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일출을 기다리며, 당신에게 일출이 가지는 의미는?




평소에 살면서 일출을 볼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겨울철에 회사를 가기 위해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 집을 나섰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언제 해가 떴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회사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졸다가 역 밖으로 나오면 해가 이미 하늘 위로 떠올라 있는 경우도 많고, 여름에는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해 뜨는 시간 이전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문득 날이 밝아지는 느낌에 하늘을 보면 해는 어느덧 산 위로 또는 건물 너머로 수줍은 듯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준비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일출 시간이 언제인지 알아봐야 하고, 자신이 가는 곳의 어느 방향에서 해가 뜨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잠이 제대로 깨기도 전에 몸을 추스리고 밖으로 나와야 하며, 때로는 새벽같이 산을 올라야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일출을 보게 되는 계기는 이러한 계획을 통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일출을 보고 싶어하는 이유는 보통 새로움이라는 것과 직결된다.

일출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내가 경험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대답은 대부분 비슷한 맥락이었다. 지금까지 힘들었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 모든 새로운 일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 그동안의 고민에 대한 마음의 정리 등이었다. 이러한 느낌은 여행을 하면서 일출을 보게 될 때에도 동일하게 반영된다. 무박 2일의 여행으로 정동진을 가서 일출을 보던지, 해외의 유명한 관광지의 일출 포인트에서 일출을 보던지, 우리가 보고 있는 태양은 언제나 동일한 그 태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태양이 떠오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일출을 보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하루에 떠오르는 태양은 단 하나지만 이것이 단 하루가 아니라 한해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20대 혹은 30대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연인과의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의 새로운 다짐을 하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하루라고 하더라도 이 태양이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헤아리기 힘들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출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2번의 일출을 꼽을 수 있다. 그 때의 이미지들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첫 번째는, 정동진에서 본 일출이었다. 이런 저런 일들이 겹치고 겹쳐서 정신이 피폐하고, 가슴이 답답했던 12월의 어느 날, 아무런 생각없이 정동진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동해 바다에 가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새벽 내내 달리는 기차에서도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해 잠들 수가 없었다. 그저 어두움으로만 가득했던 창밖을 응시하며 머리속으로 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창밖에는 가끔 보이는 도로의 가로등이나 불켜진 민가의 풍경 정도가 보였을 뿐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차분한 이미지가 그동안의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정동진에서 본 일출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마침 운이 좋았는지 안개도 끼지 않은 깨끗한 하늘에서 올라오는 태양은 순간 머리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고민했던 수많은 것들도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느닷없는 여행에서 돌아와서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그 때 그 순간의 기분 하나만으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기에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는, 남아공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본 일출이었다. 홍콩에서 남아공의 수도인 요하네스버그까지는 1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었다. 그렇다보니 비행기를 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나서, 한 두편의 영화를 보고는 바로 잠들곤 한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는데, 몸을 뒤척이다가 잠에서 깨어 잠시 기분 전환도 할 겸 창문의 차양막을 올렸다. 그리고, 대양이 막 떠오르려는 듯 붉게 밝아오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그리고 말없이 멍하니 창밖을 응시했다.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일년에도 수많은 일출을 보곤 했지만,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본 일출은 처음이었다. 구름이 내 아래 있었고, 태양도 저 멀리서 떠오르고 있었다. 쉽게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태양이었지만, 계속 보고싶어질 정도로 빨려들 것만 같은 태양이었다. 아프리카 여행의 새로운 시작에서 봤던 이 일출은 아직도 기억 속 한편에 각인되어 있다. 그 이후로도 여행을 다니면서 비행기를 많이 탔지만, 일출을 보는 이 순간을 겪은적은 별로 없었다. 언제 태양이 뜰지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본 일출의 우연성은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렇듯 일출은 사람들에게 항상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고, 새로운 기분으로 만들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산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아닐까. 이제 새해가 몇일 남지 않았는데, 다들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참 궁금하다. 여러분들의 새해 첫날 계획은 어찌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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