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정과 지도를 담당하던 내가 우울증(-_-)에 빠져있고, 메인드라이버를 담당하는 시민이형이 속병에 시달리고 있어서 LA에서는 뭔가 하는것이 힘들었다. 사실, LA라는 도시가 겨울에 오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아닌듯 했다. 한겨울이 아닌 때 왔다면 맑은 하늘 덕에 조금 더 재미있었을 지 모르지만, 머무르는 내내 흐린 하늘을 보여주는 겨울의 LA가 그다지 좋게 보일리 없었다.
오늘의 일정은 할리우드. 우리가 묵는곳에서 비버리힐즈를 거쳐서 할리우드로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두곳을 한번에 보기로 했다. 시간이 되면, 비버리센터에 쇼핑도 할 생각으로 차를몰고 비버리 힐즈로 향했다.
비버리 힐즈 근처 언덕에 있는(-_-) 집들..
사실, 비버리힐즈가 어딘지도 제대로 몰랐다. -_-;;; 그냥 지도에 비버리힐즈라고 표기된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아 저집 열라 비싸겠다..라며 그냥 차로 지나가면서 봤을 뿐이니까. 비버리 힐즈의 연예인들의 집들을 표기한 지도를 어디서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우리는 그냥 아 비싼집들 좀 있나보다 하면서 지나갔다. 사실 본곳이 비버리힐즈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이건 아니야~"를 외치면서 본래 목적이었던 헐리우드를 가기위해서 선셋 블라바드를 탔다. 선셋블라바드는 그 명성대로 엄청나게 많은 광고 간판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구찌나 베르사체같은 명품들의 광고를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내 기억엔 우리나라에선 옥외광고판에서 명품 광고를 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헐리우드 블라바드로 입성. 처음 와서 본 헐리우드 블라바드의 모습은 "이게 뭐야~" 였다. 뭐랄까. 헐리우드하면(요즘은 여기서 영화 별로 안찍는다고는 하지만) 어릴때부터 꿈꿔왔던 그 찬란하고 화려한 무언가가 있을거라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초라한 4차선 도로의 헐리우드는 실망 그 자체였다. ㅠ_ㅠ..
다들 처음 헐리우드 블라바드를 보고는 "헉" 했을정도니까.
어쨌든 근처 노상에 주차를 하고 비지터 센터에 들려서 지도들을 얻어왔다. 지도에는 왁스뮤지엄, 기네스북,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 따위의 쿠폰이 가득했다. 쓸만한거라고는 내가 좋아하는 햄버거 햄릿의 $5짜리 할인쿠폰정도?;; 다른것들은 정말 관심이 하나도 안갔다. 인터넷으로 저런 곳들의 사진들을 몇번 본적이 있었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충분할 것 같다는 느낌.
어쨌든 지도를 들고 Walk of fame을 따라 걸으며 유명한 스타들을 찾아봤다.
가장 먼저 만난건 지미 핸드릭스.
이사람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뎁 캐릭터가 아닌가!
헐리우드 블라바드에는 영화 주인공으로 분장한 사람이 수도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다들 개인적으로 코스튬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잡한 사람도 있고, 반면에 꽤 뛰어난 퀄리티를 가진 사람도 있다. 인기있는 캐릭터는 여러명을 발견할수도 있고, 전혀 안어울리는 캐릭터도 쉽게 눈에 띈다. 그들의 수입은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과 사진을 함께 찍고 팁을 받는것인데,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짜증나는 사람은..
"코스튬을 안빨아서 냄새가 나서 가까이 가기 힘든 사람이다."
의외로 많았다. OTL
헐리우드 블라바드 전경.
다음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아무리 스타가 좋아도 무릎을 꿇을것까지는..;;
아저씨!! 아저씨가 어떻게 엘비스야 ㅠ_ㅠ..
맨스 차이니즈 씨어터. 가끔 헐리우드 관련 소식을 볼때 레드카펫이 깔리곤 하는 그곳이다. 물론, 그 규모에 실망도 하긴 했지만.. ㅡ.ㅡ;
조니 뎁의 손도장과 발도장에 둘다 손발을 넣어봤으니(-_-) 만족. 그나저나 조니 뎁 아저씨는 이곳에 꽤 오래전에 다녀가긴 했지만;;
맨스 차이니즈 씨어터 옆에는 헐리우드의 유명한 코닥 씨어터. 뭐 별다른 특징이 있는건 아니긴 했지만, 적어도 헐리우드 블라바드에서 가장 럭셔리해보이는 건물 중 하나라고 할까..
