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빅아일랜드 여행 #08 - 마우나로아, 힐로숙소 아놋츠랏지, 마우나케아 일몰과 4륜 SUV (4WD)

하와이 빅아일랜드 여행 #08 - 마우나로아, 힐로숙소 아놋츠랏지, 마우나케아 일몰과 4륜 SUV (4WD)

 

사실 마우나로아는 딱히 갈 예정에 없었다. 하지만, 가이드북 재개정도 해야 하는데, 과거에 찍은 사진들을 다 잃어버려서 겸사겸사 촬영을 하러 다시 다녀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리사이즈 된 사진은 살아있는게 있는데, 왜 그랬을까 싶을정도로 사실 마우나로아는 가는 것이 어려운것에 비해서 딱히 볼 것이 없는 곳이다. 차라리, 마우나로아를 가지 않고 마우나케아에 좀 더 일찍 갔으면 하는 아쉬움.

처음에는 도로도 양방향 2차선이지만, 어느시점부터는 이렇게 도로상태가 메롱한 1차선 도로로 변한다. 그렇다고 일방도 아니고 양방향인데, 구간에 따라서는 정말 서로 마주치면 곤란한 곳들이 꽤 있다.

그렇다고 방문자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서, 맞은편에서 차가 온다면 이렇게 서로 최대한 길로 붙어서 비켜줘야 한다. 이때도 비킬곳이 없어서 약 10m 정도를 후진해서 겨우 풀숲쪽으로 비켜줄 수 있었다. 상대쪽은 더 공간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랄까?

거기다가 도로에 이렇게 나무가 쓰러져있거나, 움푹 패여있거나 하는것은 예사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게 1시간 가까이 올라가야하는 것에 비하면, 딱히 볼 것이 없어서 실망하는 경우가 대다수.

그렇게 차로 최대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가면, 이렇게 전망대가 나온다. 2012년 말에 마우나로아에서 화산이 분출한 관계로, 현재도 트레일은 통제상태다. 

그나마 뷰를 보려면 정상까지 가야하는데, 무려 왕복 20km에 트레일 고도차이가 900m나 된다. 7~8시간 정도 소요되는 트레일이라는 의미. 정상에서 보는 마우나케아와 분화구들의 풍경이 멋지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객들이 와서 하이킹을 할만한 수준의 장소는 아니다. 거기다가 잘 정돈된 트레일이 아닌 용암이 굳어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뭐, 지금은 그나마도 화산활동으로 통제되어 못올라가는 곳이 되었지만.

그렇게 어럽게 올라와서 보이는 뷰가 딱 이 뷰다. 양 옆은 나무로 막혀있어서, 사실상 보이는 뷰가 이 전경이 유일한데, 탁 트여있기는 하지만 뭔가 큰 감흥이 오거나 하는 뷰는 아니다.

나름 화장실도 있고, 짧은 트레일도 있지만.. 사실상 여기에 올라오는 것 만으로 최소 2-3시간은 소비하게 되기 대문에, 빅아일랜드에서 정말 일정이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가이드북 개정 및 사진 소실이 아니었다면 다시 안왔을 만한 곳이다.

 

종종 마우나로아도 마우나케아만큼 별 보기에 좋은 곳이라고 쓴 글을 보는데, 천만의 말씀. 차라리 마우나케아 비지터센터 인근에서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기는 해지고나서 내려가는 것도 도로 상태 때문에 위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해지고서 여기에 올라올 사람은 없겠지만.


마우나로아에서 내려온 후, 바로 힐로에 위치한 숙소에 체크인을 하러 갔다. 마우나케아에 올라가서 일몰을 보고 난 후 내려오면 너무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도 체크인을 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기 때문에 체크인을 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는데, 이래저래 공사하는 차량을 만나거나 도로가 막혀있기도 하는 등 방해요소가 많았다.

 

힐로에서 묵었던 숙소는 아놋츠 랏지(Arnott's Lodge) - [숙소 바로가기] 였다. 예전에도 한 번 묵었던 곳인데, 나름 주방이 있는 객실도 있고, 별관(Annex)의 경우 별도의 건물에 공용 주방도 있어서 나름 괜찮은 숙소였다. 숙박비가 미쳐날뛰는 빅아일랜드에서 이정도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이기도 하다.

 

나름 플레이룸이라거나, 쉴 수 있는 공간들, 세탁기와 간단한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오네카하카하 비치 파크도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기 때문에, 나름 가족단위로 묵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번에는 가볍게 1박만 하면서 스쳐지나가는 정도였지만.

내가 예약했던 객실은 별관에 있었는데, 내부에 공용공간으로 주방과 거실이 있고, 각자의 객실이 따로 있는 형태였다. 객실 내에는 당연히 침실과 화장실이 있었던 만큼,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외식물가가 비싼 하와이에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나름 장점 중 하나. 그래서 여기서 2-3박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다만, 더블침대 한개가 있는 객실은 상당히 좁은 편이었다. 겨우 캐리어를 펼쳐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정도. 그리고, 단층 건물이다보니 바깥이 훤히 보인다는 단점도 있었다. 뭐, 커튼을 쳐 놓으면 되긴 하지만.

침대 맞은편에는 내부가 비워져있는 냉장고도 있었다.

욕실도 문을 닫지 않으면 샤워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좁기는 했다. 공용 거실과 주방공간이 넓은 대신, 이렇게 객실과 화장실은 좁은 형태. 뭐, 1-2인이 묵기에는 이정도면 충분한 공간이기는 했지만, 인원이 많다면 객실을 2개를 예약해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짐을 풀고, 마우나케아로 출발. 사실, 이 시점에서 이미 조금 늦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마우나케아는 3번째 올라가는 것이기도 하고 해서 조금 여유를 부렸다. 뭐, 당연히 후회했지만.


