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 1번국도 둘째날

어제 다들 만족할만큼 인터넷을 즐겼기 때문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_-; 나역시도 어제 주인 아저씨의 덕분으로 이미지 저장장치를 수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알고보니 접속부위 불량이어서 그부분만 손보는 것으로 고칠 수 있었다.) 그동안 밀린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저녁이었다. 덕분에 아침 9시가 넘어서야 San Luis Obispo를 출발 할 수 있었지만 그다지 늦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출발할때는 그렇게 좋던 날씨가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파랗게 보이던 하늘은 점점 흐려져가기 시작했고, 다시 해안가 근처로 다가갈때쯤에는..
이렇게 흐려져버렸다. 바람도 엄청나게 불어서 파도의 수위도 장난이 아니긴 했지만,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의 모습도 상당히 볼만했다. 다만, 이제부터 길이 심하게 꼬불꼬불대기 시작해서 어지러움증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다소 고통을 호소했다.
확실히 캘리포니아로 넘어오면서 느낀것은 녹지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를 여행할때에는(물론 겨울이라는 문제도 있긴 했겠지만) 녹색 자체를 보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반해, 캘리포니아쪽은 여전히 녹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사막기후인 다른 지역에 비해 이곳은 해안가에 접해있어 물이 훨씬 풍부하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만.
허스트캐슬. 대부호가 지은 성으로 일인당 입장료가 20불 가까이 하는 곳인데, 우리는 입장료 금액을 보고서는 그냥 지나쳤다. 이유는..
"그까짓 건물 하나 안보면 어때(넓다고는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 여행 스타일이었다. "안보면 그만이지" ;;
1번국도는 해안가와 내륙을 번갈아가면서 계속 이어져 있었다. 대부분이 2차선 도로였는데, 미국의 다른 도로보다 도로폭이 좁은 편인데다가 굉장히 꼬불꼬불해서 운전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거기다가 바람도 엄청나게 불었다.
한참을 달렸을까.. 날씨가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다. 이쪽이 워낙 날씨가 변화무쌍하다고는 들었지만, 잠깐 빗방울까지 날렸던 하늘이 이렇게 맑아질 줄 몰랐다. 날씨가 맑아지자마자 cliff가 포함된 이름을 가진 호스텔이 나타났고, 우리는 심한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여자애들을 위해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물론, 무리한 일정 때문이었는지 몸살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공주님들 에게는 여태까지가 쉽지 않은 일정이었던게야..
우리가 잠깐 머물렀던 호스텔은 대부분의 방이 절벽을 향해서 지어져있었는데, 모두 꽤나 빼어난 경치를 가지고 있었다. 날씨가 좋은날에는 하루쯤 묵어가도 정말 좋을 것 같은 숙소였는데 절벽쪽에 있는 방은 좀 비쌌다.;;
어쨌든 호스텔 내에 근처 절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있었고, 넓다는 것을 자랑하듯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었다.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버짓 트레블러들이 식사 할 수 있을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또 달렸다. 이제 슬슬 파도치는 바다의 풍경도 지겨워졌는지, 아니면 어지럽게 만드는 1번 도로 때문이었는지 앞좌석에 앉은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면모드로 들어갔다. -_-;;
이 두 사진으로는 얼마나 꼬불꼬불한 길인지 잘 안 보이지만..
저 멀리 보이는 길로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을 듯 싶다. ^^;
그 구불구불한 1번도로에는 공사구간인 곳도 있었다. 공사구간인데다가 2차선이라 다른 방도가 없는지 10분 간격으로 양쪽의 트래픽을 조절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구간이라(거기다가 겨울인지라) 이런식의 교통 통제도 가능한 듯 싶었다. 우리야 뭐 잠시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옆의 갈대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놀고 있는데 아저씨가 곧 출발할거라며 우리를 불렀고, 다시 차로 돌아가서 출발했다.
