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를 떠나는 날. 아침부터 이동할 거리가 멀기에 주유를 했다. 리터당 1.009달러. 한화로 하면 당시 환율로 약 1,100원 정도. 한국보다는 많이 싼 기름값이지만, 서울-부산 만큼의 장거리를 뛰어야하는데다가, 자동차도 기름을 많이 먹는 크라이슬러의 미니밴인지라 기름값은 꽤나 많이 들었다. 어쩔 수 없었던 기름값.
기름을 아주 아주 많이 드셨던 크라이슬러의 운전대. 미국은 마일이지만 캐나다는 킬로미터라서 여행하기도 편했고, 속도에 대한 감을 잡기도 편했다. 미국에서 예전에 렌터카로 여행을 할 때에는 80마일이 80키로처럼 느껴졌었는데..
밴프를 떠나기 전에 먼저 캐스캐이드 가든에 들렸다. 밴프 시내가 정면으로 보이는 전경이 멋진 곳이기도 하고,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였지만, 캐스캐이드 가든은 꽃들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밴프에서 그냥 지나가기에는 못내 아쉬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캐스캐이드 가든에서 본 밴프의 풍경. 뒤쪽의 높은 산과 밴프 시내 전체가 보이는 모습은 그냥 보기에도 굉장히 멋진 풍경이다. 캐스캐이드 가든은 밴프 시내에서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언제라도 가볍게 시간을 내서 다녀오는 것도 좋다. 꼭 차가 없더라도 밴프 시내에서 가볍게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므로 꼭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캐스캐이드 가든..
캐스캐이드 가든에 들렸다가 바로 케이브 앤 베이슨으로 갔다. 밴프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온천으로 현재 실제로 사용하는 온천은 어퍼 핫 스프링스가 대신하고 있고, 이 케이브 앤 베이슨은 온천과 관련된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입장료는 4달러.
케이브 앤 베이슨의 입구에 차를 주차시키고,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즈넉한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케이브 앤 베이슨이다.
캐이브 앤 베이슨의 입구. 어퍼 핫 스프링스 건물과 왠지 모르게 닮아있다. 아마도, 같은 온천이기 때문일까?
이곳에는 가격이 조금 다르다. 분명 입구에는 $4였는데, $3.9;;;
입구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가면 케이브 앤 베이슨의 다양한 장소들을 방문해 볼 수 있다. 온천물이 실제로 나오는 곳에서부터, 옛날 사람들이 사용했던 목욕탕, 그리고 과거 온천에 관련된 전시물까지.. 어퍼 핫 스프링스에서 온천을 즐겼고, 이 밴프 지역의 온천들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에 관해서 궁금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온천의 수원지로 향하는 길에는 어느정도 조명을 켜 놓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어두웠다. 사진찍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
평소에는 플래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플래쉬 없이는 사진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수원지가 있는 곳은 뜨거운 온천의 온도 덕분에 후끈후끈했다. 밖에서는 분명 서늘했는데, 여기서 온천을 구경한다고 잠깐 있었을 뿐인데 땀이 주룩 흘렀다. 가볍게 구경을 하고 이곳을 빠져나왔다.
지열에 의해서 데워진 온천이 케이브 앤 베이슨으로 나오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 아주 간단 명료하다.
과거에 사람들이 온천을 즐겼던 곳. 지금은 따뜻한 온천물이 가득 차 있기는 하지만, 관광의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안에는 사람들이 들어가있어야 할 자리를 동전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케이브 앤 베이슨의 2층에는 온천의 개발과 밴프의 역사에 관련된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실 케이브 앤 베이슨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다름아닌 이 달팽이. 보통 다양한 곳에서 생물들이 산다고는 하지만, 극한의 지역에서 사는 생물들을 보는 것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이 달팽이는 그 뜨거운 온천물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굉장히 특이한 달팽이였다. 당연히, 밴프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희귀한 종이라고 한다.
이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는 온천에 아무 생명체도 살 수 없을 것 같았자.
하지만, 이렇게 달팽이가 살고 있었다는 것. 어떤 면으로는 굉장히 신기했다. 물론, 박테리아와 같이 세포등급의 생물들은 정말 극한의 온도에서도 산다고 하지만, 이 뜨거운 곳에서 사는 달팽이라니.. 하긴, 각도를 조금 틀어보니 엄청난 수압에서 살고 있는 심해어들도 있긴 하다.
달팽이를 관찰하는 사람들.
사실 달팽이의 크기가 새끼손톱만하기 때문에 이 사람처럼 가까이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존재를 쉽게 알기 힘들다. 하지만, 정말 신기했던 경험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