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환율에 대처하는 여행사의 자세는?



미화대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던 어느날 오후, 여행사에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전화의 내용인즉 이러했다.

“12월에 예약하신 신혼여행 패키지가 현지 물가 상승으로 인해서 1인당 30만원 추가 비용을 내셔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다가 이내 1월 중순에 신혼여행을 떠나는 친구를 위해서 여행상품을 예약할 때 디테일한 부분의 상담을 위해 2번째 컨택 전화번호를 내 번호로 남겨놨던 것이 떠올랐다. 아마도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리라. 1월 중순에 떠나는 신혼여행이었지만, 미리부터 준비했던 신혼여행이었던지라 10월에 예약과 결제를 완료했던 건이었는데 떠날날자가 한달도 남지 않은 지금 느닷없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이미 11월 초에 결제까지 마친 건인데, 왠 추가비용인가요?”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하는 바람에 패키지에 포함된 상품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많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결제까지 모두 마친 건이었는데 추가비용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예약만 하고 결제 전이라면 상황에 따라서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3달 전에 미리 결제까지 끝내놓은 상품에 추가비용이라니 여행사의 상품이 시시각각 가격이 바뀌는 고무줄 시스템도 아니고 해도해도 너무한단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소규모 여행사도 아니고, 꽤나 규모있는 여행사이기에 더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되물었다.

“이미 결제까지 다 끝난 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 그 쪽에서는 결제 후에도 환율이 떨어지면 환율이 떨어진 만큼 돌려주시나요?”

전화기 너머에선 잠깐동안 별 말이 없다가 이내 대답이 들려왔다.

“꼭 그렇지는 않죠. 예, 일단은 추가비용을 내지 않고 떠나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혹시라도 변동 사항이 있으면 다시 전화 드릴게요.”

추가비용이 있다면서? 갑자기 추가비용을 안내고도 갈 수 있다니 이번엔 황당함이 밀려왔다. 물론 실제 전화내용은 이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기는 했지만, 골자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 따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추가비용을 받고,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기존에 예약했던 가격 그대로 진행하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 일반 여행객이었다면 추가비용 발생 부담에 여행계획을 취소하겠지만, 신혼여행을 떠나는 허니무너들은 일생에 중요한 여행이기에 추가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지불을 할 것이라는 얊팍한 생각에서 온 아이디어인 것 같았다. 결국 이전에 결제한 비용 그대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그 여행사가 괘씸했다.



외국에서 여행을 하다가 현지에서 2박 3일정도의 짧은 패키지여행을 할 때에 흥정에 따라서 다양한 가격이 적용된 적은 여러번 있었다. 예전에 볼리비아에서 우유니 사막 투어를 했을 때에도 우리 그룹에 55불에 온 사람부터 70불을 내고 온 사람까지 가격대가 다양했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가격 지불 당시의 상황과 흥정능력에 따라서 달라진 것이지, 실질적으로 결제 이후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여행사는 그것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비용전가를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여행업계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곤 한다. 여행잡지나 여행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고환율 덕분에 요즘 여행 경기가 안좋다는 이야기를 대부분 하곤 한다. 환율이 급격히 올라서 기존에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도 많고, 애초에 해외로 떠나려던 여행을 국내로 돌리는 경우도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상황속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많이 떨어진 유가가 반영되는 1월에 유류할증료가 내려가면 좀 더 여행객이 늘어나길 바라는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이 여행사는 그렇지 않았다. 짧은 어려운 순간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객에게 비용전가를 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대책이나 다름없다. 만약 추가비용을 지불했던 부부가 신혼여행지에서 같은 여행사에서 온 다른 부부를 만났을 때, 다른 부부가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때 어떤 기분을 느낄까? 배신감 아닐까. 그 여행사는 그 이후에 잠재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물론, 컴플레인도 상당하게 받을 것이고.


고환율 시대에 여행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어려운 시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진정 빛나는 곳이 아닐까.. 근시안적인 시각보다는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정책을 세우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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