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35 - 북극의 오로라를 찍기 위한 이틀 간의 사투..


첫번째 오로라 샷.

그날의 온도는 영하 36도, 체감온도 아마도 그 이하.

긴팔 티셔츠 세개, 스웨터, 패딩자켓 2개를 껴입고, 장갑도 2개..
내복, 청바지, 스노우보드복의 3중 바지,
양말도 3개나 껴신은다음에 바람을 막아주는 고어텍스 트래킹화를 신고 나갔다.

야외에서 최소 3-4시간을 있을 생각을 하고 나간 것이었기 때문에,
중무장은 그야말로 필수였다.

2개나 낀 장갑덕분에 셔터도 잘 누를 수 없어, 릴리즈로 대체.

삼각대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오로라를 찍을 준비를 했다.







첫날의 오로라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저녁 11시경부터 시작된 오로라는 희미하게 빛나더니,
새벽 12시 반 경부터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장노출에도 윤곽밖에 안나오던 오로라가,
10~20초 사이의 노출로도 멋진 모습으로 사진에 담겼다.

ISO를 3200까지 올리는 우를 범하기도 하고,
조리개를 너무 조여서 셔터스피드가 안나오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에 사용했던 카메라는 캐논의 5D Mark 2.
영하 30도 이하의 온도에서도 배터리는 의외로 1시간 넘게 버텨준다.

덕분에 배터리를 자주 교체하지 않고도 꽤 오랜시간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촬영하고 있는데, 카메라에 이상한 반점이 생겼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반점. 렌즈도 교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머리 위에서는 오로라가 넘실대고 있었지만,
더이상 촬영이 불가능했다. 조명도 없는 곳에서 카메라를 살펴볼 수 없어,
실내로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왔다.

아뿔싸!

카메라가 습기와 함께 그대로 얼어버렸다.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들어왔을 때 성에가 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영하 35도에서 영상 20도로의 이동.

말 그대로 카메라 렌즈 전체가 얼어버렸다. 1시간을 둬도 녹지 않는 카메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드라이어로 살살 말리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맘을 알았을까. 그맘때쯤부터 오로라는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오로라가 강하게 보였던 시간은 약 2시간.
오로라 촬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첫날은 실패한 사진이 더 많았다.


둘째날 저녁,
카메라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오로라를 촬영하는데 도전했다.

바깥온도 영하 33도. 바람은 어제보다 더 심하게 불고있음.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때때로 삼각대를 손으로 잡아 고정시켜야 했다.
나중에는, 아예 바닥의 눈을 파서 삼각대의 다리를 파뭍어 버리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오로라가 시작된 시간은 밤 10시 남짓.






오로라는 시간을 두고,
그 모습을 계속해서 바꿨다.

사진에는 초록색만 보이지만,
눈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순간적으로 섞였다.

눈으로 보는 것을 카메라로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의 아쉬움.


오로라가 마을을 향해서 이동한 순간..
노출이 오버되었을까, 마을이 불타는 것처럼 나왔다.




내 모습은 이게 전부가 아니야..
라고 말하려는 듯.

오로라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고, 나는 그 순간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데 여념이 없었다.

발가락이 얼듯이 시려웠지만, 더이상 영하 30도의 온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어폰을 통해 귓속으로 들려오는 음악과, 넘실대는 오로라.

그것만이 이 순간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순간이 찾아왔다.

오로라가 강해졌던 최고의 5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황홀했던 5분은 짧았다.

카메라의 설정을 15~20초 정도의 장노출로 맞춰놨었는데,
강해진 오로라는 그정도의 노출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이런 강한 오로라가 나타난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그저 멍하니 셔터만 눌르는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셔터는 눌리고 있었지만, 나는 더이상 카메라가 아닌 오로라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감동을 받는다는 것.

이때 정말 절실하게 느꼈다.

카메라에는 노출 오버된 오로라가 담겼지만, 그 순간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하지만, 강렬했던 오로라를 다시 한번 담아보고 싶은 소망은 남아있다.






5분에 모든 힘을 소진했던 걸까..

강렬했던 순간으로부터 30분 정도 지나자 오로라는 하늘에서 거의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ISO3200에 30초의 장노출을 줘야 잡히는 오로라들은, 이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새벽 2시 반.

둘째날 오로라의 촬영을 끝냈던 시간.

그리고, 다음날 처칠에는 블리자드(눈폭풍)가 찾아왔다.
오로라를 봤던 마지막 날. 그리고 추위와의 사투.

하지만, 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앞으로도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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