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02 - 몬트리얼 시내의 아침


한국에서 가져온 유일한 식량은 라면 2개가 전부다. 쓸데없는 짐만 잔뜩 싸다보니 정작 필요한 먹거리는 얼마 준비하지 못했다. 이 아까운 식량 중 하나를 아침으로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6시 반쯤되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비싼 물건들은 모조리 락커에 밀어 넣고, 카메라 가방만을 가볍게 들고 시내로 나섰다. 집에있는 메모리를 모조리 들고왔더니, 메모리만 총 38G이다. 뭐, 거의 하루에 20G씩은 찍을 생각을 하고 왔으니, 저 메모리들이야 이틀이면 그대로 끝이다. 물론, 찍어보니 하루에 16G도 안찍은날이 더 많았지만.

시차적응의 부작용으로 7시가 조금 넘어 호스텔을 나섰는데, 금요일 오전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부산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손에는 팀홀든의 커피컵이 하나씩 들려있었는데, 뉴욕에서 뉴욕커가 되려면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다녀야 한다는데 캐나다에서는 팀홀든이 대세다. 1불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나도 애용할 생각이고.


걸어가던 길에.. 그냥 맘에 들었던 계단. 아래층은 딱히 반지하 같지는 않았지만, 꽤나 천장이 낮아보였다. 직선으로 바로 올라가는 2층. 왠지 맘에 들었다. 한국의 집들은 공간활용 때문에 보통 계단을 둘러서 짓는것이 일반적인데..


EAST와 WEST가 아닌 불어로 써있는 표지판을 보니, 퀘벡에 왔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표지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생각보다 불어와 영어로 병기된 곳이 많지 않았다. 캐나다에 올 때 가이드북따위는 아예 들고오지 않았었는데, 의외로 불어로만 된 안내책자도 많이 있었다. 다행히도, 영어 안내책자가 거의 가이드북 두께여서 별 문제는 없었지만.


벨센터 가는 길. 역시 하키를 좋아하는 나라 답게 곳곳에서 하키 광고를 볼 수 있었다...라지만, 이곳은 벨센터로 가는 길이라서 이것들이 있었던 거겠지 싶다.



몬트리얼에서의 첫날은 애매한 비와 눈으로 시작했다. 영하와 영상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날씨 덕분에, 눈과 비가 섞어서 내렸다. 첫날부터 좋지 않은 날씨.. 하지만, 여행하는 도중의 날씨는 생각만큼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비에 젖은 파킹미터..


다운타운에서는 BELL CENTER부터 박물관 등 여러가지 건물들이 다양하게 있다. 물론,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나야 그냥 걸어가면서 아, 여기가 거기구만. 이라는 생각만 했다. 다운타운의 현대식 건물들이야 관심이 없었으니, 그저 어디에 CENTRAL STATION이 있는지만 확인을 했다. 마침, 입구에 팀홀든이 있어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또 했다. 2시간전에 먹은 라면으로는 허기를 채우기는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팀홀든은 캐나다 브랜드 커피샵으로, 베이글이나 크로와상, 샌드위치와 같은 다양한 것들을 함꼐 파는 곳이다. 생각해보니 커피샵이라기보다는 패스트푸드점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지도.팀홀든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아침메뉴를 시켰는데, 가격은 5불정도. 생각보다 비싸다. 다음부터는 그냥 커피에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 정도만 먹어야지.


모닝세트. 첫날에는 아무생각없이 사먹었는데, 그 뒤로는 아침을 사먹을 때는 그냥 베이글에 커피 정도만 먹었다. 이렇게 먹으려니 너무 비싸서... 어쨌든 1불정도밖에 안하는 팀홀든의 커피는 여행하는 동안 유용한 나의 조력자였다.


몬트리얼 구시가지 쪽으로 가는 길에 VIARAIL 역이 있었다. 몇일 후에 퀘벡 시티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미리 역을 가볍게 둘러봤다. 뭐, 둘러보지 않아도 와서 기차타는 것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1달동안의 기차여행의 시작이 이곳에서 시작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래저래 의미있는 그런 역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꽤 작아보였던 역의 입구(나중에 알고보니 한곳은 아니었다)와는 달리, 역은 꽤 큰편에 속했다. 토론토의 유니언역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큰 역이라는 느낌. 이래저래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둘러 본 뒤에 다시 구시가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주위에는 녹은 눈이 쌓여있는 좋지 않은 도로상황이었는데도 자전거를 타고 다시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뭐.. 이런걸 보고 자연 잠금장치라고 할 수 있으려나.




한국에서 눈이라고는 찾아볼수도 없는 4월이었지만, 몬트리올에는 곳곳에 눈이 가득했고, 여전히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그래도 따뜻해지고 있는 시기라서 반쯤 녹은 눈들이 걸어다니기에 오히려 불편했지만, 나중에 꽁꽁 얼은 도시를 가보니 이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몬트리얼의 거리는 의외로 염화칼슘 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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