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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트 시티에서 레드우드 숲으로
캘리포니아에서의 첫 아침, 이날은 하루 종일 레드우드(Redwood) 숲을 걸었다. 크레센트 시티부터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인 코스트 레드우드 숲이 펼쳐지는데, 이 일대를 국립공원 하나와 주립공원 세 곳이 함께 관리하는 레드우드 국립·주립공원(Redwood National and State Parks)이다. 오전에는 트리스 오브 미스터리, 오후에는 빅 트리와 레이디 버드 존슨 그로브를 걷고, 저녁에는 내륙으로 방향을 틀어 트리니티강 옆의 작은 마을 더글러스 시티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라이트하우스 코브 RV 파크를 나서며 지나친 크레센트 시티의 벽화. 이 동네의 등대들이 그려져 있다.

엘크 밸리 주유소에서 주유와 프로판 충전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에 엘크 밸리 트라이벌 퓨얼 마트(Elk Valley Tribal Fuel Mart)에서 주유를 했다. 트럭과 RV 전용 주유 차선이 따로 있어서 캠핑카로 들르기 편한 곳이었다.

이곳에 들른 또 하나의 이유는 프로판이다. 캠핑카의 가스레인지, 냉장고, 난방기는 프로판 가스로 돌아가는데, 차에 붙은 프로판 탱크는 떼어서 교환할 수 없어서 프로판 충전 시설이 있는 곳에서 직접 채워야 한다. 주유소 한쪽에 커다란 프로판 탱크와 충전기가 있었다.

직원에게 충전을 부탁하면 캠핑카 옆면의 프로판 주입구에 호스를 연결해 채워 준다. 계량기에 찍힌 양만큼 계산하면 된다.

크레센트 비치 오버룩(Crescent Beach Overlook)
크레센트 시티 남쪽의 엔더츠 비치 로드(Enderts Beach Road) 끝에는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해안 전망대인 크레센트 비치 오버룩이 있다. 101번 도로에서 몇 분만 들어가면 되고 입장료는 없다.

전망대에는 바다 위의 바위섬(시 스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파도가 해안 절벽을 깎아 내면서 단단한 바위만 남은 것이다.

나무 데크 전망대에 서면 오른쪽으로 길게 휘어진 해변이 보인다.

이름처럼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진 크레센트 비치가 크레센트 시티까지 이어진다. 아침 햇살에 파도가 여러 겹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트리스 오브 미스터리(Trees of Mystery)
크레센트 비치에서 10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곧 레드우드 국립·주립공원 표지판이 나오고, 도로 양옆으로 거대한 레드우드가 늘어선다.

나무 사이로 굽이치는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온다.

클래머스(Klamath) 근처에 있는 트리스 오브 미스터리는 레드우드 숲속에 산책로와 곤돌라, 나무 조각 공원, 박물관을 꾸며 놓은 사설 관광지다. 101번 도로 바로 옆이라 지나가다 들르기 좋다.

주차장 앞에는 미국 민담 속 거인 나무꾼 폴 버니언(Paul Bunyan)과 그의 파란 소 베이브(Babe)가 서 있다. 폴 버니언은 높이 약 15m(49ft), 베이브는 약 11m(35ft)로, 101번 도로에서도 보이는 이곳의 상징이다.

입장료는 현재(2026년) 기준 13~59세 30달러, 60세 이상 25달러, 3~12세 15달러이고, 2세 이하는 무료다. 입장권 하나로 스카이트레일(SkyTrail) 곤돌라, 레드우드 캐노피 트레일, 여러 숲길과 엔드 오브 더 트레일 박물관까지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반려견도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입구를 지나면 개울과 물레방아, 나무 조각 곰이 있는 작은 정원이 나온다.

숲길을 따라가면 뿌리가 코끼리 발처럼 드러난 엘리펀트 트리(Elephant Tree)가 있다.

레드우드 사이에는 시트카 스프루스(Sitka Spruce) 같은 다른 큰 나무들도 함께 자란다. 안내판에는 45~55m(150~180ft)까지 자란다고 적혀 있다.

레드우드 캐노피 트레일(Redwood Canopy Trail)은 나무 계단을 올라가 레드우드 사이에 걸린 출렁다리를 건너는 코스다.

