 인솔자로 보이는 분들이 사람들에게 앞으로 있을 여행의 안내사항에 대해서 한번 더 안내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 ㅎㅎ


배가 고파서 주문을 하니, 멋지게 생기신 남자분이 서빙을 하셨다. 대각선 자리에 앉으셨던 분들은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맥주를 주문했고, 나는 콜라는 가지고 왔던 관계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만을 주문했다. 저녁 늦게까지 달릴 열차이기 때문에 배가 고플것 같기는 했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하고 기차 안에서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과정이 끝나고 기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이날은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 아니라, 그저 흐린 날이기는 했지만 기차 안에서 시야가 뻥 뚫려있다는 것이 얼마나 탑승자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도 이런 종류의 열차가 도입된다면 꽤 인기있지 않을까 싶다. 햇빛이 강한 여름보다는, 한국에서도 눈발이 흩날리는 날 달리는 눈꽃열차 같은 느낌이면 더 좋을 듯.




겨울의 끝자락이었지만, 에드먼튼에서 재스퍼로 향하는 길에는 여전히 눈이 가득했다. 다만, 겨울이라 해가 일찍 지기시작하는 시점이라서 전체적으로 조금 어두운 느낌이었다. 내심 록키산맥의 중앙에 있는 재스퍼에 도착하기 전에 해가 져서 아무것도 안보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정도로 늦지는 않았다. 다만, 스노우 트레인을 타고 록키산맥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에드먼튼->재스퍼 구간보다는 재스퍼->에드먼튼 구간을 이용하는게 더 나을 듯 싶다.


기차 내에 비치되어 있는 잡지와 액티비티. 기차를 접고, 색칠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액티비티는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기차 안에서는 이벤트의 일환으로 추첨을 통해서 선물을 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나도 응모를 했지만, 역시 이런 추첨에서 당첨되본적이 거의 없는 역사 그대로 당첨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모킹 브레이크.

기차가 맞은편에서 오는 화물열차에게 자리를 내주느라 잠깐 멈춘 순간 사람들이 후다닥 내렸다. 멈춘 이유는 기차 통과에 따른 대기였지만, 사람들에게는 스모킹 브레이크였다. 물론, 가볍게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는 분들이 대부분. 한국이나 외국이나 이런건 왠지 비슷비슷한 풍경인 것 같은 느낌.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다.


하늘이 조금 더 어두워지자 좌석의 조명을 킨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났다. 나는 노트북만 하고 있었던 관계로 조명을 킬 필요는 없었지만, 의외로 조명을 킨 기차 내부가 이쁘다.



에드먼튼에서 재스퍼까지는 6시간 가까이 걸리는 꽤나 긴 이동이다. 3-4시간은 노트북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보냈는데. 재스퍼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듯 멀리 설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록키산맥으로 들어가는 듯 싶었다.




해가 밝을 때 록키산맥을 봐야지 멋있을거야.. 하는 생각과는 다르게 해가 살짝 지고 있는 순간에서의 산을 보는것도 꽤나 낭만있었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과 멋진 산을 기차안에서 탁 트인 유리를 통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랄까. 내 옆자리에 앉았던 커플 분들은 작은 와인을 한병씩 마시면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 역시도 다음에는 혼자가 아닌 연인과 함께 이런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해가 넘어가고 어둑어둑 해진 시간에 기차안의 조명은 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순간 동안 모두 조용했고, 승무원 마저도 의자에 기대에 멀리 록키 산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간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라던 그의 코멘트.




차창밖으로 보이는 록키의 풍경. 눈이 가득한 록키의 풍경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을만한 그런 풍경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봤을 때 저런 산이 보이는 느낌을 어떨까. 음.. 한 1년쯤은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달리는 길에 동물들이 보였다. 카리부같기도 하고, 큰뿔야생양 같기도 하고.. ^^;;;


그렇게 하늘이 코발트빛으로 바뀔 무렵, 기차는 재스퍼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려진 짐들. 짐은 따로 실었기 때문에 이렇게 짐을 다 꺼내 놓은 다음에, 짐 태그와 비교해서 자기 짐을 가져갈 수 있게 해 놓았다. 내 K2 배낭은 자꾸 쓰러져서인지 배낭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세워놓았길래 다른 짐들과 함께 찰칵. 이제 재스퍼에서 짧지 않은 일정이 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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