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천-시애틀 후기, 입국심사와 래디슨블루 호텔 시애틀 공항
미국은 여행이나 일로 여러번 다녀왔고, 거의 대부분을 렌터카를 이용해서 여행을 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캠핑카를 이용해서 미국을 여행하는 일정을 짰다. 도착하는 날 시애틀에서 1박을 하고, 그 다음날 캠핑카를 픽업해서 워싱턴 - 오레건 - 캘리포니아 - 네비다주로 이어지는 21일간의 일정이다. 이번에는 혼자서 다니는 것이 아니고, 와이프와 함께 둘이서 운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캠핑카를 장기간 운전하는 것은 여전히 큰 도전임에는 틀림 없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시애틀행 아시아나항공은 정오 전에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서는 시애틀 시내를 반나절 정도 구경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첫날은 어느정도 시차에 무리가 없다면 시애틀 시내도 오랜만에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시애틀로 향하는 아시아나 항공기는 3-3-3 배열의 B777-200ER로, 나름 오래된 구형 항공기 중 하나다. 사실 뭐 이코노미 좌석의 경우에는 아주 큰 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기재를 타는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국적기를 타고 가는 것이 외항사를 타는 것보다는 편하니까 장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큰 장점이라면, 국적기다보니 한국어로 볼만한 영화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슬리퍼와 칫솔같은 어매니티를 제공한다는 부분이다. 최근에 장거리임에도 칫솔이나 슬리퍼를 제공하는 항공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장점이 맞았다.
첫번째 기내식은 아시아나항공이면 의례 나올것이라고 생각하는 쌈밥. 기내식중에서 가장 안 질리고, 먹어도 먹어도 또 시키게 되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뭐, 대한항공의 장거리 비행기에서도 쌈밥을 주니까, 다른 메뉴를 시키는 일이 거의 없다. 생각해보니 쌈밥이라는 말을 듣고 다른 메뉴가 뭐였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을 하다보니, 당연히 날씨가 좋아보이지만.. 시애틀의 현지 예상 날씨는 출발전에 확인한 것으로 봤을 때 흐림이었다. 기온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
그렇게 졸다깨다를 반복하다보니 두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오믈렛 또는 죽. 그래서 죽을 골랐는데, 새우가 나름 실하게 들어있었다. 아침식사라서 간단한 메뉴였겠지만, 역시 죽은 먹으면 금새 배가 고픈 메뉴다. 그렇지만, 오믈렛보다는 죽이 좋은 나는 한국사람. 죽은 다소 싱거운 편이지만, 간장이 함께 제공된다.
그렇게 긴 비행시간이 지나고, 비행기는 시애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고보니, 시애틀로 입국하는 것은 나름 오랜만이다. 최근에는 거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통한 입국이 많았으니까.
도착하자마자 입국심사를 하는 곳으로 향했다. 참고로 시애틀 입국심사는 다른 공항과 다른점이 있는데, 바로 입국심사 전에 짐을 먼저 찾는다는 점이다. 시애틀은 입국심사가 빡빡하기로 유명한데다가, 이 수하물 수취가 앞에 있다보니 입국심사가 어마어마하게 긴 것으로도 악명높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날에는 생각보다 많이 늘어지지는 않았지만, 시애틀 국제공항에서 환승을 하는 경우에는 최소 4시간 이상을 잡으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입국심사를 하러 걸어가는 길에 본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비행기. 참고로 시애틀 국제공항은 델타항공의 허브 중 하나다.
수하물 찾는 곳. 여기서 먼저 수하물을 수취한 후에, 입국심사를 하러 가야 한다. 짐이 많은 사람들 때문일까? 미국의 다른 공항들과 다르게 카트는 다행히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일반 짐에다가 캠핑카에서 사용할 여러 물건들의 짐 + 카시트까지 있었기 때문에 짐의 부피가 상당해서 유료였어도 카트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짐을 찾고 나서 입국심사를 하러 가니, 대기줄이 꽤 길었다. 다들 카트를 가지고 대기를 해서 그런가 대기공간도 꽤 넓은 편. 짐을 먼저 찾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30분가까이 기다리고 나서야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시애틀에서의 입국심사는 4명의 가족이 함께 갔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질문이 많았다. 왜 미국에 이렇게 자주 오냐는 질문에서부터, 비자를 왜 가지고 있느냐, 글로벌엔트리가 있는데 왜 일반줄로 왔느냐(가족이 있으니까 ㅠㅠ), 얼마나 머물거냐부터 시작해서 진짜 질문을 한 20개는 넘게 받은 것 같다. 20년 넘게 미국에 1년에 3-4번씩 왔다갔다 하면서 이날 받은 질문이 가장 많았을 정도. 평소에는 글로벌엔트리(Global Entry)로 다녔어서 못느꼈던건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시애틀의 입국심사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뭐, 결과적으로 아무문제 없이 통과하기는 했지만, 정말 까다로움이 장난 아니었다.
입국심사를 한 후에는 바로 시애틀로 나가거나, 아니면 짐을 연결하는 곳에서 보낸 뒤 환승 비행기를 타야 한다. 당연히 우리는 시애틀로!
웰컴 투 시애틀. 입국심사가 길었어서 그런가, 더 반가웠다.
