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37 - 블리자드와 폭설 속에서 하얀세상을 만나다


처칠에서의 셋째날. 블리자드가 불었다. 둘째날 저녁부터 심상찮더라니, 아침에 일어나니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는 그야말로 하얀 세상이 되었다. 페이로다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계속해서 눈을 치우기는 하지만, 눈보라 덕택에 쌓이는 눈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래도 오후 1시쯤 되자 심하게 불던 블리자드는 꽤나 잦아들었고, 마을은 그냥 폭설이 내린 것 같은 그런 풍경으로 변했다.


블리자드가 너무 불어 숙소 안에만 있는것이 지루했던차에, 바람이 잦아든 차를 틈타 마을 나들이를 나섰다. 방문지는 데이브가 묵고있는 숙소인 아이스버그 인. 하룻밤에 $75정도였던 숙소로, 역 바로 앞에 있어서 편리한 숙소 중 하나였다.


숙소 안에 들어가자 데이브가 반갑게 맞아줬다. 뿐만 아니라, 데이브의 동료 벤도 오전 기차로 도착해서 연썰매를 타고 처칠보다 북쪽의 도시인 누나붓(Nunavut)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험은 약 3일 정도 후에 시작될 예정인데, 오늘은 그냥 벤이 도착한 날이기에 간단하게 통성명을 하고 간단한 마을 나들이를 나서기로 했다.


아이스버그인의 카운터. 이 아저씨는 숙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했지만, 캐나다의 종합쇼핑몰인 SEARS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카달로그를 보고 주문을 하면 물건을 모두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물론 소정의 배송료가 들기는 하지만, 일반 우편을 통해서 받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는 아저씨의 코멘트.


그렇게 셋이서 눈내린 마을 나들이를 나섰다. 데이브와 벤은 협찬받은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그 두께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런데, 똑같은 디자인이다보니 쌍둥이 같아보였는데, 벤이 자기는 다른 색을 받을걸 그랬다면서 투덜댔다.


처칠에 있는 상점의 모습. 역시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보니 파는 장갑의 두께 뿐만 아니라, 방수를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그리고 아주 따뜻해 보이는 신발도 팔고 있었다. 이 신발은 숙소에서도 빌려줬던 신발인데 덕분에 발시리지 않게 오로라를 볼 수 있게 했떤 신발이기도 했고.. 하나 사오고 싶었지만, 한국에서야 뭐 신을일이 많지 않을테니..


그렇게 잠깐 상점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다시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제는 바람이 잦아들어서 그냥 폭설이 내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간간히 부는 바람에 자꾸 눈이 옷 속으로 파고 들어와서 모자를 쓰지 않고는 걸어다니기 힘들기는 했지만.


기차에서 40시간을 넘게 있다가 산책을 나와서인지 벤의 표정이 싱글벙글이다. 기차안에서 너무 답답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뭐, 그냥 한국에서 블로그를 하고 있고, 여행을 좋아한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처칠 곳곳을 돌아다녔다. 처칠을 맑은날 돌아다녔을때와, 눈으로 인해서 시야가 많이 나오지 않는 순간에 하는 나들이는 또 느낌이 다르다.


사진에는 잘 잡히지 않았지만, 걷는 순간순간에도 눈은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허드슨베이쪽으로 발걸음을 틀었는데, 눈발도 굵어지고 바람도 세졌다. 덕분에 그래도 좀 잘 나오던 시야가 확 줄어버렸다. 정말 주위에 별다른 건물이 없는 곳으로 가면 그야말로 하얀세상으로 변해버리는 그런 풍경이었다.



살쪽 노출오버가 된 감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시야가 이정도로 나왔다는 말. 그야말로 하얀세상이다. 방향을 잘못 잡고 걸어가면 그야말로 길 잃어버리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물론, 우리야 멀리 걸어나온 것은 아니라서 금방 다시 마을로 돌아갈 수 있기는 했지만.


데이브와 함께 기념사진 한장.

기념사진 뒤로 보이는 바위는, 에스키모 말로 친구를 의미하는 이눅슈크(Inukshyk)이다. 요즘 벤쿠버 동계 올림픽과 관련된 광고물이나 배너 등을 자주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더 친근하다. 그러고보니 벤쿠버 동계올림픽도 이제 1달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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