구불구불한 도로로 귀환~
지도에 나온 그 다리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_-;;;;;;;
어쨌든 내린김에 바다사진 한방;;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덧 빅서에 도착을 했고, 이것은 중간 기착지인 카멜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지도에는 나름대로 사람이 꽤 사는듯한 마을로 표시되어있었지만, 빅서는 듬성등성 집들이 보이는 작은 마을일 뿐이었다. 뭐, 도로 안쪽으로 집들이 더 있을수도 있겠지만 지형상 그럴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지도에 나와있는 다리. 라지만 뭐 별다른 의미는 없고 다리가 있길래 멈췄다. 라는게 이유.
전체적으로 본 1번도로의 해안가는 호주에서 봤던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날씨가 맑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바람부는 바다의 모습도 멋있었지만, 그래도 평소에도 바람은 많이 분다 하니 맑고 바람이 불면 더 멋있었을텐데...
빅서에서 조금 더 올라오니 카멜에 도착했다. 원래는 카멜과 몬터레이를 둘다 보는것이 이날의 일정이었지만 예상보다 1번도로에서 소비한 시간이 많았고, 해가 빨리 지는 겨울의 특성상 몬터레이를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카멜은 유럽풍의 이쁜 도시였다. 날씨가 맑지 않아서 건물들의 아기자기함도 빛을 잃은 듯 싶었지만, 그래도 도시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가이드북에서는 이곳을 쥬얼리상점이 많은 부촌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건지 몰라도 3시간을 넘게 머물면서 흑인은 한명도 보지 못했다. 단 한명도;; 물론 없지야 않겠지만..
카멜에 오후 2시쯤에 도착했기 때문에 다들 굉장히 허기진 상태여서 근처에 괸찮아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레스토랑 :http://php.chol.com/~kimchi39/bbs/view.php?id=enjoyable&no=52
레스토랑에서 얼마간의 여유를 즐긴다음에 카멜을 떠났다. 날씨만 더 맑았다면 사진도 찍으면서 더 있고싶은 도시건만, 흐린 날씨는 그럴 기분마저 앗아가 버렸다. 다들 다음 목적지인 17마일 드라이브를 빨리 지나서 샌프란시스코로 가 쉬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우울한 날씨는 기분도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입장료가 8불이나 했던 17마일 드라이브의 Lonely Cypress.
가이드북에는 이곳이 굉장한 드라이브코스라도 되는 양 소개를 해놨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았다. 해안도로는 그동안 올라오면서 본 1번국도의 풍경이 더 멋졌고, 외로운 싸이프러스는 주위에 싸이프러스들이 가득했으며, 골프에 관심없는지라 페블비치도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17마일 드라이브의 해안가 풍경..
페블비치 앞바다..
물개와 새들이 많은 섬이라고 하는데, 물개는 가뭄에 콩나듯이 하나 보였고... 냄새만 심했다. ㅠ_ㅠ.. 솔직히 말해서 이제 물개도 지겹다. (펭귄은 좋지만;;) 물개떼 많이 있는걸 멀리서 보면 벌레들이 있는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니 원..
어쨌든 그렇게 17마일 드라이브를 떠났다. 개인적으로 골프칠 일 없으면(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치지도 못하지만) 17마일 드라이브는 안가도 상관없을 듯 싶다. 조금 비싼 집들과 저런 모습 보려고 가는건 영..;;
페블비치에서 SF까지도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SF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우리의 숙소는 처음 이틀간은 La quinta Inn이었고, 남은 3일간은 Hyatt Hotel이었는데, La quinta inn을 찾는게 굉장히 힘들었다. 설마, 똑같은 이름 앞에 south붙여서 다른 도로가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ㅠ_ㅠ.. 결국 길에서 1시간을 헤멘 후에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늦은 체크인이었지만, 그래도 친절~ 방도 깔끔하고 참 좋았었다. 이제부터는 샌프란시스코 구경이다!!
근데 어쩌지.. 비가오기 시작하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