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남들과는 좀 다르게 떠나볼까?


여름... 떠나고는 싶은데, 평범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다.


여행을 하려고 해도, 직장이라는 곳에 매여있다보면 긴 휴가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말 휴가를 낸다고 하더라도 3박 4일이 보통이고, 정말 5일을 모두 휴가를 내서 간다고 하더라도, 8박 9일을 낼 수 있는게 전부다. 그렇다보니까 갈 수 있는 곳은 항상 한정되어 있다. 눈 질끈감고 1달간 쉬어도 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갔다온 다음에 자리가 사라져 있을것만 같은 두려움에 차마 감행하기가 힘들다.

휴가 기간이 짧다보니, 갈 수 있는 곳은 항상 정해져 있다. 기껏해야 일본, 중국, 동남아 정도가 전부다. 눈치코치 볼거 다 보면서 정말 운 좋게 9일에 가까운 휴가를 얻어냈다면, 캐나다나 유럽, 호주등으로 다소 먼 일탈을 떠나볼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행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언제나 패키지나 짜여진 상품에 흔들릴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언제나 다녀온 여행지는 비슷비슷, 남들과 다를바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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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짧은 기간 중에도 일탈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많다. 비싼 비행기 값을 주고 호주에 와서 단 6일짜리 일정이면서, 가격도 비슷한데 여행은 힘들어야 한다며 버스만 탄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행지까지 날라와서 낮에는 잠만자고 밤에는 진탕 술을 퍼마시며 노는 사람도 있다. 일탈은 사람들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자기가 원하는 것 단 하나만을 찍어놓고 여행하는 사람이 주위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가고싶은 곳 하나만을 찍어놓고 그곳으로 가는거다. 다른거 볼거 없다. 여행지 하나만 찍어놓고 갔다오면, 뿌듯하단다. 패키지로 이곳저곳 주마간산 둘러보느니, 교통수단이 없으면 차를 빌려서라도 갔다오고 만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추억이 생기고.. 아무리 짧아도 그게 더 낫다는 이유였다.

...물론, 내 주위에 있는 여행한다는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고 있기는 해도 평범하지 않은 인간들이 많은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어떤가? 적어도, 남들이 못하는 일탈.. 돈이 들어도 한번 해봐서 나쁠거 없지 않은가? 그럼, 정말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 가보고 싶은 곳, 먹어보고 싶은 것.. 모두 도전하자. 비용이 얼마나 들면 어떤가? 매월 월급통장을 스쳐지나가는 월급과 카드가 날 도와줄텐데...그냥, 일단 평범하지 않게 떠나고 보자.

그런데, 테마는 어떻게 정하지?

별거 없다. 그냥, 신문보다가..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아하! 하는 생각이 들면 적어놓자. 그리고, 여름에는 꼭 가겠다고 주문을 외우자. 그리고, 떠나자.



첫번째 테마, "나는 신기한게 좋아요~"

TV 다큐멘터리에서 하얀 사막이라는 것을 봤다. 하얀 사막이라고 하고 여러가지 풍경을 보기는 했는데, 도대체 거기가 어딘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얀 사막으로 찾아보니, 생각보다 여러 곳이 있다. 몇몇곳들은 하얀모래가 있는 해변이다. 사실 살짝 누리끼리한데, 그냥 하얀 사막이라고 우긴다. 아...가오 안난다. 이런데는 절대 가도 만족하지 못한다.

