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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롤리 호수에서 395번 도로를 따라 데스밸리로
캠핑카 여행의 막바지, 이날은 시에라네바다 동쪽의 395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데스밸리 국립공원(Death Valley National Park)을 가로지르는 일정이었다. 하루 사이에 해발 2천 m가 넘는 산간 마을에서 북미에서 가장 낮은 땅까지 내려가고, 해 질 무렵에는 네바다주 파럼프(Pahrump)의 RV 리조트까지 가는 긴 하루였다.

크롤리 호수 RV 파크를 나서는 아침. 노랗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들었다.

395번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는 오른쪽으로 시에라네바다의 회색 바위산이 끝없이 이어진다.

비숍(Bishop)에서 주유와 프로판 충전
첫 번째로 들른 곳은 비숍의 파이우트 팰리스 주유소(Paiute Palace Gas Station)다. 데스밸리 안에는 주유소가 적고 기름값도 비싸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연료를 가득 채워 두는 것이 좋다.

이 주유소에는 프로판 충전소도 있어서, 사막의 밤에 쓸 난방용 프로판도 함께 채웠다.

캠핑카 옆면의 ‘PROPANE’ 덮개를 열면 차에 고정된 프로판 탱크와 주입구가 나온다.

직원이 주입구에 호스를 연결해 프로판을 채워 준다. 차에 붙은 탱크라 교환식이 아니라서, 이렇게 충전 시설이 있는 곳에 들러야 한다.

충전기에 달린 계량기로 들어간 양을 확인하고 그만큼 계산한다.

찰펀트 빅 트리스(Chalfant Big Trees) 펌킨패치
비숍 북쪽의 찰펀트 밸리(Chalfant Valley)에 있는 작은 묘목장 겸 펌킨패치에 잠시 들렀다. 핼러윈을 앞두고 10월 한 달 동안 펌킨패치를 연다.

빨간 건물 앞마당이 분수와 꽃, 해골과 허수아비로 가득 꾸며져 있었다.

마당 한쪽에는 동물 뼈 모형을 모아 놓은 ‘스켈레톤 동물원(Skeleton Zoo)’까지 있다.

해골 장식을 태운 오래된 빨간 소방차.

노란 트랙터 위에도 해골과 허수아비가 올라앉아 있었다.

잔디밭에는 상자로 만든 미로와 커다란 캔디콘 모형이 있어서 아이들이 한참 놀았다.

칠판에는 크기별 호박 가격이 적혀 있다. 커다란 ‘BIG MAX’ 호박은 가격도 크다.

마당을 돌아다니던 고양이가 커다란 호박 옆에 앉아 있었다.

농장 앞 흙길에 캠핑카를 세웠다. 뒤로 시에라네바다의 산줄기가 보인다.

론 파인을 지나 데스밸리로
다시 395번 도로로 돌아와 남쪽으로 내려갔다. 오른쪽으로 눈 덮인 시에라네바다의 높은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 있다.

론 파인(Lone Pine) 마을을 지나 190번 도로로 들어서면 데스밸리로 향하는 사막 길이 시작된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풍경이 완전히 바뀌어, 나무 한 그루 없는 메마른 땅 사이로 길이 곧게 뻗어 있었다.

가는 길 언덕에는 조슈아 트리(Joshua Tree)가 드문드문 서 있다.

파더 크롤리 비스타 포인트(Father Crowley Vista Point)
데스밸리 국립공원 서쪽 경계 부근, 190번 도로 옆에 파더 크롤리 비스타 포인트가 있다.

전망대 아래로는 검은 화산암과 붉은 지층이 깎여 나간 깊은 협곡, 레인보 캐니언(Rainbow Canyon)이 내려다보인다. 군용 전투기들이 낮게 날며 훈련하는 곳으로 알려져 ‘스타워즈 캐니언’이라고도 불린다.

전망대 이름은 1920년대에 이 지역을 돌며 사람들을 보살폈던 존 크롤리(John J. Crowley) 신부에게서 따왔다.

전망대에서 흙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협곡과 건너편 산줄기가 더 넓게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면 190번 도로는 구불구불 산을 내려가 파나민트 밸리(Panamint Valley)로 이어진다.

점심은 전망대 주차장에 세운 캠핑카 안에서 파스타를 만들어 김치와 함께 먹었다.

