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프로방스 기차여행과 루트 - 탑프렌치씨티즈 유럽여행/레일유럽

 

 

유럽여행, 그 중에서도 프랑스 여행을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파리에서만 머무르다 오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반대로 '상상하던 아름다운 프랑스'의 모습을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다. 파리는 1주일을 있어도 모자랄 만큼 볼 것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대도시다 보니 아기자기한 부분들을 충족시켜줄 만큼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1주일 이상의 일정을 잡고 여행하는 사람은 꼭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을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해 준다. 특히, 고흐, 샤갈, 세잔느 등 미술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알만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문화적인 재미에서부터, 프로방스 지방의 특별한 음식들과 아기자기한 모습들까지. 프랑스하면 떠올렸던 그 상상 속의 모습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남부라고 하면 꽤 멀다고 느껴지지만, 기차를 타고 내려가보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프랑스의 기차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탑프렌치씨티즈(Top French Cities)를 함께 보면 기본적인 프랑스 여행의 골격을 짜기에 좋다. 프랑스 관광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차여행 홍보 사이트로, 프랑스 전체적인 지도와 곳곳의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처음 일정을 계획할 때 도움이 된다. 이 사이트의 도시이름들과 기본정보, 그리고 가이드북과 카페 및 블로그의 여행정보들을 모두 모으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여행준비를 할 수 있다. 그 이후로 필요한 것은 실전 정보.

 

얼핏 보기에는 아주 간략한 정보만 있을 것 같지만, 기차여행 정보에 이어서 각 도시들을 클릭해보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각 도시의 기본적인 관광지에서부터 쇼핑이나 먹거리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정보들이 있다. 특히 특산품이나 도시에 한정하는 것이 아닌 주변 지역 정보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 이조.


탑 프렌치 씨티즈 - http://www.topfrenchcities.co.kr/

프랑스 관광청 - http://kr.franceguide.com/

 

 

 

보통 프로방스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파리 인-니스 아웃(혹은 그 반대)의 비행기 루트를 많이 이용하지만, 그냥 파리 인-아웃을 하더라도 사실 큰 문제는 없다. 파리에서 프로방스쪽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은 보통 아비뇽(Avignon)인데, 철도를 이용하면 여행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일찍 예약한다는 전제하에 니스까지 이동할 생각이라면 '개별예약'이 낫고, 파리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면 '프랑스 철도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단 파리에서 프로방스를 왕복하는 비용만으로도 그 가격이 빠지고, 할인 행사나 유스라면 더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 개별 기차예약 및 패스 구입은 레일유럽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레일유럽 공식 사이트 - http://www.raileurope.co.kr

 

그럼, 프로방스쪽의 추천 루트는 어떻게 될까? 각 도시에서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느냐에 따라서 일정이 큰 차이가 나겠지만, 대부분 한나절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크기의 도시들이다. 조금만 빡빡하게 일정을 짠다면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는 도시들도 많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서 그 시간분배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파리(Paris) -> 아비뇽(Avignon) -> 아를(Arles) -> 마르세이유(Marseille) ->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 니스(Nice)

 

실질적으로 아비뇽에서 일정이 시작되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정이고, 여기서 여름에 간다면 라벤더로드, 5월에 간다면 칸영화제의 칸(Cannes), 아름다운 골목길이 매력적인 성곽도시 생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 등을 일정에 넣을 수 있다. 이렇듯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는 여러 도시들이 있지만 대부분 1시간 정도면 도시간 이동을 할 수 있는데다가, 도시마다 매력이 가득하기 때문에 적어도 4-5일 이상을 프로방스 쪽에 할애한다면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첫 프랑스 여행때 파리 다음으로 방문했던 곳이 프로방스였는데, 나 역시도 파리에서 TGV를 타고 아비뇽까지 이동해서 일정을 시작했었다. 파리로 인해서 니스로 아웃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차례대로 저 일정을 돌 수 있었다. 왜 프랑스 여행의 첫 여행지가 프로방스였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프로방스'라는 단어가 가진 느낌, 그리고 여행을 준비하기 전에 어느 잡지에선가 봤던 프로방스의 크리스마스 마켓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아비뇽>

 

파리에서 도착해서 가장 먼저 닿게 되는 아비뇽은 프로방스 여행의 시작이자, 중세 기독교의 중심지였던 만큼 여러 고대 건물들을 볼 수 있는 도시다. 아비뇽의 대표적인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는 교황청(Palais Des Papes)과 생 베네제(Saint-Benezet) 다리다. 약 70여년동안 교황청의 소재지였던 만큼, 교황청의 규모도 크고 그 내부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교황청을 나와서 아비뇽의 다리라 불리는 생 베네제 다리로 걸어가는 길 역시, 꼭 과거의 한 장면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중세의 느낌이 가득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흐르는 론 강에 위치한 생 베네제 다리는 12세기에 건축된 다리로, 론 강의 여러번의 범람으로 인해서 손상되어 현재는 몇 개의 아치만이 남아있어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널수는 없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는 론 강의 풍경뿐만 아니라, 성벽과 그 안의 건물들의 모습까지 함께 조망할 수 있어서 아비뇽에 들렸다면 하나의 코스로서 들릴만 하다.