첫날은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호텔로 바로 가서 짐부터 맡기고 시내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호텔 버스를 탑승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안내판에는 호텔 셔틀(Hotel Shuttle)이라는 표현이 없었고, 대신 서비스 차량(Courtesy Vehicle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미국사람이라면 모를까, 표현을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한참 헤멜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호텔 셔틀을 타러 가기 위해서는, 먼저 한 층 올라가서 스카이브릿지를 건너 주차장으로 간 다음, 거기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을 내려가야 한다. 꽤 복잡한 루트. 참고로 우버/리프트를 픽업하는 곳도 이 주차장쪽으로 가야 한다.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았는지,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예약했던 래디슨 호텔 시애틀 공항(Radisson Hotel Seattle Airport)의 셔틀버스가 도착했다. 탑승한 것은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 한팀. 짐은 뒤에 넉넉하게 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래디슨 호텔 시애틀 공항. 라이트레일에서 도보로 5분정도 떨어져 있어서, 공항에서 시내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호텔 중 하나여서 예약을 했다. 사실 슈어스테이(SureStay), 힐튼(Hilto), 스카이브릿지(Skybrdige) 등의 호텔이 라이트레일 바로 건너편이어서 고려를 했었지만, 주말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투숙하는 날에는 가격이 너무 높았다. 공항 숙소인데 30만원을 넘다니.. 참고로, 래디슨 호텔의 경우 예약했던 날에는 20만원 초반이었다.
셔틀버스 기사는 굉장히 친절했는데, 우리의 짐이 사진처럼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보고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서 벨 카트까지 가져다 주었다. 이제 미국의 팁문화에 다시 적응을 해야 할 상황. 어쨌든 감사표시로 팁을 드린 뒤, 벨 카트에 짐을 싣고 호텔 로비로 들어왔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1시쯤이었기 때문에, 바로 체크인이 안되면 짐을 맡겨놓고 시애틀 시내로 나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체크인 중에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10~20분 정도 후면 객실이 가능할거라고 해서 기다렸다가 객실에 짐을 놓고 나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로비에는 쉴 수 있는 푹신한 공간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5분도 안지나 객실이 가능하다고 해서 바로 객실도 이동했다.
래디슨 호텔 복도.
퀸침대 2개가 있는 객실은 아이2명을 동반한 가족여행에 적합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다보니, 더블사이즈 침대에서 둘이 자기에는 뭔가 좁게 느껴져서 가능하면 퀸사이즈 침대 2개가 있는 객실을 선호하게 된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라면 어려운 일이지만, 캐나다나 미국은 도심이 아닌 이상 퀸침대 2개가 상당히 흔하니까.
나름 침구도 편하고 좋았으나, 베게는 조금 높았다. 1박 숙소로는 나쁘지 않은 편. 콘센트나 USB 등의 배치는 조금 구식이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큰 테레비젼도 있었고.. 비즈니스 호텔답게 테스크도 준비되어 있었다. 무료로 물도 2병이 제공되었고, 전자렌지와 냉장고도 있어서 좋았다. 아침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캠핑용으로 햇반과 즉석국을 가져왔기 때문에 아침식사는 전자렌지를 이용해서 간단히 할 수 있었다.
커피메이커와 커피2개, 그리고 머그컵이 있었고.. 그 아래로 전자렌지와 냉장고가 있었다. 미국은 고급호텔로 갈수록 전자렌지를 보기 어려운데, 래디슨 호텔은 애매한 레벨인지 전자렌지가 있었다. 사실 로드트립 중에는 전자렌지의 유무 때문에 오히려 비싼 호텔에 안묵게 되는 경우도 꽤 많으니까 있으면 무조건 좋다.
욕실은 무난한 편. 미국호텔 답지않게 샤워기가 고정식이 아니라 핸드헬드 방식이었다. 고정식이면 아이들을 씻기기에 너무 불편한데, 이렇게 들 수 있는 샤워기면 그 불편함이 훨씬 덜하다. 첫째는 혼자서 샤워를 하지만, 둘째는 아직 씻겨줘야 하는 만큼 아직은 고정식이 불편하다.
욕실 어매니티는 개별로 되어있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다 큰 통에서 짜는 형식이다보니 어색했다. 다만, 제공된 어매니티의 퀄리티는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객실을 예약할 때 우리의 방타입은 호수 뷰(Lake View)였다. 창문에서 보이는 것은 보우 호수(Bow Lake)였는데, 사실 큰 의미가 있는 호수는 아닌 만큼.. 공항뷰나 호수뷰나 객실의 가격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호수에서 오리들이 노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쁘진 않았으니까. 그리고, 슬리퍼는 없었지만, 옷을 걸 수 있는 공간 자체는 상당히 넉넉했다.
복도에는 아이스메이커가 있었고, 1층의 코너에는 ATM도 있었다. 한국에서 현금을 미리 바꿔왔기 때문에 쓸 일은 없었지만.
그리고, 래디슨 호텔의 1층에는 꽤 큰 수영장이 있었다. 사실 도착한 다음날 캠핑카 픽업이 오후 1시였기 때문에, 체력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수영할 시간을 줄 생각이었고.. 래디슨 호텔을 고른 이유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첫 날 시애틀 시내에서 체력을 쏙 뺀 아이들은 다음날 늦잠을 자고 수영을 하러 갈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ㅎㅎ..
어쨌든, 객실에서 짐도 어느정도 정리를 했고.. 이제 시애틀 시내를 구경하러 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