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동차여행 #022 - 뮈바튼의 숨겨진 온천과 제주도의 오름을 닮은 가분화구 -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가끔 정말 지구같지 않은 풍경을 보여준다. 크라플라에서 뮈바튼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찍었던 풍경도 그런 풍경중 하나였다. 온천의 하늘색 빛과 나무하나 없는 풍경에 우뚝 솟은 돌산, 그리고 구름과 발전소에서 나오는 연기까지.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고 해도 왠지 끄덕일 것 같은 풍경이지만, 여기는 여전히 지구. 그러고보면, 정말 다양한 풍경이 있는 것 같다.



뮈바튼 호수의 동쪽, 작은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면 숨겨진 온천이 하나 나온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온천인데, 이렇게 지반이 무너진 것 같은 형상과 함께 동굴이 있다. 입구는 두개인데 어느쪽으로 들어가나 온천으로 가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 봤다.




자연적으로 생긴 듯한 이 온천은 짙은 청록색을 띄고 있었다. 바깥에서 만났던 온천이 하늘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났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서 이 곳이 뜨거운 온천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동굴 안이라 그런지 물에 의해 뎁혀진 공기 덕분에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시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곳의 메인 하이라이트는 역시 족욕.


온도가 40도를 좀 넘는다고 하는데, 오래 넣고있기에는 조금 뜨거웠지만,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전날은 뮈바튼 네이처 배스에서 온천욕을 했다면, 이번에는 족욕으로 피로를 풀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작은 민가라도 온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는데, 캠핑장을 주로 다녀서인지 그런 곳을 만나는 행운이 거의 없어 이곳이 더 반가웠다.



그렇게 20여분 정도 족욕을 마치고 나왔다. 사진은 우리가 들어간 곳 옆의 입구.




그렇게 차를 몰고 뮈바튼 남부로 이동했다. 오늘은 뮈바튼 호수 남부의 기생화산을 본 뒤에 바로 고다포스를 거쳐 아큐레이리까지 가는 것이 일정이었다. 특히 기생화산은 제주도의 오름을 닮았다고 해서 보러가는 것이었는데, 어차피 이동을 하려면 1번 도로를 따라 호수 남쪽으로 가야만 했기 때문에 특별히 시간을 더 지체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호수 남쪽으로 내려와서 어디를 가야 오름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작은 호텔 앞으로 주차장과 함께 차들이 쪼로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은 바로 여기에 볼거리가 있다는 의미! 우리도 차들 옆에 나란히 주차를 해 놓고 짧은 트래킹에 나섰다. 아, 트래킹에 나서기 전에 점심을 먹었는데, 온도도 워낙 낮고 바람도 엄청나게 불어서 그냥 간단하게 차 안에서 해결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었으니 차에서 먹었지, 쫙 펼쳐놓고 먹어야 하는 것이었따면 차 안에 먹을 생각은 못했을 듯 싶다.



트래킹의 시작지점에서도 멀리 가분화구가 보인다. 아이슬란드는 국가 자체가 거대한 화산섬이다보니, 우리나라의 화산섬인 제주도와 비슷한 풍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오름은 큰 화산의 주변에 생기는 기생화산이지만, 뮈바튼의 이 곳들은 가분화구(Pseudocrater)라고 한다.







궁금함에 가분화구가 무엇인지 찾아보니, 가분화구는 마그마의 분출에 의해 생긴것이 아니라 마그마가 물 등이 있는 지역을 지나가면서 증기가 분출하여 생긴 분화구라 한다. 한마디로 마그마라 호수 아래를 지나가면서 분출해 만들어진 분화구라는 것. 얼핏 보기에는 제주도의 오름과 무척이나 많이 닮아있지만, 그 태생이 다르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아마도 가분화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더라면, 여기는 제주도의 오름과 같은 기생화산이에요~ 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일.





사람들은 이렇게 트래킹 코스를 따라서 가분화구의 주변도 걸어보고, 가분화구 위로 직접 걸어가 볼 수도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오름을 몇번 걸었었는데, 그 것과도 느낌이 비슷했다. 가장 비슷한 것 중 하나는, 올라가도 풍경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거 ㅎㅎ..



오름을 걷던 중 아까 차를 세웠던 작은 마을 쪽을 바라보면서 한 컷. 이런 기생화산들이 많으니 어느쪽을 사진을 찍어도 기생화산들이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



이 날은 말 그대로 바람이 미친듯이 부는 날이어서 그런지, 잠깐 걸었을 뿐인데 바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추웠다. 그래서 트레일에서 돌아와 바로 옆으로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서 다들 커피 한잔씩을 주문했는데, 커피 머신이 일리! 음, 적어도 커피맛은 실패할일이 없겠군 싶었다.



그리고 기대만큼 커피 맛은 꽤 괜찮았다. 여기서 먹은 커피가 아이슬란드에서 먹었던 커피 중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면 뭐.. ^^; 아 글을 쓰고 있으니 일리 커피머신이 다시 사고싶어진다.



우리가 들어갔던 카페의 모습. 크게 특이할 것은 없었다.




카페에서 본 뮈바튼 호수의 풍경.


이 카페의 매력은 아무래도 따뜻하게 커피한잔을 하면서 뮈바튼 호수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와중에도 아이슬란드 날씨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주고 싶기라도 한 듯, 비가 잠시 내리더니 또 살짝 파란 하늘을 보여줬다. 그렇게 커피 한잔을 하고 몸을 데운 뒤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고다포스로 향했다. 오늘은 고다포스가 마지막 일정이고, 남은 시간은 그냥 아큐레이리에서의 휴식. 하루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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