 

처음 만났던 아비뇽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는 비 오는 도시였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교황청을 둘러보고 나와서 걸었던 아비뇽의 거리는 현재가 아닌 과거를 걷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고, 우산을 들고 올라간 생 베네제 다리는 마치 얼마 전에 내 눈앞에서 범람으로 인해 무너진 것만 같았다.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분위기가 주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맑은 날에는 그때의 그 기분과 그 감정을 그대로 상기해내지 못했으니까.



 

 

<아를>

 

아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시로,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쳐가야만 하는 도시다. 뭐랄까, 미술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만, 교과서에서 한번쯤은 배웠던 고흐의 유명한 그림들이 많이 그려진 아를은, 그 장소들을 찾아 다니는 것 만으로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를의 도개교', '밤의 카페에서', '고흐의 노란 집', '별이 빛나는 론 강' 등과 같은 작품들이 그려졌던 장소에서 그 그림을 함께 보고 있으면 감동은 배가 된다. 위 작품들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배웠을 만한 그림이니까.

 

 

아를은 아비뇽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마르세이유로 향하는 관문에서 잠깐 들렸다가는 정도로 시간을 내도 충분하다. 고흐의 그림이 있는 장소들을 따라가는 것 이외에도, 아를에는 원형 경기장과 같이 역사적인 볼거리들도 함께 있다. 특히 원형 경기장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를 시내와 론 강의 모습은 프랑스 소도시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하루 정도를 투자할만한 아를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만한 작은 도시다.


어쩌면 고흐는 내게 있어서 인상파뿐만 아니라, 전체 미술과 관련해서 가장 친근한 화가였다. 왜 고흐가 친숙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얼핏 어린 시절 자주 보던 유럽 관련 책의 저자가 고흐의 팬이었던 것인지 책에 고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남의 감정이었지만, 반복으로 인해서 내 감정으로 착각을 한 것 같기도 했지만.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지금도 고흐가 그냥 좋다. 투박하게 느껴지는 그 붓 터치가.


그래서인지 아를은 너무 소중했다. 도개교에서도, 정신병원에서도, 그가 지냈던 곳 앞에서도, 카페 앞에서도, 그리고 론 강에서 서서 그림속의 풍경을 상상했을 때도 행복했다. 눈 앞에는 그림 속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고, 더 좋았던 것은 그 풍경의 옆에는 고흐의 그림이 항상 위치하고 있었다. 조악한 기억력을 쥐어짜내 그림을 상상하지 않아도, 쉽게 그림과 풍경을 비교해 볼 수 있었던 것. 그래서 프랑스의 어디를 가장 추천하냐고 묻는 사람에게, 항상 아를을 추천한다.

 

 

 

 

<마르세이유>

 

마르세이유는 엑상프로방스로 향하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한 길목이기도 하고,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첫번째로 만나는 지중해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리스인에 의해서 건설된 마르세이유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지만, 이전의 소도시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현대적인 느낌과 여러 유적지들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독특한 도시다.

 

 

 

마르세이유는 여름이 시작되는 시즌부터 다양한 축제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이 시즌에 왔다면 축제의 열기에 잠깐 몸을 맡길 수 있다. 또한, 마르세이유는 지중해의 독특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인데, 특히 부이야베스는 생선을 포함한 해산물을 넣고 끓인 한국의 해물탕 같은 느낌의 독특한 음식이지만 사람에 따라서 익숙하지 않게 느껴질 가능성도 크다. 그래도, 마르세이유에서 한번쯤 도전해 봐야 할만한 음식이다.


마르세이유는 사실 부이야베스라는 음식으로 가장 기억에 크게 남아있는 도시다. 사람들은 부이야베스를 잘못 먹으면 적응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의외로 맛있어서 사람들의 의견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게에 따라 재료와 맛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 했다. 근데, 그 이후로도 마르세유는 아니었지만, 부이야베스를 먹어볼 기회가 몇 번 더 있었는데 그래도 맛있었다. 그래서, 결론을 하나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라고.

 

 

 

<엑상프로방스>

 

엑상프로방스는 마르세이유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4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마르세이유에 숙소를 잡고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오기도 좋은 이 도시는 화가 세잔느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시내에서는 세잔느의 동상을 만날 수 있고,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잔느의 아뜰리에를 찾아가면 그가 그림을 그렸던 장소와 영감을 받았던 풍경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엑상프로방스가 세잔느로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될 도시는 아니다. 고풍스러운 생 소뵈르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를 들어보기도 하고,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명품 샵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좁은 거리를 벗어나 미라보 대로에 들어서면 또 다른 시장이 펼쳐진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열리는 벼룩시장, 그리고 겨울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액상프로방스를 들리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


세잔느는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었다. 그런데, 엑상프로방스에 들리면서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의 아뜰리에에 들리면서 조금 더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전의 세잔느에 대한 이미지가 정물이었다면, 이번에 조금 더 깊게 그에 대해 들여다보면서 너무 일부만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행은, 가끔 기존의 생각을 흔들어놓는 경험을 자주 제공한다.

