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 여행 #03 - 눈내린 일본 아키타 고원에서의 산책


아키타에서의 두번째 날.

일정이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데, 전날 너무 일찍 잔 터라 7시도 채 되지 않아서 깨 버렸다.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온천을 하고난 뒤에 준비를 다 마쳐도 시간이 남아서 호텔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밤새 눈이 더 내리기도 했고, 바깥에서는 여전히 눈발이 날리고 있었기 때문에 눈을 맞으면서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저녁에 이 주변을 나와서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낮에 보는 풍경과 밤에 보는 풍경은 사뭇 달랐다. 밝은 눈을 노출 보정없이 찍어서 어둡게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눈이 부실정도로 밝고 하얀 세상이었다. 보정을 좀 해볼걸 그랬나




아침일찍 나선 호텔 주변에는 눈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우리가 나왔던 시간이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움직였는지 길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내리는 눈발에 다시 그 위로 눈이 조금씩 쌓이고는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한겨울에도 이렇게 눈쌓인 풍경을 보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내 키보다 더 높은 눈들이라니..


때때로 건물에서 고드름이 맺힌것을 볼 수 있었지만, 다른곳에서는 모두 눈에 가려져 있는 듯 고드름은 생각보다 보기 힘든 존재였다. 눈이 녹아내릴 새가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눈내린 풍경을 보면서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기분은 정말 겨울임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이 펄펄 내리고 있기는 했지만, 실제 온도는 영하 3-4도정도였기 때문에 엄청나게 춥지는 않았다. 뭐랄까, 하늘 가득 내리는 함박눈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는데, 보이는 것보다는 춥지 않아서 도 낭만적으로 느껴진달까? 어쨌든, 눈내리는 풍경은 사람을 매혹시킨다. 눈 내린 후는 싫어하지만, 왠지 이곳에서는 봄이 오기전에는 '눈이 녹아 질척해진 풍경'은 보기 힘들 듯 싶다.



보통 하룻밤만 지나도 차에는 이렇게 눈이 쌓여버린다. 어제 밤에 분명 눈이 쌓여있지 않은 자동차였는데, 아침에 보니 몇 센티미터 정도의 눈이 쌓여있었다. 이 눈이 펄펄 내리는 아키타에서 하루만 주차를 해 놓더라도..


이렇게 차 위로 한가득 쌓이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눈이 많이 쌓일것을 대비해서 와이퍼를 올려놓은 차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하긴, 겨울에 와이퍼가 얼어서 들러붙으면 그것도 문제.

그나저나, 두툼하게 눈이 쌓인 검은책 차는, 꼭 초밥같다. 하얀 생선이 올라간 초밥.



이곳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텔에서 신청할 수 있는 투어를 이용하지만, 이곳의 지리에 익숙하거나 어느정도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산소우 호텔 앞에서 다니는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다니기 때문에 시간을 놓치면 굉장히 애매해지기는 하지만, 뉴토온천마을과 다자와호를 개인적으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이 버스 이외의 선택은 별로 없었다. 특히, 뉴토온천까지 걸어가기에는 참 먼거리이기 때문에 버스는 사실 이곳에서 필수적인 요소나 다름없다.


하이랜드 산소우 호텔과 뉴토온천향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 호텔에서 미리 버스 시간표를 받아서 기다렸다가 타지 않으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사태를 경험할 수도 있다.


우리는 오전에는 츠루노유로 향하는 투어에 참여했다가, 그곳에서부터 우리가 알아서 뉴토온천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원래는 츠루노유 다음에 무사마을로 가는 것이었지만, 무사마을에 관심이 없는 우리는 또다른 온천을 찾아가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물론, 이 결정덕분에 엄청나게 걷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낭만적인 시간이었다고 기억에 남아있다. 혼자 걸어갔다면,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어쨌든, 이제 투어차량을 타고서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였던 츠루노유 온천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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