어..? 소금사막..? 어..? 석고사막? 왠지 이름만 들어도.. 하얀 사막일거 같은 분위기가 팍팍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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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의 Bad Water란 곳에 소금사막이 있다고? 그래서 찾아갔다. 가는건 별로 안어렵다. 그냥 미국 라스베가스까지 가서 차 렌트해서 3시간정도만 운전하면 된다. 접근성으로 봤을때는 난이도1이다. 생각해보니 미국비자가 잘 안나오므로 난이도2로 하자. 아쉽다. 사실, 죽음의 계곡 내의 소금사막은 굉장히 작은 규모이기 떄문이다. 거기다가, 여름에는 온도가 40도 이상 미친듯이 올라가기 때문에 새벽에 잠깐 가는게 아니면 여행도 불가능한 곳이다. 그럼, 소금사막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아마, 이제 유명해서 아는사람도 많을 것이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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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에서도 외국친구들 데리고 똑같은 일을 했다. 뭐, 다들 이해한다면 무슨 상관 있으리오. 그런데,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우유니를 어떻게 여름 휴가만 가지고 갈 수 있냐고!! 그러나, 가는 사람은 간다. 본인의 친구중에 김모군이라고 있는데, 일탈여행의 대가이다. 단순히 우유니가 가보고 싶었다는 이유로, 여름에 회사 때려칠 각오를 하고 9일짜리 휴가를 얻어서, 우유니를 갔다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볼리비아 비자도 받아뒀고, 루트도 단순했다. 한국->LA->라파즈..그리고 11시간동안 버스이동..우유니 2박3일 투어를 하고 아따까마 데 산티아고로 나와서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로 이동했다. 그리고 귀국. 본인의 말에 따르면 딱 9일 걸렸다고 했다. 비행기 왕복만 4일. 비용도 엄청났다.

뭐, 전적이 있는 녀석이기 때문에 이해한다. 2005년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영화를 보더니, 1달후 여름에 5일짜리 휴가를 만들어서, 한국에서 호주 에어즈락만을 보고 돌아오는 말도 안되는 일정으로 다녀온녀석이었기 때문이다. 비용도 거의 월급을 다 털어넣으면서도, 이녀석은 행복해한다. 자신이 가고싶은 곳을 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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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호주에 있을 당시, 여행잡지를 보다가 조개로 해변이 이뤄진 쉘비치(Shell Beach)가 있다는 글을 본적이 있었다. 내가 머무르던 곳은, 멜번..그리고 쉘비치가 있는 곳은 서호주였다. 근데, 가고싶었다. 이유없이 특이한 해변이 너무 보고싶었다. 워킹홀리데이 중반이라면 그냥 서호주로 날아가서 몇달 살면 되지만, 1달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서 보려면 그냥 후다닥 다녀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리고, 퍼스에서 딱 1주일 있다가 돌아왔다. 원래는 동부와 중부만 돌 생각이었는데, 여행계획에 단지 쉘비치하나만으로 서호주가 들어갔던 것이다. 물론, 후회는 없다. 덕분에 다른 좋은 곳들도 많이 봤고..쉘비치는 서호주 퍼스에서 차를타고 북쪽으로 4~5시간정도면 갈 수 있다. 관련해서 쉘비치를 지나가는 패키지도 있으므로 이것을 이용해도 된다.



두번째 테마, "먹는게 여행을 떠나는 제 1의 목적이다."

여행에 있어서 먹는건 굉장히 중요하다. 먹는건 대충 먹어도 좋은 호텔에서 묵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먹는게 빠지면 절대 여행이라는게 성립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가지를 말해보라면, 자신있게 음식, 사람, 건강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비위가 강한 나에게 각 나라의 새로운 음식들에 대한 도전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고,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행복, 그리고 건강하게 계획했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만족감까지. 이 세가지만 충족된다면 그야말로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여행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여행지가 볼 것이 없었어도,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더라도, 저녁에 맛있는 음식과 맥주 한 병이면 모두 다 잊혀지는 그런 것이 여행이다.

