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소를 모는 카우보이가 되어보다, 새들백 랜치 - 스팀보트 스프링스


미국은 소비지향적 국가로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하고, 하이테크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많이 비춰진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 대도시의 이야기일 뿐, 조금만 미국의 시골로 들어가면 소박한 전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초원에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카우보이들이 소를 모는 그런 풍경들 말이다. 한국에서는 어째서인지 '소'하면 텍사스가 먼저 떠오르지만(아마 텍사스 소떼와 관련된 유머 때문일지도), 콜로라도도 록키산맥의 자락에 수많은 농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콜로라도주의 덴버로 가는 길에 조금 떨어져 있는 스팀보트스프링스를 거쳐가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바로 카우보이가 되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단순히 말을 타는 체험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여기서는 직접 말을 타고서 소를 모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카우보이가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는 만들어진 환경에서 소를 모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만 타는 것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곳은 새들백 랜치(Saddleback Ranch). 인터넷에서 평을 보고 찾았던 곳인데, 스팀보트 스프링스에서도 꽤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산속에 있는 농장이어서 그런지 농장으로 진입하는 길은 당연하다는 듯이 비포장 도로. 하지만, 관리를 잘 해 놔서인지 일반 도로와 큰 차이없이 편히 달릴 수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해놓고 갔던터라, 도착하자마자 말들이 벌써 준비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소규모 예약만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체험을 하기 힘든 곳이기도 해서 미리미리 서둘렀었다. 오늘 우리의 동행은 콜로라도의 멋진 카우보이와 그의 두 딸들이었다. 어려서부터 농장에서 태어나 자라난 그녀들은 어린 외모와는 다르게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카우걸들이었다.



그녀들이 탈 말은 우리가 탈 말 보다는 조금은 작은 말. 아마도 나이가 어린 녀석인 듯 싶었는데, 그녀들의 체구에 딱 맞아서였을까.. 말을 컨트롤 하는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역시, 목장의 딸?



말을 타고 본격적으로 출발하기 전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 다녀오는 길에 오피스 내부에 있던 다양한 안장들을 비롯한 많은 장비들을 볼 수 있었다. 말 안장을 새들(saddle)이라고 하는데, 이 목장의 이름이 새들백 랜치(Saddleback Ranch)이다. 말안장의 모습(Saddleback)을 한 목장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구릉의 모습이 꼭 말 안장처럼 보였다. 


목장 주인분의 도움을 받아 우리도 한명 한명 말에 올라탔고(태양군이 탄 저 말은 똥싸개에 먹보였다.-_-), 바로 목장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말을 타보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탈 때마다 뭔가 긴장된달까. 내 의지이긴 하지만, 다른 동물에 올라탄 채로 움직이는 것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리 다음에 올라탄 두명의 꼬마 숙녀들. 우리보다 쉽게 말에 올라타고, 말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모습에서 프로의 향기를 살짝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이 아가씨들이 자라게 되면 영화에서나 보던 멋진 카우걸이 되는걸까? ^^ 그래도, 어린 나이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오면 이렇게 함께 말을 타는 것이 요즘의 일상이라고 한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서 우리는 소들이 모여있는 목장 쪽으로 이동을 했다. 처음 출발을 했던 곳은 말들이 모여있는 마굿간과 농장의 오피스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말을 타고 조금 걸어가야 소들이 있는 목장의 입구쪽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이 넓은 땅이 모두 이 새들백랜치에서 소유한 땅이라고 했다. 이곳에 이렇게 말을 타고 카우보이가 되는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말들은 모두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안다는 듯이 길을 따라서 터벅터벅 걸어갔다.


아침 일찍에는 날씨가 조금 흐린 듯 하더니, 본격적으로 말을 타기 시작한 오전 10시쯤에는 날씨가 점점 맑아오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구름 너머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땅도 본연의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태양군의 말은 정말 먹고, 싸고를 반복. 다른 말들은 안그랬는데, 이 말만 유독 그랬다. 하지만, 우리들이 낸 결론은 컨트롤 실력 부족. ^^





길을 지나서 목장 안으로 진입한 뒤에는 별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말들은 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목장의 주인인 저스틴씨는 우리들이 혹시 다른 방향으로 잘못 가지나 않을까 자꾸 뒤돌아보면서 우리들을 채엯다. 청바지에 가죽을 덧대입고 밧줄을 차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그의 모습은 정말 카우보이. 아니, 실제로도 목장을 경영하고 운영하는 카우보이이다.




우리가 콜로라도 스팀보트 스프링스에 있는 새들백 랜치를 찾은 시기는 6월 초. 농장에는 소들이 먹을 풀 이외에도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말을 타고 이 위를 지나가는 것도 우리가 지금 특별한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카우보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보니, 미국에서 카우보이가 되어본다는 것은 그만큼 신기한 경험이었다.




목장의 한쪽 끝에 다다르니 10여마리의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저스틴은 조심스레 소들의 뒤로 돌아서 가더니, 소들을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몰았다. 우리의 목표는 이렇게 저스틴이 몰아온 소를 넘겨받아, 목장의 옆 울타리로 소들을 모는 것이었다. 소들이 온순하기는 하지만 말을 타고 너무 가까이 가면 놀랄 수 있으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소들이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했다.



꼬마 숙녀분들도 소를 모는 것까지는 아주 익숙하지 않은 듯, 우리들과 함께 실수 연발. 하지만 워낙 넓은 초원이었기 때문에 다시 옆으로 돌아가서 소들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인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말을 이용해서 소들의 뒤로 이동하면 소들은 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서부영화에서 보듯 달리면서 소를 모는 그런 모습은 아니라, 조금 천천히 느린느릿 소를 모는 것이었지만.. 그냥 말만 타보는 경험에서.. 정말 소를 보는 카우보이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경험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꽃이 핀 넓은 초원에서..


