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 마루키도어
여행 9일째.

아침일찍 BUNK의 픽업봉고를 타고 트렌짓 센터에 내린 나는 버스 시간을 체크하면서 Maroochydore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30분정도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Maroochydore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왜 그때 숙소에 픽업신청을 하지 않고 걸어갔었냐는 거다. ㅡ.ㅡ;;;;; Maroochydore에서 내려서 아무생각없이 걸어갔던 숙소는, 트렌짓센터에서 2km이상 떨어져있었다. 20kg정도 되는 군장수준의 짐들을 모두 메고 걸어가는 2km는 정말 멀었다. ㅠ_ㅠ.....
어쨌든 Suncoast Lodge는 꽤나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대도시들의 백패커와는 다르게 일반 주택처럼 보이던 이 백패커는, 관리하는 것 역시 별다르게 체계화 되어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서 종을 흔들고 한참 후에야 주인이 나왔으니까. 나는 주인에게 하루치 방값 $15를 지불하고, 키디파짓 $5를 맡긴 후에 방을 받았다. 더블룸에 $15라. 싸네... ㅡ.ㅡ;;; 물론 하루만 묵을거라고 해서 이런방을 준거 같기는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더블룸으로 올라왔는데, ㅎㅎ 시설은 정말 최악이었다. 다 부숴져가는 침대 두개. 매트리스는 -_- 스폰지에 가까웠고.. 주인이 가져다준 시트도 얼룩투성이었다. 뭐..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으니.. 하고 위안하며 짐을 풀고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던 Mio에게 전화를 했다.
"키치!!!!"
날 발겨준거 같기는 하다. 일단 여러가지 안부를 묻고,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나는 가볍게 Fish&chips로 점심을 때우려고 했는데, 양이 정말 많았다. 아마 호주에서 먹어본 Fish&chips중 가장 맛있었고, 양이 가장 많았던걸로 기억된다. 이곳에서 Mio를 만나러 온 이유는 서핑을 한번 해보려고 한 것이기도 하고(Suncoast Lodge에서는 숙박자에게 부기보드와 서핑보드를 무료로 대여해줬다.), Mio가 꼭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Mio와 이야기를 하고 바닷가로 막 나가려고 준비를 하는 순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우... 오늘 하루 또 공치게 생겼네 ㅠ_ㅠ 이렇게 내리기 시작한 비는 2시간 가까이 내렸고, 비가그쳤을 즈음에는 어느덧 5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핑을 하러 가기에는 너무 늦은시간.. 이라고 Mio는 일축했다. 아마 나가기 싫은가보다. 쩝..
점심도 많이 먹었는데 6시가 되어가자 슬슬 출출하기 시작했다. 주인에게 이 근처에 울워스나 코울스가 없냐고 물어봤더니, 30분만 걸으면 있다고 한다. 요리는 포기! 그냥 가방에 있던 라면을 하나 꺼내서 허기를 채웠다. 이게 마지막 라면이었는데..
저녁까지는 낮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시간을 공쳐버리는 바람에 너무 우울했다. 거기다가 아까 2시간정도 비가 오고 난 후의 하늘은 왜이렇게 맑은지, 또 별은 왜그렇게 많은지... 브리스번에 있었다면, 이렇게 맑은 밤에 야경을 찍을수도 있었을텐데, ABCDF와 함께 하루 더 있으면서 즐거웠을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서의 하루가 마냥 우울하고 지루했던것만은 아니다.
뭔가 할일이 없을까..하며 하이에나처럼 백팩안을 어슬렁거리던 내게 포켓볼을 치고있는 녀석들이 목격되었다. 아하핫. 나는 소리없이 그들에게 접근해서,
"나도 치고 싶어 >.< "
라고 말했다. 포켓볼을 치고있던 3명은 모두 캐나다에서 온 녀석들이었는데, 이넘들 역시 서핑에 빠져서 이 백팩에서 1달째 살고 있다고 말했다. 뭐, 서핑보드 빌리는데 공짜라는데.. 살만할거 같기도 하네.. 어쨌든, 피터지는 포켓볼 혈전이 벌어진건 아니고 우리팀의 열세였다. 이곳의 포켓볼은 한국과는 다르게 공도 작고 해서 생각보다 적응하는게 어려웠다. ㅡ.ㅡ; (사실 멜번에 있을때 뺀질나게 쳤지만, 오랜만에 치다보니 난조를 보였었다.) 뭐.. 내기가 걸린건 아니었으니~
포켓볼을 1시간정도 쳤을까.. 캐나다 녀석들은 테이블에서 다른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포켓볼을 같이 쳤던 케빈, 알렉, 다렌 세명의 캐나다녀석들과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몇명의 다른 사람들까지 합쳐서 10여명정도가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에 했던 게임은 사순이라는 게임인데, 한명의 범인이 윙크를 하면 다른사람들이 죽는 그러한 게임이었다. 다른 상대방들은 그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야 하는거고, 마지막에 범인이 살아남게 되면 그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물론, 범인이 누군지 맞추면 그사람이 승리하는거고. 결론은.. 유치했다. -_-;
그다음에 한 게임이 보드게임중에 탈무디(이름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음)와 비슷한 게임인데 플레잉 카드로 하는 게임이었다. 게임의 룰은 다음과 같았다. (보드게임은 이 카드게임을 접해보고, 한국에 와서야 해보았는데.. 보드게임보다는 카드로 하는게 훨씬 더 재미있었다.)
[[ 3이 가장 낮은 숫자이고, A가 가장 높은 숫자, 2는 close이다. 게이머들은 돌아가면서 카드를 내되, 이전사람이 낸 카드보다 더 높은 숫자를 내야만 한다. 이전사람이 더블(같은숫자 2장)을 낸다면 다음사람도 더 높은 숫자의 더블을 내야하고, 트리플(같은숫자 3장)을 낸다면 더 높은 숫자의 트리플을 내야만 한다. 만약에 마지막으로 낸 사람의 카드를 더 이어서 낼 수 없다면, 마지막 사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가장 먼저 모든 카드를 소진하게 되면 승리하게 된다. 다만 특별룰로서 2는 한장으로 더블카드를 막을 수 있다. 물론, 트리플은 두장의 2가 필요하다. 그들은 이 게임을 King게임이라고 불렀는데, 꼴지는 Slave라고 불렀다. 그리고, 꼴지는 1등에게 좋은카드 2장을, 1등은 가장 안좋은 카드 2장을 꼴지에게 주고, 2등과 뒤에서 2등도 역시 1장씩을 같은 방법으로 교환한다. ]]
어쨌든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덕분에 우울했던 기분도 싹 가셨고, 밤 11시까지 기분좋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11시에 조명이 고장나는 바람에 나는 방으로 들어올수밖에 없었고, 내일 일찍 이곳을 떠나야하니..일찍 잠들어아지.
잠이 없어진걸까. 5시 반쯤되어서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일찍 일어나서 가볍게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긴뒤에 픽업차를 타고 트랜짓 센터로 갔다. 호주의 유명한 모래섬인 Fraser Island들 가기위한 경유지인 허비베이로 이동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