마우나케아로 가는 길. 힐로에서 비지터센터가 있는 곳까지는 약 50분 정도 소요된다. 또한, 비지터센터에서 정상까지는 최소 30분, 넉넉하게 40~45분 정도는 잡고 올라가야 한다. 중간에 느리게 올라가는 차가 한대라도 있으면, 줄줄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해발고도에 적응하는 시간까지 가져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늦어도 비지터센터에는 일몰 1시간 반 전, 가능하면 2시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비지터센터에는 먹을것이 없으므로, 사전에 저녁으로 먹을 것도 준비해가야 한다. 예전에는 컵라면 등과 같이 먹을것을 판매했지만, 이제는 간단한 기념품 외에는 아무것도 판매하지 않고 있다.

고산병을 방지하기 위해서 비지터센터에서 최소한 30분 이상을 머무를 것을 권장하는데, 무시하고 그냥 바로 올라갔다가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비지터센터의 모습. 이날의 일몰 시간은 6시 2분이었다. 도착하기는 1시간 20분 쯤 전에 도착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복병이 있었다. 

바로 올라가는 차량이 4WD가 맞는지 확인하는 레인저들이 있었다는 것. 생각보다 길게 줄을 늘어서 있어서, 이 대기줄에서만 20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대기시간을 감안해서 비지터센터에서 25분쯤 있다가 바로 출발했는데, 결국 대기시간 때문에 45분 넘게 소비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참고로, 수동으로 직접 4WD로 변경할 수 없는 차량들(AWD 등)은 모두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했고, 다시 내려가야만 했다. 또한 주유랑도 최소 3/4 이상 남아있어야만 올라가게 해준다. 거기다가 내려올 때 저단기어 사용법까지 설명을 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몰 50분 전에는 올라가려던 내 계획이 무너지고, 결국 30분을 조금 남기지 않고서야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아예 정상으로 가는 길을 4륜구동만 가능(4-WHEEL DRIVE ONLY)이라고 적어 놓고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요행으로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안전을 위함도 있지만, 정상까지 너무 많은 차들이 올라가지 않도록 통제하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AWD 차량은 불가하다보니, 실제로 지프랭글러를 포함해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차량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참고로 지프 랭글러는 1-2달 전에 일찌감치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최대한 빨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비지터센터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비지터센터에서 정상까지는 렌터카 진입 금지구역이므로, 사고가 날 경우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으며 보험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본인의 책임 하에 올라가야 하며, 사전에 저단기어 사용법을 익혀둬야 한다.

30분정도밖에 안남았다는 사실에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해가 넘어간 직후에 겨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이 3번째 올라오는 마우나케아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막 구름 너머로 사라진 태양. 한 2-3분만 일찍 도착했어도 해가 걸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 봤던 것과는 별개로, 또 왔을 때 본다는 것 자체가 다른 의미이니까.

정상에서 일몰을 보고 있는 사람들. 다른 차종의 경우 4WD 예약이 쉽지 않다보니, 올라온 차량들 중 70%는 지프랭글러로 보였다. 

정상에서 보는 일몰 풍경.

 

해가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웅장한 풍경임에는 차이가 없었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기를 기대하지만, 일몰이 끝나고 조금 후에는 레인저가 모든 사람들에게 내려가라고 하기 때문에 사실상 여기서 늦게까지 별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트와일라잇이 지나고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까지는 머무를 수 있지만, 내려올 때 안전하게 내려오려면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것이 낫다.

그렇게 일몰을 보고 내려오는 길. 고프로를 차량에 연결해서 촬영했었는데, 이 지점 이후로 너무 어두워져서 사실상 영상은 쓸모 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올라올때는 잘 못느끼지만, 실제로 내려가는 구간의 경사도가 상당히 있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레이크파열을 방지하기위해서 브레이크를 밟기보다는 1-2단의 저단기어를 넣고 내려와야 한다. 1단 기어를 물렸음에도 속도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구간이 있으므로, 브레이크도 간간히 사용해야 한다. 꼭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야 할 필요는 없으므로 좀 느려지더라도 악셀을 밟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다시 비지터센터로 내려오면, 레인저들이 브레이크의 온도를 점검한다. 혹시나 모를 파열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못해도 30분 이상은 비지터센터에서 머물다가 내려갈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마우나케아에서의 별 사진은 어디서든 찍을 수 있다. 비지터센터 주변에는 차량의 불빛으로 인한 조명이 상당히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에는 엄청난 별과 은하수가 보일 정도로 공기가 깨끗했다. 빛 공해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건너편 언덕에 올라서 사진을 찍으면 되는데, 조명을 최소화해야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꼭 그곳이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많은 만큼, 멋진 별 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좋다. 사실 해가지고나면 과거에는 비지터센터 앞에서 별 관찰 프로그램도 진행했었지만, 코로나 이후로 그런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거의 다 없어져서 이제는 모두 직접 진행해야 하게 되었다.

 

어쨌든 마우나케아에서의 일몰을 보고 이제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차례. 이제 빅아일랜드에서의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평소처럼 여행 겸 취재겸 왔다면 좀 더 넉넉하게 지냈겠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알뜰히 옮겨가야 하는 빡센 일정이었다. 한 번 온 곳을 다시 가는 것은 감흥이 살짝 줄어드는 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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