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을 유영하는 반딧불이를 만나다, 나가노현 하쿠바 아오키 호수


차가 달리고 달려 밤 늦게 도착한 곳은 하쿠바의 아오키 호수였다. 아오키호수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호수 중 한 곳으로, 특히 여름에는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태까지 여행하면서 한국이나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반딧불이를 봤지만, 그 중에서도 이 아오키 호수에서 본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어릴적에 보던 애니메이션 속의 그런 반딧불이를 만난 느낌이었달까?



아오키호수에 도착하자 오늘의 투어 담당자인 데이비드가 나와서 우리를 반겼다. 캐나다 사람으로 이곳에서 에버그린 아웃도어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일본어 실력은 거의 현지인. 몇 년이나 이 곳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실력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쨌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반딧불이를 보러 갈 준비를 했다.




실내에 있던 카약과 안전장비들. 우리는 1인용은 아니고 한 배에 4-5 명 정도가 타는 카누를 이용해서 반딧불을 보러 갈 예정. 가볍게 물에 젖어도 상관 없는 신발과 구명조끼를 입고서 출발 준비를 했다.



노를 젓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이비드. 무더운 여름의 밤이어서 그런지 호수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상쾌했다. 데이비드는 우리에게 노 젓는 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는데, 이미 래프팅을 한 번 쯤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럴까? 다들 굉장히 익숙하다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오리배를 뒤로하고 4명씩 나눠 배에 올라탔다.



이제부터는 이렇게 칠흙 같은 암흑. ISO를 25600까지 올려야 겨우 사진이 찍힐 정도로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아오키호수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 동력이 있는 그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태국에서는 매연을 내뿜는 롱테일보트를 이용했었는데, 뭐랄까 꽤 상반되는 느낌? 덕분에 열심히 노를 저어서 반딧불이들이 나타나는 곳까지 이동했다.






아오키 호수의 반딧불이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나무에 앉아서 가만히 반짝이는 그런 반딧불이가 아니라 눈 앞에서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강원도에서 봤던 반딧불이가 바로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것도 한 20년 전이었으니.. 그 때의 추억을 되살려 준 반딧불이가 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우리는 노를 저으며 반딧불이들이 유영하는 호숫가를 따라서 조금씩 이동했다. 워낙 어두워서 사진에 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몇 몇의 움직임은 살짝 카메라에 담겼다. 초점 같은 건 절대 맞지 않았지만. 어쨌든, 덕분에 꽤 기억에 남는 여름 밤이 되었다. 다음에 또 나무에 붙어있는 반딧불이를 보면 감흥이 없어질지도.



다시 카누를 타고 호숫가으로 돌아가는 시간.


정말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반딧불이와 있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하지만,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니까 아쉬운 마음을 살짝 접어야겠지. 괜시리 감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반딧불이.



크게 보기



이 블로그의 글에는 제휴링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links in this blog include affiliate 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