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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딩을 거쳐 래슨 화산 국립공원으로
더글러스 시티의 트레일러 파크를 나와 동쪽으로 달려 레딩(Redding)에 들렀다. 이날은 캘리포니아 북부의 래슨 화산 국립공원(Lassen Volcanic National Park)을 하루 동안 가로지르는 일정이었다. 만사니타 호수에서 시작해 래슨 피크 아래의 레이크 헬렌, 지열 지대인 범패스 헬과 설퍼웍스를 차례로 들르고, 공원 남쪽으로 빠져나가 퀸시(Quincy)까지 가는 길이다.

레딩의 월마트에서 장을 봤다. 소스 코너에는 코리안 바비큐 소스 같은 한국식 소스도 여러 가지 있었다.

캠핑카용 오수 탱크 분해제도 하나 샀다. 화장실 오수 탱크에 넣어 두면 냄새를 줄이고 오물이 잘 분해되도록 도와준다. 캠핑카 여행이 길어지면 하나쯤 챙겨 두면 좋다.

래슨 화산 국립공원 입장료와 루미스 박물관
레딩에서 44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쯤 가면 공원 북서쪽 입구인 만사니타 호수 쪽에 닿는다. 곧게 뻗은 소나무 숲길 끝에 래슨 피크가 보이기 시작했다.
래슨 화산 국립공원은 1914년부터 1917년까지 분화한 래슨 피크를 중심으로 한 공원이다. 입장료는 현재 기준 차량 1대 30달러로 7일 동안 쓸 수 있고, 입구에서 현금은 받지 않고 카드로만 결제한다. 미국 국립공원 연간 패스(America the Beautiful)도 쓸 수 있다. 공원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공원 도로는 눈 때문에 늦가을부터 봄까지 대부분 구간이 닫히니, 이 시기에 간다면 도로 상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입구를 지나면 바로 만사니타 호수 지역이다. 돌로 지은 안내소에서 지도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옆의 돌 건물은 루미스 박물관(Loomis Museum)이다.

래슨 피크가 분화하던 1914~1915년, 벤저민 루미스(Benjamin F. Loomis)가 분화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박물관은 루미스 부부가 세운 것으로, 지금도 그때의 사진과 화산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다.

만사니타 호수(Manzanita Lake) 한 바퀴
만사니타 호수는 호숫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평탄한 산책로가 있어서 아이들과 걷기 좋다. 한 바퀴 약 2.9km(1.8마일)다. 호수 위에서는 튜브 보트에 앉아 낚시하는 사람도 보였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라 호수가 거울처럼 하늘과 숲을 비췄다.

호숫가 나무 사이로 래슨 피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 동쪽에 서면 래슨 피크가 가장 가깝게 보인다. 호숫가 수풀이 노랗게 물들어 가을빛이 한창이었다.

호수를 반쯤 돌았을 때 뒤돌아본 풍경. 산과 숲이 수면에 그대로 비친다.

물에 잠긴 나뭇가지 위에는 검은 물닭들이 줄지어 앉아 쉬고 있었다.

산책로의 안내판에는 호수가 생긴 과정과 이곳에 사는 무지개송어, 낚시 규정이 적혀 있다.

안내판처럼 호수에서는 플로트 튜브에 앉아 송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핫 록(Hot Rock)과 래슨 피크 트레일헤드
만사니타 호수를 떠나 공원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올라갔다. 도로 옆에는 핫 록이라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1915년 래슨 피크가 분화했을 때 산사태와 이류에 실려 이곳까지 떠내려온 바위로, 도착한 뒤에도 한동안 뜨거웠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핫 록 앞 도로변에 잠시 캠핑카를 세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공원 도로는 고도를 높이며 래슨 피크 옆구리를 감아 돈다. 나무가 점점 줄어들고 회색 화산 비탈이 드러났다.

래슨 피크 트레일헤드의 안내판. 정상은 해발 3,187m(10,457ft)이고, 트레일 입구가 이미 약 2,590m(8,500ft)다. 정상까지는 경사가 꾸준히 이어지는 길이라, 이날은 정상 등반 대신 트레일 입구만 둘러봤다.

트레일 입구 주변은 나무 한 그루 없는 화산 자갈 비탈이다.

트레일헤드 주차장은 넓어서 캠핑카를 세우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레이크 헬렌(Lake Helen)과 캠핑카 점심
트레일헤드에서 조금 내려오면 래슨 피크 바로 아래에 레이크 헬렌이 있다. 해발 약 2,500m의 고산 호수로, 1864년 래슨 피크에 오른 헬렌 브로트(Helen Brodt)의 이름을 땄다.

