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Vik)에서 장을 보고 바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으로 이동을 하는 길에, 관광지 안내 표지판이 있어 잠깐 들어가 봤다. 그런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돌무더기들 뿐.
자연적으로 생겼다기보다는 사람이 쌓아놓은 듯한 이미지가 꽤 많이 느껴지는 장소였는데, 어쨌든 특별히 구경할 꺼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잠시 휙 둘러보고 자리를 이동했다.
가는길에 본 풍경. 뭔가 꾸물거리는 느낌의 바위들이 가득한 풍경이 한 10분 정도 이어졌던 것 같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찍어둔 한 컷. 생각보다 셔터스피드가 잘 나와서 흔들리지 않았다.
역시 가는 길에 보니 폭포가 있길래 잠시 멈춰서서 한 컷.
7월은 아이슬란드의 얼었던 눈이 녹는 시기라 그런지 이렇게 쉽게 곳곳에서 폭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폭포 역시 이름이 있겠지만, 잠시 스쳐지나간 터라 이름까지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폭포 앞의 집과 꽤 잘 어울리는 풍경.
그렇게 1시간여를 더 운전해가다보니 눈 앞에 거대한 빙하가 나타났다. 하늘에 구름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빙하의 모습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운전하는 동안 풍경이 계속해서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설산이 눈앞에 펼쳐지니 또 그 느낌이 달랐다. 지금 달리고 있는 곳은 바다 바로 옆 해발 10~20m 정도밖에 안되는 곳인데 그 앞의 빙하라니.
사진에 보이는 빙하는 바트나요쿨(Vatnajokull)의 일부가 땅 쪽으로 내려온 곳으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의 가장 대표적인 빙하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바트나요쿨은 그 규모로는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이며, 넓이로 따지면 노르웨이의 Austfonna에 이어 2번째 넓이라고 한다. 물론 러시아에 더 큰 빙하가 있다고는 하지만, 유럽이라기보다는 거의 북극권에 가까운 곳이라서 제외. 어쨌든 규모나 넓이로 보나 확실히 거대한 빙하임에는 틀림없었다.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멈춰서 빙하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 있어 잠깐 차를 세웠다.
정면에 보이는 빙하와 그와 관련된 여러 지형의 설명들이 있는 안내판. 영어와 아이슬란드어 두가지로 병기되어 있었다.
그냥 봐도 멋지기만 한 빙하의 모습.
그냥 풍경만 봐서는 한 1,000~2,000m 쯤 올라온 것 같은데, 해수면에서 얼마 올라오지 않았다니.. 아이슬란드니까 이런 풍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얼음이 가득한 풍경이 이 나라의 이름을 아이슬란드(Iceland)로 만든 것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마도 지구온난화가 많이 진행되기 전에는 지금보다 국토의 더 많은 지역이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고 하니까.
두개의 빙하 중 왼쪽 빙하의 모습.
두개를 한꺼번에 보면 이런 모습.
멀리서 보면 이 빙하가 엄청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바트나요쿨 빙하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에서 규모로 최대급이라는 바트나요쿨의 크기는 그야말로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
저 거대한 빙하가 지도에서 보면 바트나요쿨의 살짝 튀어나온 일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자연은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거대한 규모의 빙하라니..
백야때문에 해가 거의 지지 않는 날들이 계속되기는 했지만, 오후 8시가 넘어서면 해가 굉장히 낮아지면서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밤 12시가 다 되어갈때까지 해가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뭐랄까, 굉장히 긴 늦은 오후를 보내는 느낌이 들었다.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의 방문자 센터. 여기서 캠핑장 및 전기 등의 사용비용을 내야 했다. 캠핑장 비용은 전기 포함해서 4인에 5만원 정도. 숙박비로는 꽤 저렴하다. 저녁 9시에 문을 닫는데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8시 반에 도착해서 늦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에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할 예정이라면 꼭 9시 전에는 도착하는 게 좋을 듯 싶다. 물론, 다음날 아침에 가서 비용을 내도 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에는 캠핑을 하면 안되는 지역도 있었는데.. 그런것을 모르고 캠핑할 수도 있으니까. ^^
유럽의 캠핑장에서는 이렇게 별도의 컨버터가 필요한데 별도로 가지고 오지 않았던 우리는 여기서 한개를 구입했다. 이틀간 대여하는 비용과 구입하는 비용은 겨우 5천원 차이. ㅡ.ㅡ; 그래서 그냥 구입해버렸다. 앞으로 캠핑하면서도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컨버터니까. (나중에 슈퍼마켓에서 파는 가격도 캠핑장 가격과 차이가 없었다. ^^)
그러고 바로 텐트를 칠 차례. 익숙한 손놀림으로 팩을 박는 보링보링님. 우리가 사용하는 텐트는 자동 팝업텐트라 둘이서 후다닥 피면 모든 것을 완료하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접는건.. 한 10분? ^^ 한 곳에서 1박이나 2박만 하는 캠핑이 많다보니, 정말 하나하나 조립하는 텐트가 아닌 자동텐트를 가지고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 줄 몰랐다.
오늘 저녁은 밥과 함께 먹는 소세지 파티!
수퍼마켓에서 미리 구입한 소세지들을 구이바다에 구우며, 맥주 한잔을 겯들이자 꽤 훌륭한 저녁식사가 되었다. 이 날 사왔던 소세지를 모두 다 먹어버리고, 다른 것들까지 싹 먹어치웠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남은 것은 양고기 뿐이었던 것. 다음날 어떤 재앙이 올 줄 모르고 우리는 맛있게 먹은 뒤 배를 두드리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