데스밸리 입장료와 메스키트 플랫 모래언덕(Mesquite Flat Sand Dunes)
파나민트 밸리 바닥을 곧게 가로지르는 길을 지나 다시 고개를 넘으면 데스밸리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현재(2026년) 기준 차량 1대 30달러로 7일 동안 쓸 수 있다. 공원 입구에 매표소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퍼니스 크리크 비지터 센터나 공원 곳곳의 무인 발급기에서 직접 결제하거나 Recreation.gov에서 미리 사야 한다. 미국 국립공원 연간 패스(America the Beautiful)도 쓸 수 있다.

스토브파이프 웰스(Stovepipe Wells) 근처의 메스키트 플랫 모래언덕에 도착했다. 도로 옆 주차장에서 바로 모래언덕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정확한 영문 명칭은 메스키트 플랫 샌드 듄스.

부드러운 모래언덕이 산 아래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모래 위에는 바싹 마른 메스키트 나무가 기묘한 모양으로 뒹굴고 있었다.

10월 말 오후였지만 햇볕이 꽤 뜨거웠다. 여름에는 기온이 45도를 넘기도 하는 곳이라, 한여름에는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가야 한다.

배드워터 분지(Badwater Basin)
모래언덕을 떠나 퍼니스 크리크(Furnace Creek)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갔다. 비지터 센터와 주유소, 숙소가 모여 있는 데스밸리의 중심이다.

남쪽으로 갈수록 왼쪽으로 하얀 소금 평원이 넓게 펼쳐진다.

배드워터 분지 주차장 뒤편 절벽을 올려다보면, 높은 곳에 ‘SEA LEVEL’이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이 붙어 있다. 해수면 높이가 그만큼 위에 있다는 뜻이다.

나무 데크 끝의 표지판에는 ‘해수면 아래 282피트(85.5m)’라고 적혀 있다. 북미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데크를 지나면 바로 소금 평원 위를 걸을 수 있다.

발아래가 온통 하얀 소금이다. 사람들이 점처럼 흩어져 평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티스트 팔레트(Artist’s Palette)
배드워터에서 북쪽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티스트 드라이브(Artists Drive)로 들어갔다. 산기슭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약 14km의 일방통행 길로, 길이 25피트(약 7.6m)가 넘는 차량은 들어갈 수 없으니 캠핑카라면 차 길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 길 중간에 있는 아티스트 팔레트는 화산재와 광물이 섞인 지층이 분홍, 초록, 노랑, 보라색으로 물든 언덕이다. 이름처럼 화가의 팔레트에 물감을 짜 놓은 것 같은 풍경이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언덕의 색이 더 또렷하게 살아났다.

단테스 뷰(Dante’s View)에서 본 해 질 녘 데스밸리
배드워터에서 나와 190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단테스 뷰다. 해발 약 1,669m(5,476ft)의 전망대로, 조금 전 서 있던 배드워터 분지가 발아래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한자리에서 해발 1,600m가 넘는 높이 차이를 보는 셈이다. 다만 전망대로 올라가는 마지막 구간은 경사가 급하고 좁아서, 길이 25피트(약 7.6m)가 넘는 차량은 아래 주차장에 세우라는 안내가 있으니 큰 캠핑카라면 미리 확인해야 한다.

해가 서쪽 산 너머로 넘어가면서 소금 평원이 은빛으로 반짝였다.

전망대를 따라 이어진 난간에 사람들이 모여 해넘이를 보고 있었다.

전망대 주차장에 세운 캠핑카. 이번 여행에서 캠핑카로 달린 마지막 국립공원이었다.

네바다주 파럼프, 와인 리지 RV 리조트(Wine Ridge RV Resort)
단테스 뷰에서 내려와 어두워진 사막 길을 달려 네바다주 파럼프에 도착했다. 이날 묵은 곳은 와인 리지 RV 리조트 [링크]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큰 RV 리조트다.
늦게 도착해서 사무실은 닫혀 있었지만, 사무실 앞에 우리 이름이 적힌 봉투가 놓여 있었다. 봉투 안의 안내문에 사이트 번호와 출입문 비밀번호, 와이파이 정보가 적혀 있어서 그대로 찾아가면 됐다.

리조트 안에는 야자수와 파라솔이 있는 수영장도 있다. 밤에도 조명이 켜져 있었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저녁은 캠핑카 안에서 채소를 넣고 볶음밥을 만들었다. 이제 캠핑카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내일은 캠핑카를 라스베이거스에 반납하고, 본격적인 라스베이거스 일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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