소들의 입장에서는 구석에서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데, 이상한 놈들이 나타나서 자신들을 우리로 몰아넣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는 재미있었다. 이곳이 아니라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을까.





소들을 잘 몰았다고 생각햇는데, 아차 하는 순간 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초원을 가로질러 있는 우리로 이동을 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초보들이다보니 방향을 잘못 잡아서 소들을 냇가 쪽으로 인도하고 말았다. 뒤에서 보고있던 카우보이 저스틴이 뒤늦게 뛰어나와서 소들을 방향을 바꿔보려 했지만 역부족. 소들은 모두 냇가로 내려가서 자기들 맘대로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의도와는 다르게 냇가로 와버린 소들. 조금만 더 나가면 차들이 다니는 도로 쪽으로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빨리 소들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소들을 다루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저스틴이 앞으로 나섰다.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소들이었건만, 노련한 저스틴의 움직임과 몸짓 몇번에 소들이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노련한 사람들은 다르긴 다르다니까. 라며, 이런 상황으로 가게 만든 나를 자책해봤다. 뭐, 어차피 이런 것들도 다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니, 저스틴이 침착하게 다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자기보다 훨씬 큰 말에 탄 카우걸 소녀. 그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때로는 너무 귀여워 보였다.


그렇게 결국 소들은 가야 할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션, 컴플리트. ^^




냇가에서의 사건을 잘 해결하고, 무사히 소들을 우리에 넣은 우리는 다시 오피스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다음번에 갈 곳은 소들이 좀 더 대규모로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새들백 랜치의 가장 큰 농장지역이었다. 넓은 땅에 소들이 모여서 풀을 뜯고 있는, 그런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 그대로였다.


점심시간이 다가올 때 쯤, 하늘은 좀 더 맑게 변했다. 푸른 초원과 높고 파란하늘.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이런 날씨 아래에서 말을 탄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꽤나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멀리 보이는 수많은 소들. 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 소들이 풀을 뜯을 수 있는 공간도 굉장히 넓었다. 물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소들이 모여있지만,잘 보면 언덕 위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꽤 많았다. 아무래도 미국, 그것도 외곽에 있는 초원지대다 보니 사람들이 넓은 지역에서 이렇게 소를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소들도 자랄때에는 풀을 뜯지만, 나중에 도축되기 몇개월 전부터는 곡물사료를 먹이기도 한다고 한다. 어느나라에서 소비되는지에 따라서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 이 새들백 랜치에서 키우는 소만 약 1,500마리. 그야말로 대단한 숫자였다.




그 소들이 모여있는 곳 안으로 우리도 말을 몰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가롭게 풀을 뜯던 소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한곳으로 몰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조금 긴장한 모습을 보이다가 우리가 별 반응이 없자 이내 다시 풀을 뜯기 시작했다. 이곳의 소들은 몸은 검은데 얼굴은 하얀 특이한 녀석들이 의외로 곳곳에 보였다.




너희들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더 소들.



딱 요렇게 우리는 소들과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소들을 구경하는건지, 소들이 말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우리를 구경하는 건지 도대체 알 수 없었던 상황. ㅎㅎ..




검은 소들이 모여있는 지역을 지나서, 우리는 다음 농장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전의 검은 소들은 이 새들백 랜치에서 기르는 최상급의 소들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가는 지역은 새롭게 텍사스에서 들여온 200여마리의 소들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서 좀 더 소들의 상태를 보면서 분류를 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텍사스에서 온 소들의 모습은 콜로라도의 소들과 조금 모습이 달랐다.






검은소 혹은 검은몸에 하얀머리였던 앞전의 소들과는 다르게, 여기는 검은소도 있었지만.. 하얀색이나 갈색, 황토색 등 다양한 색의 소들이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한것인지 원래 그런것인지 다소 말라보이는 소들도 있었고, 꽤 통통한 녀석도 있었다. 아마 여기에서 함께 머무르면서 여러 농장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어쨌든, 다양한 색의 소들을 구경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소들도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나 할까?



이렇게 소들 사이에서 말을 타고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다보니 어느덧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소 몰기를 시작한게 바로 조금 전 같은데, 벌써 4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다니. 말을 타고 다양한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농장 안에서 잠시나마 카우보이가 되어보는 것도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추억이었다.



농장의 옆에는 이렇게 소들이 물을 마실 수 있는 냇가가 있었는데, 이 냇가의 유무가 농장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아무래도 이곳의 형태가 방목이고, 소들도 물을 마셔야 하니까 그런 듯 싶었다. 근데, 소들이 물을 많이 마시나..? ;;


그런데 순간 돌발상황. 저스틴이 말을 타고 냇가를 가로 질러서 건너갔다.

아.. 말을 타고 냇가를 건너다니. ^^;; 하지만, 깊이 자체가 말의 다리깊이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첨벙첨벙 하면서 쉽게 지나갈 수 있었다. 그래도, 다른데서는 해본적이 없었으니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여행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카우보이로써의 시간은 꽤 즐거웠다. 초원을 마구 달리는 카우보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곳이 아니라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이런 특별한 경험에 있지 않은가 싶다.


우리는 새들백 랜치를 나와서 이제 콜로라도 주의 덴버시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잠시 차창 밖을 보니 우리가 말을 타고 달리던 초원은 소들과 함께 다시 조용한 전원 풍경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긴, 시끌시끌해진 적도 없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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