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페는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해서 유명한 도시이다. 물론, 예술가들이 몰려있는 것만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고, 도시에 있는 건물의 대다수가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더욱 유명한 곳이다. 시티내의 건물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건물들(예를들어 맥도날드나 바나나리퍼블릭등이 입점해 있는 건물)까지도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져있다. 또한, 새로 짓고있는 산타페 아울렛마저도 어도비 양식이니 뭐 할말 다 했다고 봐도 될 듯 싶다. 산타페라는 도시 자체가 오래된 도시이기는 하지만, 인구수가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가지 도시의 특성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 같다.
산타페의 아침은 어제의 피곤함을 말끔히 날려주었다. 조그마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오늘이 맑음을 알려주었고, 느즈막히 일어나긴 했지만 빨리 나가야 한다는 조급함은 없었다. 이상하게 도시로 오기만 하면 느긋함이 생기는 것 같다.
다들 느긋이 숙소에서 주는 아침(그래봤자 빵과 음료수 정도)을 먹고 산타페 시내로 나갔다. 주차할 곳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했지만, 숙소에서 얻은 지도에는 산타페 시내의 주차장들이 많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중 가장 싼 곳에다가 주차를 했다. 주차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흔히 보기 힘든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뭐랄까, 비싼 차라기보다는 알록달록한 귀여운 모양의 차들. 뭐랄까, 예술가들이 타고 다니는 차라고 해야 하나. 물론, 평범한 차도 많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차들이 하나하나 눈에 띄었다.
산타페 시내에 막 내려서 걸어오는 길에 본 곳이긴 하나 어디인지는 잘.. 아마도 컨벤션 센터였던 듯.
교회처럼 보이는 건물. ^^
산타페의 중심에 있는 Museum of Fine Arts. 우리는 입장료가 있다는 말에 당당하게 안들어갔다. -_-; 우리 정말 돈쓰는거 싫어한다.;; 가이드북에 보면 시내에서 가장 볼만한 거리라고 나와있긴 하지만, 사실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예술가의 도시라는 산타페에서조차 박물관을 가지 않았다. 사실, 살짝 비싼 느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산타페 시내에는 일반 여행자들보다는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다들 손을 잡고 산타페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자에서 본 산타페 시내 모습.
플라자앞에있는 정부건물의 앞에는 휴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수공예품이라고 강조를 하기는 했는데, 정말 수공예품이라 그런지 허접한 물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진짜 꽤 이쁜 물건들도 많이 있었는데, 파는 사람에 따라 그 종류가 조금씩 틀렸다. 물론, 비슷한 물건들이 자주 보이는걸로 봐서 다 수공예품은 아닌 것 같았지만, 몇몇사람은 확실히 특별해 보이는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찮아서 살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왜이렇게 비싼겨-_-;;
물론 나야 특별히 사고싶은 악세사리가 없었지만, 여자애들 눈에는 이쁜 것들이 몇 있었나보다. 한참을 그곳에서 지체한 다음에 시내 지도를 따라 이리저리 거닐었다. 산타페 시내의 건축양식은 다 어도비 양식이기는 했으나, 각각 색깔이 조금씩 다르고 모양도 달랐다. 거기다가, 가게들의 앞에는 특유의 이쁜 간판들을 많이 달아놓아서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더군다나 이쁜 골목들도 곳곳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도시가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 맘만먹고 사진을 찍으려고 들면 몇일동안은 무궁무진하게 나올 것 같다는 생각. 몇일동안 더 머무르고 싶어지지만 빠듯한 일정이 아쉬울 따름이다.
성 프란시스 성당.
성당앞의 상. 아마도 성 프란시스? ^^;
사실 산타페에는 그다지 아는것이 많지는 않았다. 그냥 지도에 나온대로 유명한 건물들이 있으면 그 길로 슬쩍 지나가는 수준이었으니까. 덕분에 굉장히 큰 건물들이 많아도(모조리 어도비양식) 도대체 무슨 건물인지는 쉽게 알 수 없었다. 가지고 온 가이드북도 산타페는 그냥 겉핥기로만 다루고 있었으니 원.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어도비 양식. 아마 이곳에서 오래 살라고 하면 질려버릴 것 같지만, 한두달정도라면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Old Santa FE trail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걸어가다보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먹을것이 없나 찾아보다가 어도비양식의 이쁜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가격이 비쌀 것 같아 고민하다가 메뉴판을 보니 7~9불정도. 먹을만한 가격이었는데, 맛은 자신이 없었다. 마침 식당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 물어보니 유명한 곳이라나..
Pink Adobe라는 이름의 레스토랑.. 매우 좋았다. 만족~
사실 산타페 구경 자체는 목적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냥 갤러리가 보이면 들어가고, 이쁜 골목이 있으면 들어가고.. 마침, 중간에 이쁜 그림을 한점 걸어놓은 갤러리가 있어 들어갔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곳이었다. 물론, 사진촬영은 금지라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현실과 환상을 재미있게 조화시킨 유화들이었는데 한점 갖고 싶을 정도였다. 한점에 1000불만 넘어가지 않았어도.. 라고 생각도 해보고..