여행을 하고 나서 한국에 돌아오면 방문했던 장소들은 그렇게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아도, 맛있었던 음식은 기억에 남아 항상 나를 괴롭힌다. 여행에서 막 도착한 사람이 가장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다시 새로운 걸 먹기 위해 떠나가라며. 캥거루, 기니피그, 악어, 오릭스와 같은 특이한 동물들의 맛도 그렇고,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향료들도 기억 속의 후각을 자극한다.  특히, 좋은 사람과 함께 한 시간, 그리고 함께 먹은 음식은 나를 여행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그랬다. 맛있는 먹거리가 없는 나라에서는 여행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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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관련된 최적의 여행지는 동남아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모두 쉽게 갈 수 있는 나라이면서도, 각기 다른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행복하다. 아프리카 여행당시에는 음식의 빈곤함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데-물론 그럼에도 다시 가보고싶은 곳임에는 분명하지만-, 동남아에서는 입맛이 맛지 않을지언정 먹을게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순수하게 먹을것만을 위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돌아다니는 만큼, 아침도 많이 먹고, 점심도 많이 먹고, 저녁도 많이 먹고.. 야식도 먹고.. 목끝까지 먹을게 올라와도.. 길거리에서 맛있는게 또 보이면 걸음을 멈추고야 마는 사람들은 항상 먹는것에 행복해 한다. 다이어트 걱정은 여행 몇일간은 잊어도 좋다. 하지만, 이런 여행을 하려면 패키지로 가면 안된다. 동남아 패키지로 갔다가는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한국음식들에 현지 음식을 시도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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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러 떠나는 여행의 센스는 길거리 음식이건, 레스토랑 음식이건 일단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먹다보면 행복해지는게 인생이련만, 먹는 재미를 포기하면 여행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래서 그럴까, 주위에 홍콩, 필리핀, 태국과 같은 국가들에 다녀왔다고 자랑을 하면서 카메라를 보여주는데, 2/3이 먹는 음식 사진인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는 여행얘기가 아닌 먹는 얘기만 하루 종일 늘어 놓는다. 어떠랴. 그게 그들에게는 행복인것을.



세번째 테마, "오직 원하는건 하나였다. 뮤지컬."

여행을 떠나는 것의 이유가 관광지나 음식이 아니라, 단 한가지 문화를 위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다. 난 한놈만 쥐어패라는 신념으로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여행은 한가지 목표에 집중을 하게 된다. 나에게는 뉴욕 여행이 그랬다. "뮤지컬"이라는 목표를 가진 친구와, 음식이라는 목표가 있는 나. -_-; 결국 뮤지컬 스케쥴의 압박에 음식은 좀 적게 먹을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뉴욕에 딱 3일 반 있었는데, 뮤지컬을 5개나 봤다. "렌트", "스위니토드", "라이언킹", "시카고", 그리고 "프로듀서스"까지. 물론, 맨앞줄에서 보면서 한명당 $30도 안하는 가격에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도 유효했고, 그냥 무작정 가서 스탠딩으로 본 뮤지컬도 있었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어서 제돈 다 주고 본 뮤지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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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에 뮤지컬 비용으로 $200이 넘게 날아갔다. 물론, 예전에 라스베가스에 갔을 때 O쇼 하나로 그정도 비용이 날라가긴 했지만, 뉴욕에서 모든 일정을 뮤지컬에 쏟아부었던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한개의 뮤지컬이 끝나자마자 맥도날드에서 후다닥 식사를 하고 다음 뮤지컬을 보러 뛰어가던 그 순간은 어떤 기억보다 재미있었다. 뉴욕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뮤지컬이라지만, 그 한가지에 집중하기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너무 볼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가지 테마를 정했고, 그것에만 몰두를 했다. 물론, 뉴욕은 그냥 비행기 타고 가면 된다. 뮤지컬은 모두 브로드웨이에 몰려있고 ^^.



자신을 위해 떠나는 여행의 재미..

여행은 꼭 장기로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자신이 여행에서 하려고 하는 목적이 있다면, 얼마든지 즐기고 돌아올 수 있다. 순수하게 휴양을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달리는 패키지 여행은 하지 말자. 그런 여행은 다녀와도 피로만 쌓이고, 주마간산처럼 스쳐지나가는 풍경에 식상한 패턴만을 느끼고 돌아오게 될테니까.

여행의 테마를 한가지만 정하면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다른 볼거리가 있으면 곁다리로 보면 된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고, 그것 성취했을때의 기분은 짧은 일탈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가 아닐까.

안다, 돈이 걱정된다는거. 그래도, 일년에 몇번이나 떠날 수 있나를 생각해보면, 그냥.. 한번쯤 저지르자.

평범하지 않은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남들과 다른것이다.

자 이제 자신의 테마를 찾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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