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 클링맨스 돔 타워에서 본 일출 [미국 자동차 여행 #78]


이른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자동차를 끌고 일찍 캠핑장을 나섰다. 어차피 오후가 되기 전에 텐트를 걷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출을 보고 내려와서 천천히 아침을 먹으면서 준비를 해도 충분했기 때문에 텐트는 그대로 내러벼두고 바로 차를 타고 클링맨스 돔으로 향했다.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에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는 날은 1년에 얼마 되지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를 몰았다. 미국 자동차 여행중에는 은근히 운이 좋았던 적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르막이 시작되기 시작할 때 즈음부터 짙은 안개가 차를 휘감았다. 시야가 100m정도는 나오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바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어지기도 하면서 안개는 계속되었다. 불행한 소식은 거의 마지막 지점에 다다를때까지도 안개가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 혹시나 구름이어서 정상에 오르면 사라질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클링맨스 돔 타워까지는 약 0.5마일(800m).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것. 클링맨스 돔 타워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안개가 낀 날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올라온 것은 우리 뿐만은 아니었던 듯, 세, 네 가족 정도가 우리와 함께 길을 올랐다.



올라가는 길도 한치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의 연속. 사진에서는 좀 더 시야가 멀리 나오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 것 보다 좀 더 심했다.



올라가는 길에 만난 토끼. 아마도 야생토끼가 아닐 듯 싶었다. 방생된 걸지도.



그런데, 정상이 얼마 안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오는 순간 거짓말 같이 안개가 싹 사라졌다. 덕분에 아무것도 못보지 않을까 걱정했던 마음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클링맨스 돔 타워와 그 뒤로 보이는 파란 하늘. 일단 정상에서 보이는 파란 하늘은 일출을 보기에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클링맨스 돔 타워로 올라가는 길.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데, 이 타워의 모습이 꽤 특이해서 올라가면서 보는 풍경도 꽤나 멋졌다.



정상에 올라가서 멋진 일출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해는 구릅 사이에서 떠올랐다. 클링맨스 돔 타워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해가 든 맑은 풍경이기는 했지만, 바로 아래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아마 올라오는 길에 안개처럼 보였던 그 녀석들이겠지. 클링맨스 돔 타워에 있는 안내문에도 이 곳에서 깨끗한 하늘과 함께 일출을 보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 적혀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전망대 아래로 보이는 구름들. 그래도 이쪽은 꽤 멀리까지 보이는 편.



바로 반대쪽은 이렇게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반짝 빛나면서 등장했던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구름 속으로 그 모습을 감췄다. 구름속으로 들어가버리니 일순간에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몽환적으로 바뀌었다. 뭐, 구름이 지나가고 나서는 또 그 모습이 달라졌지만.




미국의 국립공원이라 공기도 맑아 아주 멀리까지 보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까지 진행된 대기오염때문에 헤이그가 많이 생겨 멀리까지 보이는 날 역시 드물다고 했다. 어쨌든 짧게 머물다 가는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국립공원이 되는 듯.



나무들 사이로 비추는 아침의 부드러운 햇살.



우리는 이 곳에서 일출을 보면서 우연히 다른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쪽에서 온 2가족이었는데, 모두 휴가차 근교에 와서 쉬다가 이 곳에 일출을 보러 왔다고 했다. 우리는 100일간 미국을 자동차로 여행하는 중이라고 하니, 기특하다며 아침을 같이 먹는 것이 어떻겠냐고 긴급 제안을 하셨다. 어차피 내려가서 먹어봐야 라면정도였을 우리는 혼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붙임성 좋으신 아주머니 덕분에 우리의 일정이 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타워에서 내려오는 길.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다. 특히 주차장에서 타워로 가는 이 구간이 안개가 심한 편이었다.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내려오니 다시 사라진 안개. 그렇지만 내려오는 길은 또다시 안개로 가득한 길이었다. 왠지 이런 안개와 어울릴 것 같은 연주곡을 들으면서 내려오니 기분이 묘했다.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어쨌든, 일출 그리고 안개 덕분에 평소와는 다른 묘한 느낌의 아침을 맞았다.



하룻밤을 보냈던 우리의 텐트.



슥슥슥 접어서 후다닥 정리하고 바로 한국인 가족을 따라 나섰다. 평소라면 느긋하게 접었을 우리였을텐데, 누군가 보고 있으니 텐트를 접는 시간도 반 정도로 단축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이동한 곳은 근교의 아파트먼트. 일종의 레지던스형 아파트먼트로, 장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특히 적합했다. 뭐, 근처에 스키장이 있다면 더더욱 적합한 그런 숙소였겠지만.. 하루하루 호텔을 옮겨다니는 우리에게 이런 곳은 꿈만 같은 일.




어쨌든 그 분들 덕분에 이렇게 한식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불고기에 삼계탕이라니!! 그동안 간간히 한식도 요리해 먹으면서 여행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진수성찬은 정말 오랜만이었던 덕분에 과식을 하고 말았다. 그래도 어쩌랴 너무 맛있는걸.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먹었던 아침 겸 점심은 미국 여행 중 최고의 한식이었던 걸로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1시가 조금 넘을 무렵에 인사를 하고 그 곳을 나섰다. 오늘은 바로 미국의 독립기념일 바로 전날. 독립기념일 전야제 불꽃놀이가 스톤마운틴에서 있다는 말을 들은터라, 그 구경을 안 갈 수 없었기 때문. 일정대로라면 점심시간대에 도착해서 스톤마운틴까지 올라가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맛있는 것을 먹고 오후에 도착해 불꽃놀이만을 즐기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자 이제 또 4시간의 운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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