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기 #09 - 비내리는 아비뇽의 다리(Pont D'Avignon)와 앙글라동 미술관(Musee Angladon)


멀리 보이는 것이 아비뇽의 다리이다. 12세기 후반, 론강에 세워진 최초의 석조다리라고 한다. 처음에는 22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전쟁고 론강의 홍수로 인해서 현재는 4개만이 남은 비운의 다리이기도 하다.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라는 민요 때문에 친근한걸까, 한번도 본적이 없었던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아비뇽의 다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사무실을 거쳐서 들어가야 한다. 입장료가 있음은 물론이다. "비오는 날 할인"...이런건 당연히 없었고, 그저 비용을 내고 올라가면 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즌이라 그랬는지 이곳의 입장료를 받는 곳에서도 산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무실을 나와 계단을 올라가면 이렇게 나무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비뇽의 다리가 축조될떄에 아치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되었던 나무들인데, 그 때의 나무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인지 검은색의 아스팔트 위로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반사되고 있다. 아직 어두워질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늦지 않게 집에 들어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은 멋스러웠다. 멀리 보이는 오래된 교황청의 모습과 성곽까지, 정말 오래된 도시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팍팍 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런 도시가 사람들이 살면서도 잘 보존되고 있다는 점도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물론, 이거야 유럽을 여행하면서 많이 느낀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을 보존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아비뇽의 다리위에서 바라본 론강의 모습. 아래 보이는 배는 유람선이 아닐까 싶은데, 이런 날씨에도 유람선이 지나가나 싶었다. 뭐, 관광을 온 사람이라면 딱히 시기가 문제될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도 비오는 날 이렇게 다리를 구경하기 위해서 나와있으니..


아비뇽의 앙글라동 미술관(Musee Angladon)은 아비뇽이 자랑하는 미술관 중 하나이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드가, 세잔느, 마네, 고흐, 피카소, 모딜리아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아비뇽의 부부가 그들의 집과 그동안 모아온 작품들을 기증해서 만든 미술관이라고 하는데, 개인이 모은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이 있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위 사진에 보면 미술관에 있는 각 화가들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표시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앙글라동 미술관의 입장료는 6유로. 규모가 큰 미술관은 아니니만큼 리셉션도 조촐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요즘 하고 있는 서양미술거장전과 같은 미술전들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이곳의 가격이 딱히 비싸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환율때문에 가격 자체가 많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모딜리아니의 '분홍색 옷을 입은 소녀'. 모딜리아니의 작품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는 하는데, 정확한 의미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모딜리아니에 대한 설명을 좀 들었었지만 머리속에서는 이내 한쪽으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좀 제대로 들어둘 걸..


세잔느의 정물화...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세잔느의 정물화를 유독 많이 보곤 하는데.. 아무래도 세잔느와 관련있는 지역이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네의 그림 'Le Lafin(토끼)'.


시실리의 그림.


2층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모두 초상화들이다. 이 초상화의 사람을 직접 쳐다보는 듯한 느낌은 갑작스럽게 눈이 마주친 나를 흠칫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그림들은 공포영화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곤 하는데, 내가 직접 그림을 보고서 흠칫해보기는 처음이다. 그 이후에도 그림자의 눈동자가 자꾸 나를 따라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2층에는 부부가 사용했었던 가구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방마다 다양한 컨셉을 사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모두 제각각이다. 보통 컨셉마다 벽지뿐만 아니라 가구의 무늬나 색상까지 모두 맞춰서 굉장히 일관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곳이었다. 어쨌든, 이 시대에 사용했던 물건들에 관심이 있다면 2층 역시 충분히 보고 지나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앙글라동 뮤지엄(MUSEE ANGLADON).

위치 정보는 아래와 같다.

(출처 : 앙글라동 미술관 홈페이지)

Musee Angladon, 5, rue Laboureur, 84000 Avignon
Tel: 04 90 82 29 03
Opening hours: from Wednesday to Sunday, from 1 pm to 6 pm
                    Holidays, from 3 pm to 6 pm
www.angladon.com



밖으로 나왔을 때에도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노오란 조명으로 인해 모든 세상이 노란 빛을 띄는 가운데 보이는 파란 하늘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이렇게 비오는 거리를 걸어서 우리의 목적지로 돌아갔다.


아비뇽에서부터 니스까지 우리를 데리고 다녀 준 버스. 비가 와서인지 다양한 색들이 반사되어 반짝 거린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지만, 시간은 이미 1주일은 넘게 지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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