 

 

 

<니스>

 

프로방스 여행의 최종 종착지는 프랑스의 끝자락에 도착한 휴양도시 니스다.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지만 여름철이 되면 따뜻한 햇빛을 즐기기 위해서 누워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왁자지껄한 도시로 변모한다. 니스는 어찌 보면 휴양도시의 느낌뿐인 것 같지만, 의외로 곳곳에 볼거리들이 많다.

 

 

프로방스 여행의 주제로 항상 언급하는 미술과 관련해서, 니스에는 샤갈 미술관이 있다. 샤갈의 작품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이곳은 샤갈이 생전에 직접 가꿨던 곳이라 그의 애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니스의 또다른 명물은 아침시장이다. 니스에서 꼭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인 이 아침시장은, 프랑스의 다양한 식재료들에서부터 향신료, 꽃과 먹을거리까지 색색의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에 그냥 걸어 다니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장소이다. 프랑스의 각 도시마다 여러 시장이 있지만, 이 니스의 시장은 또 특별한 느낌이 든다.


니스는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필연이라고 해야 할지 항상 겨울시즌에만 찾게 되었다. 남들은 여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찾는 여행지를 겨울이라니. 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니스는 좀 더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일출을 보러 나가도 충분했고, 아침시장은 추운 느낌과 더 잘 어울렸다. 걷다가 발견한 생 굴에 레몬즙을 얹어서 파는 매장은,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굴 하나하나의 맛이 살아있었다. 한국에서 간장을 찍어 후루룩 먹던것과는 다른 종의 굴임이 분명한 녀석은, 확실히 입 안에서 맴도는 맛 자체도 차이가 있었다.

 

 

니스에서 여행 일정을 마무리 지으면서 아쉬움이 든다면 근교의 명소들을 찾아가보자. 특히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하는 생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는 성곽마을로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돌아다니는 매력이 있는 곳인데, 그 골목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또한, 영화제가 열리는 5월의 칸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익히 잘 알려진 매력적인 도시다.

 

생폴드방스는 작은 마을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는데, 아마도 찾아갔던 시기에 모든 곳이 늦가을 느낌이 나는 단풍으로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흐린 날에 느껴지는 조금은 짙은 색감, 그리고 아기자기한 골목들은 그 안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아이들처럼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여전히 가장 인상적인 도시로 기억에 남아있지만, 그 다음에 찾아갔던 마을. 에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 근처의 작은 마을들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크리스마스 마켓 in Winter>

 

겨울의 유럽여행은 해가 짧고, 날씨가 안좋기 때문에 여행하기에 좋지 않은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기간은 여름에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특별한 프랑스를 만날 수 있는 기간이다. 한겨울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프로방스 지방은 한겨울에도 늦가을 같은 날씨이기 때문에 여행을 하기에 크게 나쁘지 않은데, 바로 이 시기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선다. 아비뇽, 엑상프로방스, 니스 등 거의 대부분의 도시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는데 그 분위기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캐롤들은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추워지면 마켓의 작은 가게에서 감기를 예방해주는 뱅쇼(Vin Chaud) 한잔을 마시면 몸에 따스한 기운이 돌아온다. 빨리 어두워지지만, 그 어두움을 크리스마스 마켓의 조명이 밝혀주는 겨울. 그런 특별함이 있기에 프랑스의 겨울은 절대 여행하기에 나쁜 시기라고 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냥 걷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장소다. 파는 물건의 가격이 다소 비싸도, 왠지 하나쯤은 사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긴 거리를 따라 이어진 마켓의 끝에 다다를 때 쯤에는 언제나 쇼핑백 한 두 개는 들고 있는 경험을 했다. 그 곳에서 산 물건들은 다른 곳에서 발견한 적이 별로 없어 다행히 후회되지는 않는 선택이었다. 주변에서는 귀에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안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만으로도 'This is Europe!'이라는 외침이 나온다. 어린 시절 멋도 모르고 품었던 유럽에 대한 동경의 일부를 채울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프로방스의 음식들>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음식을 빼놓는 것은 프랑스 여행에서 가장 큰 부분을 놓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특히 프로방스는 프랑스식의 요리법과 지중해의 요리법이 만난 독특한 요리들이 많아서 특히 미식을 위한 여행지로도 인기있다. 부이야베스처럼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수 있는 음식도 있지만, 계란, 참치가 올라간 니스식 샐러드로 시작하면 생각보다 쉽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지중해에서 나오는 홍합으로 만든 홍합피자, 생선요리 등과 함께 프로방스지역에서 생산된 와인 한잔을 곁들이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

 

프로방스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단연 음식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유럽은 비싸, 그러니 사먹기보다는..'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행한 나라도 있었고, 파리에서도 사실 그 생각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방스에 들어서서 그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방스로 넘어와서 처음 들어갔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음식이 그 시발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없는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라도 하루에 한끼는 꼭 외식을 하게 만들었던 프로방스. 다행히도 사람들의 평이 좋은 곳들만을 찾아갔고, 대부분의 음식에 만족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와인 한잔을 곁들일 수 있는 식사가 왜 행복한지도 이해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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