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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에서 오리건 남부 해안을 따라 캘리포니아까지
플로렌스의 포트 오브 시우슬로 캠핑장을 나서서, 이날은 오리건 해안의 남쪽 절반을 한 번에 달렸다. 오리건 듄스에서 시작해 쿠스베이 근처의 펌킨패치, 밴던의 바위 해안, 포트 오포드를 지나 해 질 무렵 주 경계를 넘어 캘리포니아 크레센트 시티(Crescent City)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오리건 구간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리건 듄스 전망대(Oregon Dunes Day Use Area)
플로렌스에서 10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20분쯤 내려가면 오리건 듄스 국립 휴양지(Oregon Dunes National Recreation Area)의 전망대가 나온다. 플로렌스부터 쿠스베이까지 해안을 따라 모래 언덕이 길게 이어지는데, 북미에서 가장 넓은 해안 사구 지대 중 하나로 꼽힌다.
전망대가 있는 데이 유즈 에어리어는 시우슬로 국유림에서 관리하며, 현재 기준 주차 요금은 차량 1대 하루 5달러다. 현장에서 현금을 받지 않아서 Recreation.gov에서 디지털 패스를 사거나, 미국 국립공원 연간 패스(America the Beautiful) 같은 연방 패스를 쓰면 된다.

주차장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지붕이 있는 나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숲 너머로 하얀 모래 언덕이 펼쳐지고, 그 끝에 태평양이 보인다. 바닷가 바로 옆에 이렇게 넓은 사막 같은 풍경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모래 언덕 사이로는 해변까지 이어지는 트레일이 나 있다. 마른 풀과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라 있어서 사막과 숲이 섞인 듯한 풍경이다.

트레일 입구의 안내판에는 해변까지 이어지는 오리건 듄스 트레일 지도가 있다. 3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는 보호종인 서부흰물떼새(Western Snowy Plover)의 번식기라 일부 해변 출입이 제한된다.

직원이 주유해 주는 오리건 주유소
전망대를 나와 남쪽으로 가는 길에 주유소에 들렀다. 오리건은 오랫동안 손님이 직접 주유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 주였다. 2023년부터 셀프 주유가 일부 허용됐지만, 지금도 직원이 넣어주는 주유소가 많다.

이 주유소도 주유기마다 ‘NO SELF SERVE PLEASE WAIT FOR ATTENDANT’라고 붙어 있었다. 차를 세우고 기다리면 직원이 와서 연료 종류와 결제 방법을 묻고 주유를 해 준다. 캠핑카 연료 탱크가 커서 이날은 27갤런(약 102L) 넘게 넣었다.

쿠스베이 마하피 랜치(Mahaffy Ranch) 펌킨패치
이날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쿠스베이(Coos Bay) 시내에서 동쪽으로 들어간 숲속의 마하피 랜치다. 가을이면 호박밭을 열고 핼러윈 축제를 하는 가족 농장으로, 직접 호박을 따는 유픽(U-Pick) 호박밭과 옥수수 미로, 건초 마차, 동물 체험이 있다. 보통 펌킨패치(Pumpkin Patch)라는 영어표현도 많이 사용한다. 2026년에는 9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문을 열고, 월~목요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 금~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주차장은 넓은 풀밭이라 캠핑카도 편하게 세울 수 있었다.

주차장 옆으로는 호박밭과 단풍이 든 숲이 펼쳐진다. 핼러윈을 2주쯤 앞둔 때라 호박이 한창이었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요일별 이용권 요금이 적혀 있다. 팔찌 형태의 데이 패스를 사면 건초 마차, 옥수수 미로, 동물 체험 같은 놀이를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고, 놀이마다 따로 표를 살 수도 있다. 요금은 해마다 바뀌니 방문 전에 농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팔찌는 통나무로 지은 농장 매장의 계산대에서 산다.

마당에는 염소와 당나귀가 있는 작은 동물 우리가 있다. 아기 당나귀가 옥수수 잎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

염소들도 옥수수 잎을 받아먹느라 바빴다.

가장 먼저 탄 것은 트랙터가 끄는 건초 마차, 헤이라이드(Hayride)다. 나무에 걸린 시계 모양 안내판에 다음 출발 시각이 표시된다.

마차를 타고 농장 안쪽의 넓은 호박밭으로 들어간다. 덩굴 사이로 주황색 호박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호박밭에서는 사람들이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마음에 드는 호박을 고른다.

마당의 스낵 셰크(Snack Shack)에서는 핫도그와 햄버거 같은 간단한 음식을 판다.

우리는 시나몬 설탕을 묻힌 미니 도넛을 사서 피크닉 테이블에서 나눠 먹었다.

잔디밭에는 이미 따 놓은 호박들이 크기와 종류별로 줄지어 놓여 있다. 밭까지 가지 않아도 여기서 골라 살 수 있다. 핼러윈 펌킨패치의 느낌이 나는 대표적인 사진이 아닐까?

옥수수밭 한쪽에는 ‘CORN MAZE’ 간판이 걸린 미로 입구가 있다.

키보다 훨씬 큰 옥수숫대 사이로 길이 이리저리 갈라진다. 아이들은 갈림길마다 방향을 고르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한참을 헤맨 끝에 ‘EXIT’ 표지판이 보이는 출구에 도착했다.

판매대에는 파이용 슈거 파이 호박(Sugar Pie Pumpkin), 줄무늬 호박, 조롱박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고른 호박은 계산 전에 호박 세척대에서 호스로 흙을 씻어낼 수 있다.