이런 럭셔리 느낌. 물론 극장쪽에서도 영화를 상영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다지 땡기는 것이 없었다. 사실 나니아 연대기를 볼까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와서 이 영화를 보니 그때 안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코닥 씨어터 앞은 이런 모습.
멀리 보이는 헐리우드 사인. 오른쪽 아래에는 우리 메인 드라이버 찬조출연;;
헐리우드 블라바드를 떠나기 전 마지막 한컷. 우리는 더이상 헐리우드 블라바드에 미련이 없다. 실망만 가득했던 헐리우드 블라바드 ㅠ_ㅠ..
그런 의미에서 실베스타 스텔론과 알프레드 히치콕 추가~
다음 목적지는 헐리우드 간판이 잘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칠칠맞게도 가이드북을 숙소에 놔두고 나오는 바람에 그곳이 어디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었다. -_-;; 결국 우리는 헐리우드 간판 옆에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를 가면 잘보일거라는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리고는 그리피스 천문대로 차를 몰았다.
그래서 보게 된 간판은 이것.
아까 코닥 씨어터에서 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결국 우리중 몇명이 소망하던 헐리우드 간판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찍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나중에 다시 LA에 올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 찍자~ 라고 다들 말해놓고 완전히 까먹었었다.;;)
하늘은 여전히 우울하고..
화장실 간다고 잠시 멈췄을 때 셀프찍는 여인네까지;;
예정에도 없던 그린피스 천문대(문도 닫았었음-_-;)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러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파리 바게뜨. 헉 LA까지 파리 바게뜨가 생겼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자애들이 갑자기 꼭 멈춰서 빵을 사야 한다나. 한국식 빵이 너무 그리웠다는 그 의견에 잠시 차를 세우고 빠리 바게뜨에 들어갔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직원들이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굉장히 젊었다. 빵가격은 한국의 1.5 ~ 2배가량;; 비쌌다. 어쨌든 빵몇개와 케익 하나를 사들고(-_- 충동구매) 가게를 나왔다. 그나저나 그 사장 젊고 꽤 잘생겼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나와서 여자애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글파이브'라는 그룹의 리더였던 '론'이라나.. (얼굴조차 기억안남;;) 연예인해서 여기다가 가게 세운거였군..;;
"근데 이제 뭐하지?"
오늘의 일정은 끝이 나 있었다. 그냥 내일 샌프란시스코를 향해서 간다는 목표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할일이 없었다.
"날씨도 좋아지는거 같은데, 해 지는거나 보러갈까?"
"어디로?"
"해는 서쪽으로 지니까, 서쪽에 가장 가까운 비치가.. 싼타 모니카!"
"그래 가자~"
정말 우리는 단순했다.-_-;;;;
퇴근시간대라 그런지 금방 갈것 같던 산타모니카 비치는 30분 남짓. 어느덧 도착해보니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날씨는 여전히 조금 쌀쌀했던지라 사람들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조용하게 선셋을 보기에는 굉장히 좋은 상황이었다.
물론 귀여운 여자아이 둘이서 바다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긴 했다. 자기들도 추운지 들어갔다 나왔다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다들 해가 지는것을 보면서 아무말이 없었다. 1달을 계획하고 떠나온 여행이 벌써 2/3이나 지났기 때문이기도 했고, 해가 지는 모습이 나름 숙연하게 만들었던 것도 갔다. 미국에 와서 보낸 지난 6개월에 대한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해변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비치를 떠났다. 처음에는 산 케잌을 가지고 호텔방으로 가서 조촐한 파티를 하는게 목적이었는데, 산 페드로에서 사시는 룸메의 할머니댁에 방문하는 것으로 예정이 바뀌어서 저녁에 LA 남쪽까지 다녀왔다. 그곳에서 룸메의 숨겨진 사실들(-_-)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떻게 저런 집안에서 이런놈이 ㅋㅋ..이단아인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케잌으로 간단하게 파티를 하고는 호텔로 돌아왔다. 지지부진했던 LA도 이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