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동차여행] #014 아이슬란드 - 거대빙하 바트나요쿨 트래킹,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아침 일찍부터 빙하 트래킹을 하기 위해서 방문자 센터 맞은편의 투어 사무실로 갔다. 아이슬란드의 거대빙하 바트나요쿨의 극히 일부만을 볼 수 있는 투어이기는 하지만, 헬리콥터가 아닌 이상 빙하 전체를 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워킹투어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유럽에서 규모로 1위, 넓이로는 2위인 이 빙하는 헬리콥터로도 쉽게 볼 수 없는 크기이긴 하지만.



도착해서 이름을 말하니 자연스럽게 바로 투어 사무실 앞 의자로 안내되었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신발에 맞는 아이젠 사이즈 맞추기. 이리저리 조절을 해 보더니 완료. 다들 신발에 맞는 아이젠을 하나씩 전달받았다.



요것은 바로 내 아이젠. 왼쪽이 앞코, 뒤쪽이 뒤꿈치부분이다. 2개를 둘둘 말아서 이렇게 손에 들고 바로 빙하로 이동한다. 개인 소지품은 이것 이외에 1인당 피켈 하나씩이 제공되었다.



우리 이후에도 2어팀 정도가 더 도착하고, 투어버스는 예정된 투어시간에 맞춰서 바로 빙하로 출발했다. 우리가 가는 빙하는 바트나요쿨에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쪽으로 내려온 두개의 줄기 중 오른쪽의 빙하였다. 진입로 쪽의 빙하가 많이 녹아서 과거보다 더 많이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일까, 어느 시점부터 관리되지 않은 비포장이 시작되어 덜컹거림이 굉장히 심했다.



그렇게 차량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가서 그 곳 부터 빙하로는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투어였지만, 저 앞의 3명의 중국인 덕분에 기분이 팍 상하긴 했었다. 사람들이 함께 움직여도 사진찍고 떠드느라 안따라와서 가이드가 여러번 인상을 쓰기도 하고, 저 피켈을 위험하게 앞뒤로 흔들다가 외국인 일행 중 한명을 다치게 할 뻔도 했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안다쳤으면 그만 아니냐고 말하던 그들. 다른 일행들도 혀를 내둘렀던 매너의 최악을 그대로 보여줬던 사람들 때문에 중국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더 안좋아졌다.



가는길에 잠시 지나간 호수. 처음에는 그냥 호수구나 했는데, 돌아오는길에 의외의 용도가 있었다.




빙하로 걸어가면서 본 풍경. 우리가 앞으로 걸을 곧이 바로 저 빙하 위였는데, 이렇게 보기에도 꽤 거대해 보이는데, 저 산 너머로 이어진 빙하의 크기는 상상조차 잘 가지 않았다.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비가 올것이라고 해서 내심 걱정을 좀 많이 했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날씨가 꽤 좋았다. 물론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지만, 비가 올 거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날씨였다. 오히려 햇빛까지 비추고 있을 정도.



빙하의 가장 아래쪽에는 이렇게 빙하 녹은 물이 고여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빙하들은 위치에 따라서 매년 후퇴를 하고 있다면서, 가이드는 이렇게 되다보면 조만간 아이슬란드에서 얼음을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며 반 농담조로 걱정섞인 말을 했다.



본격적으로 얼음 위로 올라가기 전 가이드는 여기까지 들고온 아이젠을 착용시키고, 빙하 곳곳에 있는 크레바스를 조심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크레바스는 위험해 보이지 않는 작은 곳도 의외로 깊은 곳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자신이 가는 길을 따라 와주기를 부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가이드를 따라 빙하로 이동하는 사람들. 다들 한 손에는 피켈을 들고 빙하로 향하는 중.



빙하의 하단은 이렇게 화산재로 인해서 검은색이었다. 원래는 빙하의 일부에 섞여있던 화산재였지만, 빙하가 밀려내려와 녹으면서 이렇게 얼음은 없고 화산재만 남아 검은색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2010년에 있었던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해서 화산재의 양이 더 늘어나다보니, 과거보다 색이 더 짙어졌다고 한다.



