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렌트카여행 #006 -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이 만나는 곳, 싱벨리르(Thingvellir) - 아이슬란드


다음날 아침일찍, 다시한번 렌트카 트렁크를 정리했지만.. 결국 룸밀러는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아이슬란드 전국적으로 교통량이 거의 없다보니 룸밀러로 뒤가 보이지 않아도 여행하는데에는 별 지장이 없으니 그냥 이대로 고고! 아이슬란드는 차량과 관련된 절도사고도 거의 없으니 괜찮다는 렌트카 회사 직원의 말을 믿고 그냥 다 차 안에 보이는 상태로 여행을 시작했다. 나중에 유럽 본토에서는 그러지 않았지만.


어쨌든 가볍게 아침을 먹고 골든서클의 첫번째 목적지인 싱벨리르(Thingvellir)로 향했다.



가는길은 그야말로 나무하나 없는 초원이었다. 아이슬란드에 나무가 자라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땅 속의 영양분 부족, 높은 위도, 그리고 강한 바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은 몇몇 특정 계곡과 사람들이 직접 나무를 기르는 곳 정도 뿐이다. 그 외에는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 뿐.



그렇게 호수가 계속해서 나오던 초원길을 오래 달리지 않아 싱벨리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첫번째로 도착한 곳은 방문자 센터가 있는 곳이었는데, 커다란 주차장이 있었지만 벌써 차들로 가득했다. 이 골든서클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차들을 본 곳이었던 듯. 어쨌든 차를 주차하고 보니 이곳은 싱벨리르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방문자 센터에 가서 내려가는 곳을 물어보니 지도와 함께 이동방향을 친절히 알려준다. 차로 2-3분 거리.



그래도 이왕 이쪽으로 온 것. 위를 한번 슥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싱벨리르는 아이슬란드 최초의 의회가 열렸던 곳으로 800년대부터 1800년대까지 그 의회가 유지되었고, 1930년에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되었다. 이런 역사적인 의미 이외에도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점으로도 유명한데, 안내책자에는 그 두개의 판이 만나는 지점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난 갈라진 곳. 이곳이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이 만나는 곳 중 하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렇게 갈라진 곳들을 공원 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정도면 관광객은 굉장히 많은 편! ^^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아마 이 앞의 갈라진 곳도 그 일부중 하나일 듯 싶다. 정확히 어느지점이 만나는 건지는 여전히 감이 안오지만.




위에서 내려다 본 싱벨리르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평화로운 느낌이 드는 풍경이었다. 잔잔히 흐르는 강과 예쁘게 생긴 건물 몇 채. 그리고 주차장. 그 바로앞은 걸을 수 있는 트레일. 풍경만으로도 꽤 아름다운 공원이다.



조금 더 정보를 알고싶다면 방문자 센터 내에서 상영하는 영상을 봐도 되지만, 중간부터 보기도 했고 생각보다 지루해서 잠깐 보다가 나왔다. 이 영상을 처음부터 봤다면 궁금했던 부분들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살짝 남는다.



가볍게 방문자 센터 주변을 둘러보고 아래쪽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은 두개가 있었는데, 그 중에 트레일과 가까운 곳으로 가서 주차를 했다. 역시나 주차 공간은 널널.



트래킹코스는 결국은 하나로 이어지게 되어있었지만, 넓은 계곡 바로 옆 길을 걷느냐, 아니면 오솔길을 따라 넓은 초원을 걷느냐의 차이가 있었다. 원한다면 넓은길로 가서 오솔길로 돌아와도 되니 걷는 것 자체는 큰 무리가 없었다.



걸어가는 도중 만난 작은 폭포(?)와 냇물.




익히 들었던대로 역시 곳곳에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짙은 녹색에 노란색과 보라색이 촘촘히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꽤 예뻤다. 야생화의 이름같은거야 당연히 모르겠지만, 보는 것 만으로도 꽤 기분이 좋아지는 꽃들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 중 한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이렇게 트레일코스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어다니며 둘러볼 수 있을정도의 느낌이라 좋기는 했는데, 우리가 가는 시기가 벌레들이 활동하는 시기인건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벌레들의 습격을 받았다.


이 벌레들이 그냥 주변에서 윙윙거리는 것이면 괜찮은데, 귀나, 콧구멍이나, 눈쪽으로 자꾸만 다가와서 사람을 굉장히 귀찮게 만들었다. 미친듯이 온 몸으로 달려들던 호주 노던테리토리에서의 그 파리들이 생각날 정도. 무..물론 그정도로 심한건 아니었지만. 나는 괜찮았지만, 우리 일행 중 한명이 이 벌레들에 치를 떨며 있는 것 자체를 괴로워했다.




벌레는 사진에 안나오는 만큼, 그냥 보면 참 한가롭고 조용한 풍경.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굴 앞으로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는 것은 함정 ^^



가끔 저렇게 특이하게 올려져 있는 바위도 있었다. 사람이 올린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바위를 제외하더라도 바위의 모습만으로도 확실히 특별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트레일을 따라 걷다보면 계곡이 나타난다. 아이슬란드 각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이 계곡에 천막을 치고, 의회에 참석을 했던 것으로 점점 규모가 커져 나중에는 이 지역을 벗어나서까지 천막을 세울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 바로 그 의회가 열렸던 장소. 조금 더 올라가면 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고는 하지만, 동행이 벌레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그냥 이 곳에서 돌아가기로 했다. 다행히 그 이후로도 큰 볼거리는 없이 계곡의 연속이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



잘 정비된 돌아가는 길. 이렇게 나무로 된 길이 없었다면 저 초원 위를 걸어야 하는데,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그냥 걸을 수 없는 상태이기는 했다. 하긴 그래서 이렇게 나무로 길을 만들어 놨겠지만..




국립공원 앞을 흐르는 작은 강. 아니면 시냇물.




현지 주민인 것 처럼 보이는 오리들. 아이들과 함께 유유히 물놀이를즐기고 있었다.



싱벨리르 이후로 펼쳐지는 아이슬란드의 풍경이 워낙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싱벨리르의 풍경이 상대적으로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나 지질학적으로도 의미있는 곳이기에 빼먹을 수 없는 곳이다. 뭐, 골든서클 투어를 해도 꼭 들려야 하고, 레이캬빅에서 다른 골든서클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도 지나가야 하는 곳이니 안 갈 이유는 없지만.




그렇게 싱벨리르 국립공원을 떠나기 전 몇 컷 더.



그렇게 싱벨리르 국립공원을 떠나 아이슬란드의 간헐천인 게이시르(Geysir)로 가는 길은 역시 호수와 초원의 연속이었다. 레이캬빅을 떠난 뒤로는 왠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게 만드는 풍경이 계속되었는데, 이게 바로 아이슬란드의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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