짙은 파란색 호수에 래슨 피크가 그대로 비쳤다. 공원 도로 바로 옆이라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 풍경이 펼쳐진다.

점심은 호숫가 주차장에 세운 캠핑카 안에서 해결했다. 채소 믹스를 넣어 짜파게티를 끓였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자주 먹게 되는 메뉴다.

짜파게티에 김치와 샐러드를 곁들인 점심.

범패스 헬(Bumpass Hell) 트레일
점심을 먹고 레이크 헬렌 바로 옆의 범패스 헬 트레일헤드로 옮겼다. 이곳도 주차장이 넓어 캠핑카를 세울 수 있었다.

범패스 헬은 래슨 화산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지열 지대다. 트레일은 왕복 약 4.8km(3마일)로, 산비탈을 따라 걷다가 마지막에 지열 지대로 내려간다.

트레일 초반은 바위 절벽 옆으로 난 길이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중간 전망대에서는 브로크오프 산(Brokeoff Mountain)과 겹겹이 이어지는 산줄기가 내려다보인다. 안내판에 보이는 봉우리 이름이 적혀 있다.

지열 지대 입구의 안내판에는 이곳 이름의 유래가 적혀 있다. 1860년대에 켄달 범패스(Kendall Bumpass)가 얇은 지면을 밟아 끓는 진흙에 다리를 데었고, 그 뒤로 ‘범패스의 지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능선을 넘자마자 발아래로 하얗게 변한 계곡과 피어오르는 증기가 펼쳐졌다. 유황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올라온다.

계곡 아래로는 나무 데크 산책로가 이어진다. 청록색 온천 웅덩이 옆으로 증기가 끊임없이 솟는다.

가장 큰 웅덩이는 물빛이 하늘색에 가깝고, 주변 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물들어 있다.

데크는 지열 지대를 구불구불 가로지른다. 땅 표면이 얇아서 아래가 비어 있는 곳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데크와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한다.

데크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경고판. 실제로 길을 벗어났다가 크게 다친 사고가 있었다고 적혀 있다.

설퍼웍스(Sulphur Works)
범패스 헬에서 공원 남서쪽 입구 쪽으로 내려가면 공원 도로 바로 옆에 설퍼웍스가 있다. 1865년부터 수판(Supan) 가족이 소유하며 유황을 캐던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도로에서 몇 걸음만 걸어가면 회색 진흙이 부글부글 끓는 머드팟(Mudpot)을 볼 수 있다. 범패스 헬까지 걸어가기 어렵다면 여기서도 지열 활동을 가까이 볼 수 있다.

계곡 비탈에서는 곳곳에서 증기가 솟아오른다.

아이는 난간에 걸터앉아 한참 동안 우윳빛 온천 웅덩이를 내려다봤다. 사실, 이렇게 걸터앉아 있으면 안 되는 거지만,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퀸시, 파이오니어 RV 파크(Pioneer RV Park)
공원 남쪽으로 빠져나와 89번 도로를 따라 한 시간 반쯤 달려 퀸시(Quincy)에 도착했다. 이날 묵은 곳은 소나무 숲속의 파이오니어 RV 파크 [링크]다. 전기·수도·오수 연결이 모두 되는 풀 훅업 사이트에 와이파이도 된다.

나무 아치 간판이 걸린 입구를 지나면 사무실과 사이트들이 이어진다.

오후 6시가 넘어 도착하니 사무실은 이미 닫혀 있었다. 대신 창구 옆에 야간 셀프 등록 안내가 붙어 있다. 빈 사이트를 골라 봉투에 이름과 사이트 번호를 적고 요금을 넣어 드롭박스에 넣으면 된다. 체크아웃은 낮 12시였다.

우리 사이트는 3번. 전기와 수도 연결 기둥이 바로 옆에 있다.

사이트마다 포장된 바닥과 피크닉 테이블이 있고, 키 큰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세탁실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여러 대 있다.

캠핑장 안에 프로판 충전 탱크도 있어서, 사무실이 여는 시간이라면 여기서도 프로판을 채울 수 있다.

저녁은 로메인에 김치, 소시지, 볶은 닭고기, 파인애플을 곁들여 차렸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드는 소나무 숲속의 캠핑장. 다음 날은 네바다주 카슨 시티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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