화산재가 가득 모여있다가 얼음이 녹은 곳에는 이렇게 원뿔 형태의 검은색 흙더미가 생기게 되는데, 이런 것을 블랙 콘(Black Cone)이라고 부른다고 했따. 빙하로 가는 길에 꽤 많이 보였던 블랙 콘들.



이곳의 얼음이 더 빨리 녹는데는 바로 이 화산재의 영향도 크다고 했다. 빙하가 다른 곳에 비해 녹는 속도가 느린 이유가 하얀색이 빛을 반사하기 때문인데, 화산재가 섞인 빙하는 어두운색을 띄어서 그만큼 빛을 많이 흡수해 빙하가 녹는 속도가 가속된다는 것. 어쨌든, 그런 여러가지 환경적 이유로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진 지역들이 꽤 된다고 했다.





빙하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가까이 가면 갈수록 흰색으로 바뀌었다. 다만 이번 빙하 트래킹이 빙하의 아주 먼 곳까지 가는 긴 시간의 트래킹이 아니라 살짝 맛만보는 수준의 트래킹이라는 것이 살짝 아쉬웠다. 빙하 위에 올라가는 것은 캐나다의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이후 두번째인데, 그때는 차를 타고서 그냥 빙하의 한 지점에만 가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직접 그 위를 밟는다는 차이가 있기는 했다.



빙하에 입성하기 전,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렇게 몇발자국을 더 걸어가 드디어 빙하의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이곳도 화산재가 많이 덮여있어서일까, 빙하의 느낌이 크게 나지만은 않았다. 걸어가면서 우리들에게 빙하와 관련된 것들을 계속해서 설명해 주는 가이드의 말에 '중국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귀를 기울였다.



크레바스는 아니지만, 빙하가 녹으면서 부숴져내린 일부의 모습. 그래서 이렇게 쪼개진 모습이 되었다. 잘 보면 그 사이사이에도 화산재로 인해 색이 까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빙하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설명하는 가이드. 이야기해주는 것들 중에서 빙하와 관련된 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더 밝은 색의 빙하를 향해 걸어가면서 사진 한장.



한손엔 피켈을. 발에는 아이젠을. 정면에 있는 빙하들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색이 하얗다는 것이 느껴진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빙하라고는 하지만, 살짝 녹아서인지 빙하 위는 살얼음이 살짝 얼어있는 느낌이었다. 아이젠이 없었따면 미끄러지기 쉬운 그런 형태도 있었고, 빙하의 모양상 그냥 걷는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뭐, 아이젠이 있으니 얼음 속으로 팍팍 박아가면서 걸을 수 있어서 어려울 것은 없었지만.



특히 이렇게 내려가야 하는 길은 꽤 조심해야 하는 길 중 하나였다.




빙하의 곳곳에는 이렇게 곳곳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 물은 빙하가 녹아서 빙하의 틈 사이로 흘러내려가는 물이다. 사진에 보이는 구멍에서도 여전히 작은 수량의 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음이 잘 어는 시기에는 가끔 얼음 동굴이 생겨 그 안으로 들어갈 기회를 얻기도 한다는데, 지금은 여름이라 빙하가 많이 녹아 약해진 곳이 많다보니 위험해서 잘 가지 않는 시기라고 했다.



빙하위를 계속해서 앞서 걸어가는 가이드.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



화산재가 많이 섞여있어 어두운 색을 띄는 빙하는, 평소에 상상해 온 그런 밝은 푸른빛을 띄는 빙하는 아니었지만 이 풍경 자체가 워낙 독특한지라 주변을 둘러보면서 감탄을 하느라 오히려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작은 크레바스 옆을 지나가는 가이드와 사람들. 이 크레바스는 폭이 넓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가까이 가지 말고 어느정도 간격을 두고 걸을 것을 추천했다.