농장 한쪽에는 건초 더미와 파이프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도 있다.

마지막으로 동물 우리 앞의 사료 자판기에서 먹이를 사서 당나귀에게 줬다. 결국 두 시간 반 넘게 농장에서 놀았다.

밴던 코퀼 포인트(Coquille Point)와 바위섬들
마하피 랜치를 나와 남쪽으로 내려가면 밴던(Bandon)이다. 밴던 해안은 바다 위로 크고 작은 바위섬(시 스택)이 수없이 솟아 있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 바위섬들은 바닷새의 번식지라 오리건 아일랜드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Oregon Islands National Wildlife Refuge)으로 보호받는다.

그중 코퀼 포인트는 밴던 시내 바로 옆 해안 절벽 위에 있는 전망 포인트다. 절벽 위 산책로에서 해변과 바위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옆의 나무 계단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 해변에는 떠밀려 온 통나무가 가득 쌓여 있었다.

썰물 때라 모래사장이 넓게 드러나 있었고, 아이들은 바위섬 쪽으로 걸어갔다.

안내판을 보니 코퀼 포인트 앞 바닷가는 2024년에 해양 정원(Marine Garden)으로 지정됐다. 바위 위 생물은 살짝 만지는 정도만 되고, 채집은 금지다.

절벽 위 산책로에는 해양 쓰레기로 만든 커다란 퍼핀(Tufted Puffin) 조형물 ‘코스모(Cosmo)’가 서 있다. 퍼핀은 오리건 해안의 바위섬에 둥지를 트는 바닷새다.

산책로 끝에서는 바다 쪽으로 뚫린 바위 아치도 볼 수 있다.

페이스록 주립 경관 전망대(Face Rock State Scenic Viewpoint)
코퀼 포인트에서 해안 도로를 따라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페이스록 주립 경관 전망대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없다.

이곳의 이름이 된 페이스록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의 얼굴처럼 생긴 바위다. 원주민 전설에 따르면 바다 정령에게 붙잡힌 추장의 딸 에와우나(Ewauna)가 정령을 외면한 채 하늘만 바라보다 돌이 되었다고 한다. 그 주변의 작은 바위들은 그녀의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전망대 바로 아래로도 거대한 바위들이 해변에 박혀 있다. 계단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흐린 날이었지만, 안개 낀 해안선을 따라 바위섬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이 오히려 신비로웠다.

포트 오포드의 배틀록(Battle Rock)
밴던에서 40분쯤 더 내려가 작은 항구 마을 포트 오포드(Port Orford)에 들렀다. 101번 도로 바로 옆에 있는 배틀록 시티 파크에는 이 바위에 얽힌 역사를 적은 안내판이 서 있다.

1851년 6월, 이곳에 정착하려고 배에서 내린 윌리엄 티체너(William Tichenor) 선장 일행이 이 바위 위에서 원주민과 충돌했다. 그래서 ‘전투의 바위’라는 뜻의 배틀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원에서 내려다본 해변. 바위섬과 숲이 우거진 산이 바로 맞닿아 있다.

101번 해안 도로를 따라 캘리포니아로
포트 오포드부터 캘리포니아 경계까지는 101번 도로가 바다 바로 옆을 지나는 구간이 많다. 오후가 되자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파랗게 개었다.

도로가 해안 절벽을 따라 오르내리며 굽이칠 때마다 바다 위의 바위섬들이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운전하는 사람도 경치를 보느라 바쁜 길이다.

잠깐 차를 세운 해변에서는 바위섬 너머로 오후 햇살이 비쳤다.

오리건주를 지나 캘리포니아주로 들어서면 곧 스미스 리버 농산물 검역소(Smith River Agricultural Inspection Station)가 나온다. 캘리포니아는 병해충 유입을 막기 위해 다른 주에서 들어오는 차량의 과일, 채소, 식물을 검사한다. 차를 세우면 직원이 어디서 오는지, 과일이나 식물을 싣고 있는지 묻는다. 경우에 따라 일부 과일은 압수될 수도 있다.

크레센트 시티, 라이트하우스 코브 RV 파크
캘리포니아에 들어와 처음 묵은 곳은 크레센트 시티 바닷가의 라이트하우스 코브 RV 파크 [링크]다. RV 사이트 91개에 전기·수도·오수 연결이 모두 되고, 세탁실과 샤워실, 작은 매점이 있다. 배터리 포인트 등대(Battery Point Lighthouse)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입구에는 등대 모양 조형물이 서 있고, 오른쪽 사무실에서 체크인을 한다.

체크인을 하고 근처의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샀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사이트마다 번호가 적힌 작은 등대 모양 기둥이 있는데, 우리 자리는 54번이었다. 밤에는 기둥 꼭대기에 불이 들어온다.

해가 지고 나니 캠핑장 위로 노을이 길게 번졌다.

저녁은 연어를 굽고, 아스파라거스와 버섯을 볶았다.

연어 스테이크와 채소 볶음으로 차린 저녁.

사이트에는 콘크리트 바닥과 피크닉 테이블이 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밖으로 나와 대여한 작은 화로에 장작불을 피웠다.

불이 잦아든 화로에는 감자와 고구마를 넣어 구웠다. 겉은 조금 탔지만 속은 포슬포슬하게 잘 익었다.

세탁실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서, 그동안 밀린 빨래를 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맑은 하늘 아래의 캠핑장. 이제부터는 캘리포니아의 레드우드 숲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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