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동차여행 #009 - 셀야란즈포스(Seljalandsfoss)와 첫 유럽 캠핑 - 아이슬란드


굴포스를 떠나 이제 최종목적지인 스코가포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오늘은 유럽에서의 첫 캠핑을 하는 날. 한국에서는 날이 풀리면 캠핑을 많이 다녔지만, 유럽에서의 캠핑은 이번이 처음. 그렇게 스코가포스를 향해서 가다가 가이드북의 지도에서 셀야란즈포스(Seljalandsfoss)를 발견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기에 들렸다 가기로 결정.



가는 길에 만난 수 많은 양들. 아이슬란드에서는 정형화 된 양들이 아니라, 색도, 모습도 다양한 양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동물이라고는 새를 제외하면 거의 다가 가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양과 염소들은 꽤 반가운 동물들이었다. 뭐랄까, 다른 나라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묘한 느낌을 풍긴달까.



어쨌든 그렇게 스코가포스로 향하는 길에는 산이 없는 평원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가끔 보이는 것이라고는 길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보라색 꽃, 루핀들 뿐.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다보면 이런 표지판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읽을 수 있으면 굉장히 유용한데, 삼각형은 캠핑장, 물에 사람머리는 수영장(또는 온천), 그리고 아래에 침대는 숙소, 그리고 식당이나 주유소, 목장 등 다양한 목적지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것만 읽을 줄 알아도 사람이 드문 아이슬란드에서 목적지를 잘못 찾아갈 일은 드물다.



그렇게 도착한 셀야란즈포스. 생각보다 수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이곳의 매력이라면 바로 폭포 뒤를 걸어볼 수 있다는 것.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대낮같이 밝았다. 백야의 위엄을 새삼 느낀 순간.



오는 동안 날도 개어서 이렇게 폭포 앞으로는 무지개도 볼 수 있었다. 햇빛 그리고 폭포만 있다면 어디서든 생기는 무지개는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봤던 것 같다. 다음은 노르웨이.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이렇게 작은 개울을 이루며 흐르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시간대에 폭포에 도착한 사람들은 대략 10여명.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사람들이 도착하곤 했는데, 확실히 백야덕분인지 저녁 7시라는 시간이 꼭 오후 2-3시인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몸도 생각보다 피곤하게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그 데미지가 나중에 한번에 오기는 했지만.





우리가 이 폭포를 보는 동안에는 개속 해가 하늘에 떠서 빛을 비추다보니, 물보라에 의해 생긴 무지개는 우리가 떠날때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폭포덕분에 항상 무지개를 볼 수 있다보니, 나중에는 무지개조차 그리 신기하지 않았다. 역시, 너무 익숙해지면 무뎌지는 것이 사람인가보다.




가까이에서 폭포를 감상한 뒤에 바로 폭포의 뒤쪽을 걸어보기로 했다. 폭포의 왼쪽이나 오른쪽 어느쪽으로 올라가도 상관 없는데,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트레일에서 보는 폭포의 모습은 생각보다 수량이 많았다. 아마도 여름이라 빙하 녹은 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래서 폭포 뒤의 트래킹 길에도 눈을 못 뜰 정도로 많은 물보라가 튀기고 있었다.



대략 이정도가 폭포를 찍을 수 있었던 마지노선이었다. 이 이후에는 물보라에 카메라가 젖을까봐 바람막이 안에 넣고 후다닥 뛰어가야 했다. 사진 찍는 것은 언감생심.



그래도 혹시나 찍히지 않을까 해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지만.. 결국 이모양. 렌즈의 앞이 물방울로 가득해지는데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트레일을 건너 반대방향으로 오니 또 볼 수 있었던 무지개.



무지개 속에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도 우리처럼 물방울이 휘몰아치는 곳에서는 후다닥 뛰더니, 물방울이 잦아드는 곳에서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뭐 안찍힐거라는 알면서도 도전하는건데, 나중에 찍었냐고 물어보니 씩 웃고 말았다. 못찍었다는 이야기겠지.



트레일을 다라 내려가는 길에도 야생화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역시 꽃이 피는 계절이 여행하기에는 참 좋다. 사진에도 예쁘게 나오고.



셀야란즈포스 옆으로 있었던 또 다른 폭포. 이 폭포의 이름을 찾아봤지만, 별다르게 나와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셀야란즈포스 옆 폭포로 이름지었다.-_-;



폭포 건너편 넓은 평원위로 있던 한 채의 집.




떠나기 전에 못내 아쉬움이 들어 셀야란즈포스의 사진을 몇장 더 남기고 스코가포스 캠핑장으로 향했다.



스코가포스 캠핑장. 캠핑장 비용지불은 오후 8시까지 받고 있엇는데, 그 이후에는 지불할 방법이 없었다. 먼저 이 곳에 도착하면 작은 건물에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데, 일정 시간동안만 오픈하기 때문에 만약 잠겨있으면 텐트부터 치고 그 뒤에 비용을 지불해도 된다. 따로 지정된 자리가 없으므로 원하는 곳에 텐트를 쳐도 된다.


이 곳에도 전기 시설이 있기는 했지만, 캠핑카 사이트에 한정되어 있었고 텐트는 그냥 전기 없이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그리 추운 날은 아니어서 다행. 캠핑 비용을 지불하니 작은 스티커를 주면서 텐트에 붙이라고 해서 그대로 따랐다. 나중에 보니 저녁 10시쯤 사람들이 다니면서 그 스티커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었다. 이렇게 스티커를 이용해 체크하는 캠핑장은 아이슬란드의 캠핑장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35일간의 유럽여행을 함께 해 준 우리의 텐트. 퀘차 베이스패밀리 4.2 . 쉽게 접었다 펼 수 있는 팝업텐트로, 유럽여행을 하는 한국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텐트이다. 실제로 유럽여행을 하면서 만난 한국사람들 중 80% 가까이 이 텐트를 이용하고 있었다. 꽤 내구성도 좋고, 텐트 자체도 훌륭해서 만족스러운 텐트였다. 일단 공간부터가 넓으니까 ^^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는 동안 다른 일행은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한국에서부터 구이바다를 가져와서 들고다닌 덕분에 요리를 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행히도 부탄가스도 처음에 들렸던 쇼핑몰에서 살 수 있었고..; 물론 그 부탄가스가 사이즈가 애매해서 고무줄로 고정시켜야 하는 불상사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텐트를 치고 저녁먹을 준비를 하니 벌써 시간은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베이컨 버섯 치즈 파스타. 치즈는 싼걸 샀더니 왠만한 온도에서도 녹지를 않았다. 너의 정체가 도대체 뭐냐!! -_-;; 어쨌든 첫 캠핑, 첫 식사도 무리없이 마무리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바깥은 여전히 환했지만,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려면 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캠핑장에서의 첫 날이 지나갔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석양이 지듯이 변한 하늘은, 새벽 3시가 좀 지나자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시차때문에 중간중간 몇번 깼는데 단 한번도 어두워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이 백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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