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사블랑까 역의 풍경.
굉장히 오래된 기차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창문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어진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형태. 얼핏 보면 지하철같이 생기기도 했는데, 이 열차는 1917년에 처음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이용되어 온 녀석이 이 녀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십년이 되었다고 해도 믿을만큼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기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고칠 수 있는 돈과 자재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하긴, 최근에는 장거리 기차도 자재부족 및 연료부족으로 운행 편수를 줄이기까지 하는 상황이라고 하니.


기차에 타자마자 등받이가 직선로 된 철제의자를 보고서 오래된 기차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기차 각 량을 연결하는 곳은 문이 없거나 제대로 닫히지 않는 곳이 다반사였고, 좌석의 팔걸이도 이미 떨어져나가고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등을 직선으로 펴야 했던 이 기차의 좌석은 당연히 그냥 딱딱한 나무.
4시간이나 가야 하는데 너무 고단한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뭐 나 말고 탄 사람이 10명이 채 안되었으니 4좌석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 문제는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 10명도 꽤나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가는 내내 그리 심심하지도 않았다.

제대로 닫히지 않던 기차의 문.

쿠바의 전원 풍경. 아주 풍족해 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게 기차가 출발하고 30분쯤 지나자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목적지를 물어보고 티켓을 팔았다. 기차비는 당시 환율로 대략 3천원 정도. 타고가는 시간을 따지자면 그렇게 비싼것은 아닌 듯 싶었다. 워낙 쿠바 자체가 외국인 버스가 비싸긴 하니까.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달리는 기차를 사진에 담아보았다. 얼핏 봐도 기차의 대부분이 녹이 슬어있는 듯 싶다. 이렇게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면 위험하지 않을까도 싶지만, 워낙 달리는 속도가 느려서 별 문제는 없었다. 시속 20~30km정도를 유지했다.

중간에 멈춰섰던 간이역. 이름도 없었고, 저렇게 정류장(?) 하나만 덜렁 있었다.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렸다.

처음으로 만났던 꽤 큰 규모의 역. 바로 전의 간이역과는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이 까사블랑까<->만딴사스 루트는 단 2대의 열차가지고 운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대라도 고장나면 스케쥴이 반토막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달려가면서 느낀거지만 이쪽으로는 별다른 교통수단이 보이지 않기는 했었다. 그렇다는 것은 여기 사람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걸까.

이 역의 이름은 허쉬(Hershey)역.
우리가 알고 있는 허쉬 초콜릿의 허쉬가 맞다. 이 철도를 세운 것이 바로 이 허취 초콜릿 컴퍼니 인데, 이 철도가 세워질 1917년만 하더라도 미국의 투자가 상당히 많았던 시기였다. 쿠바가 사회주의로 변하게 되면서 미국 자본들이 모두 철수할 때 남은 이 유산이 아직도 쿠바에서는 현역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만딴사스로 가는 풍경은 조용한 전원 풍경의 연속이었다. 높은 산이 없는 쿠바이기에, 팜트리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풍경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루하다기보다는, 여태까지 봐 온 대도시의 쿠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오히려 신선했다.

앞 좌석에 앉아 가시던 할아버지.
이 사진만 보더라도 기차 안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할아버지도 나에게 처음에는 말을 걸어오긴 했는데, 이상하게 내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하셨다. 내 발음이 그렇게 안좋았나 ㅠㅠ

기차 안에서 담배를 피는 것도 자유. 정확히 말해서 쿠바 사람들은 담배가 아니라 시가(Cigar)를 피우고 있었다.

여기도 건물 하나만 달랑 있었던 간이역. 그래도 깔데론(Calderon)이라는 이름은 붙어있다.

전원의 소 한마리.
4시간동안 거의 이런 한적한 풍경이 이어진다. 집 몇채 나온다 싶으면 간이역이 한개 정도 있었고. 이렇게 느긋하게 20~30km로 달리니 버스로 2시간이 채 안걸리는 거리가 4시간 혹은 그 이상 걸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화물열차.

그렇게 4시간이 조금 넘었던 쿠바의 전기기차 여행은 막을 내렸다. 만딴사스는 사실 여행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여기는 잠시 스쳐지나가기로 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치면 바로 다시 아바나로 돌아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돌아갈 때는 정말 지독히 느린 기차가 아니라 빠른 버스를 타고 가리라 생각하면서.

만딴사스 역.
만딴사스에서도 다소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서 도심으로 가는데 살짝 애를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타 볼만한 경험이었다. 그러고보니 아직도 한국에서는 이 기차를 이용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매력이 없는 기차여행이려나? 아니면 너무 불확실성이 많은 루트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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