산 미구엘 미션. 산타페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집도 이곳에 있다고 했는데..라고 되뇌이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어도비양식은 참 전형적인것 같으면서도 정겹다.
트레이딩 포스트..
어도비양식 건물의 벽은 이런 느낌. 황토 사이로 보이는 창문이 정겹다.
건물입구.
건물 모두가 완벽한 어도비양식은 아니어서, 담장이나 건물 자체는 어도비 양식이지만 지붕은 다른 건물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완전한 어도비 양식 건물은 아니었으나, 이쁘게 잘 꾸며놨었던 까페.
어느덧 골목을 따라 걷다보니 벽에 하얗게 색칠을 해놓은 이쁜 건물이 보였다. 여긴 또 뭐하는 갤러리일까 하는 생각에 가까이 가 보니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집. 바로 여기 있었다.
1646년부터 있었다는 이 집은 겉으로는 너무 깨끗해 보여서 이상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건물의 내부만 보존되어 있었다. 볼만할 것 같아 안쪽을 언뜻 들여다보니 주인이 입장료가 있다고 말을 한다. -_-;;;; 별걸 다 입장료를.. 뭐 밖에서도 대충 보이니 안보기로 하고 안의 갤러리나 조금 구경을 했다.
이곳에서는 프리다 깔로의 그림이나 여러가지 수공예품들을 팔고 있었다. 수공예품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주인아주머니는 테이블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아줌마가 만들고 있던것은 위에 보이는 인형과 같은 것들이었다.
밖으로 나와서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왜 이렇게 많은 봉투들이 길에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산 미구엘 미션 앞에만 이렇게 많은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물 위를 보니 건물 위에도 이런 봉투들이 가득 있었다.
De vargas를 따라서 계속 걸어내려가다보니 길을 따라서도 봉투들이 가득 있었는데, 결국 너무 궁금해서 들여다 보았다.
봉투안에 있던것은 바로 이와같은 양초였다. 바로 불을 밝히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어제 저녁에 산타페 안으로 들어왔을 때 건물위에서 밝게 빛나던 것들이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봉투들이 다 초를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건물 위의 봉투들에는 조명이 들어있어서 밤마다 키는 것 같았다.
확실히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반짝이는 거리보다 수백개의 촛불로 밝혀지는 거리도 매력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다시 올거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귀찮아서 다시 오지는 않았다. 그냥 어제 저녁에 본것만으로 만족.
골목골목 이쁜 집들이 한가득. >.< 꺄~
봉투를 내놓은 집이 여럿 또 있었다.
괜히 주차되어있는 차도 한장~
길을 걷다가 또 우연히 만난 갤러리에 들어가봤다. Houshang Gallery, SF라는 이름을 가진 갤러리는 설치미술이 주가 되는 곳이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뭐랄까, 직접 건드려 볼 수 있는 미술작품들이랄까.
이런식의 미술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재미있었다. 물론 주인 아저씨도 우리가 작품을 살 사람들이 아니란걸 알고는 있었겠지만, 굉장히 친절하게 갤러리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었고, 자신이 작업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
가면서 본 것. 고추를 걸어놓은 의미가 뭘까..
심지어 길거리 벽에도 그림들이 걸려있다-_-;;
플라자 근처의 상점들의 무수한 간판들. 하지만 무수한 간판들이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고 깔끔하고 매력있게 보이는 건 무엇때문일까. 어쨌든, 이 근처에는 쇼핑할만한 곳들이 여럿 있어서 쇼핑도 조금 했다. 특히, 바나나 리퍼블릭에서 꼭 사고싶던 니트가 하나 있었는데 마침 세일을 해서 구입할 수 있었다. 아싸 횡재~
또다른 트레이딩 포스트.
San Francisco Street와 Burro Valley.
하루만에 산타페 시내를 다 보기란 불가능하긴 했지만, 하루종일 걸어다니면서도 지겹지 않고 즐겁게 걸어다녔으니 만족스러웠다. 오늘 들렸던 갤러리들도 다 재미있었고, 점심식사도 맘에 들었으니 굉장히 행복한 하루였다. 거기다가 날씨도 환상적이었고.
마음같아서는 진짜 하루 더 있고 싶어지는 도시. 북쪽의 TAOS라는 곳도 가보고 싶고, 머물면서 스키도 타보고 싶은데..^^;
얼핏보면 그냥 그림이 그려진 벽 같지만, 집의 벽이다. 나무의 가운데 창문이 있는 센스~
여기까지 산타페 시내를 돌아보고는, 다들 아울렛을 가고싶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 여자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 아울렛만 보이면 다 들어가야된다. 어흑. 여행하면서 들린 아울렛이 몇갠지 원..ㅎㅎ..
맥도날드마저도 어도비양식 건물이다.. 하긴, 시내 안에 있던 별다방(-_-)도 어도비였고, 그 외 유명한 프랜차이즈들도 다 어도비 건물 안에 있었으니..
어두워지는 하늘..
심지어 아울렛마저도 어도비양식이었다.-_-;;;;;;;;;
하지만 산타페의 아울렛은 이제 막 개장을 했기 때문인지 입점해있는 가게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들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다가 30분만에 실망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도 엄청나게 운전을 해야 하는 하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