크레바스의 갈라진 틈 사이로 파란색의 빙하가 눈에 띈다.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가장 잘 산란이 되기 때문에 빙하가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 그래서 대다수의 빙하들이 이렇게 파란색을 띈다.



우리가 걷고 있는 빙하는 아래쪽의 밀려내려온 빙하지만, 그냥 정면에 보이는 산만 해도 빙하가 절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쌓여있다. 멀기 때문에 작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실제로는 저기도 엄청난 규모겠지.





계속해서 트래킹하는 길의 빙하 풍경.


별 차이가 안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걷다보면 확실히 화산재가 줄어들고 빙하의 밝기가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의 트래킹이 단 2시간 짜리라는 것이 참 아쉬워 질 정도. 만약 5시간짜리 트래킹이었다면, 조금 더 하얀 빙하를 볼 수 있었겠지? 아니면, 화산재가 없는 다른 빙하를 올랐다면 또 다른 느낌일까?



어쨌든 1시간 쯤 걸었을 때,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빙하에 대해 설명을 해 주고 그 곳에서부터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행이 왔던 길로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짝 돌아서 걸어가는 길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빙하 위를 걷는다고 하면 엄청나게 추울 것 같았는데, 날씨가 좋아서였는지 몰라도 얼음에 둘러싸여있었지만 그렇게 한기가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실 다들 엄청나게 껴입었었는데 하나 둘 벗는 분위기.



그렇게 돌아가면서 가이드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바로 작은 빙하물이 흐르고 있는 곳. 처음 오면서 만났던 곳은 빙하물이 고여 있어서 마실 수 없지만, 이 물은 바로 흐르고 있는 물이기 때문에 깨끗해서 마셔도 된다고 했다. 자신도 빙하들 중 얼마나 오래된 얼음이 녹아서 흐르는 것인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최소 수백년에서 수천년 이상 된 얼음이 녹은 물일거라고 했다.


가끔 화산재가 딸려오기는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 먹으면 순수한 빙하녹은 물이고 깨끗하니 믿어도 된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어찌보면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손으로 떠서 보니 정말 맑고 투명했다. 손으로 한웅큼 떠서 맛본 빙하수의 맛은.. 그냥 물맛이었다. 뭐, 얼음 사이를 흐르고 있던 물이니 엄청나게 시원했던 것 만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흐르는 물. 여름이라서 그런지 꽤 곳곳에서 흐르는 물을 발견할 수 있었따. 다만, 마실 수 있는 건 밖에 노출되지 않았거나, 고여있지 않은 정도의 일부의 물 뿐이라고.



돌아가는 길의 모습. 빙하의 색이 다시 검은색으로 바뀌고, 돌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도 흐르는 물. 아까 빙하 위의 물과는 다르게 절대 마실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빙하 위에서의 2시간이 후다닥 흘러갔다. 아쉬움에 다시 뒤돌아서 사진 한장. 빙하와 블랙콘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걸어가는 길에 보였떤 붉은 돌과 흙들. 딱 한 구역만 이런 흙이 있었는데, 왜 이런색인지는 잘;



처음에 언급했던 돌아가는 길에 있는 호수는 바로 아이젠에 묻어있는 얼음과 화산재를 씻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피켈에 아이젠을 건 다음에 물 속에 넣고 휙휙 흔드니 화산재와 얼음이 다 떨어져 나갔다. 어차피 이 지역에서 묻어온 것을 그대로 여기에 남기고 가는 것이니 오염시키는 것도 아니고.. 꽤 괜찮은 듯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빙하투어를 마치고 나서 다시 투어버스를 타고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으로 돌아왔다. 점심시간! 가볍게 정말 맛없는-_-;; 양고기를 구워먹고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트래킹을 하러 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빙하트래킹에 이어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트레일 까지.. 계속해서 트래킹만 하는 날. 그래도 오늘의 주제에 동일한 것이 있다면 바로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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