그물로 둘러싼 출렁다리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잇는다. 땅에서 올려다볼 때와 달리 나무 중간 높이에서 숲을 보는 느낌이 색달랐다.

캐시드럴 트리(Cathedral Tree)는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그루가 둥글게 솟아난 나무다. 앞에는 금문교를 설계한 조지프 스트라우스(Joseph B. Strauss)를 기리는 명판과 그가 쓴 시 ‘The Redwoods’가 놓여 있다.

브라더후드 트리(Brotherhood Tree)는 안내판 기준 높이 약 90m(297ft), 지름 약 5.8m(19ft)다. 나무 앞에 서면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스카이트레일 곤돌라와 폴 버니언 조각 트레일
브라더후드 트리 옆에는 스카이트레일 곤돌라 승강장이 있다. 6인승 곤돌라를 타고 레드우드 숲 위로 올라가 능선 위 전망대까지 간다.

초록색 곤돌라가 레드우드 숲 위로 줄지어 오르내린다.

꼭대기 전망대에서는 숲 너머로 태평양이 내려다보였다.

내려올 때는 곤돌라 창밖으로 키 큰 나무 꼭대기들이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곤돌라에서 내려 돌아가는 길은 트레일 오브 톨 테일스(Trail of Tall Tales)다. 폴 버니언 이야기를 레드우드 조각 작품으로 꾸며 놓은 숲길이다.

길을 따라 폴 버니언과 베이브, 나무꾼 친구들의 이야기가 커다란 나무 부조로 이어진다.

숲속에 커다란 모기 조각까지 있어서 아이들이 하나씩 찾아보며 걸었다.

트레일 출구에는 빅풋(Bigfoot) 조각이 서 있다.

출구 쪽 기념품점 안에는 엔드 오브 더 트레일 박물관(End of the Trail Museum)이 있다.

북미 원주민의 바구니, 의복, 공예품을 모아 놓은 곳으로, 개인 소장품으로는 꽤 큰 규모다. 입장권에 포함되어 있다.

프레리 크릭 레드우즈의 빅 트리(Big Tree)
트리스 오브 미스터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프레리 크릭 레드우즈 주립공원(Prairie Creek Redwoods State Park)으로 들어갔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뉴턴 B. 드루리 시닉 파크웨이(Newton B. Drury Scenic Parkway)는 101번 도로 옆으로 레드우드 숲 한가운데를 지나는 옛길이다. 도로 양옆이 모두 거대한 레드우드다.

파크웨이 중간의 빅 트리 웨이사이드(Big Tree Wayside) 주차장에는 캠핑카도 세울 수 있었다.

트레일 입구의 안내판에는 레드우드 세 종류가 소개되어 있다. 해안의 코스트 레드우드, 시에라네바다의 자이언트 세쿼이아, 중국의 메타세쿼이아(Dawn Redwood)다.

주차장에서 몇 분만 걸으면 빅 트리가 나온다. 안내판 기준 높이 87m(286ft), 지름 7.2m(23.7ft)에 나이는 약 1,500년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 앞 데크에 서면 사람이 개미처럼 작아 보인다.

빅 트리 주변으로는 캐시드럴 트리스 트레일(Cathedral Trees Trail), 서클 트레일(Circle Trail) 같은 숲길이 이어진다.

숲 바닥에는 양치식물이 빽빽하게 덮여 있고, 그 위로 레드우드가 끝없이 솟아 있다.

빅 트리 앞의 이정표에는 ‘THAT’S A VERY BIG TREE’, ‘THIS WAY TO MORE BIG TREES!’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레이디 버드 존슨 그로브(Lady Bird Johnson Grove)
오릭(Orick) 근처에서 볼드 힐스 로드(Bald Hills Road)로 올라가면 레이디 버드 존슨 그로브 트레일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길이 7m 이내의 캠핑카라면 트레일 주차장에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규정이 바뀌어 캠핑카로는 갈 수 없다. 볼드 힐스 로드가 좁고 경사가 급한 산길이라,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캠핑카나 트레일러가 이 길로 오는 것을 권하지 않고 트레일 주차장에도 대형 차량 주차를 막고 있다. 규정은 다시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트레일은 한 바퀴 약 2.3km(1.4마일)의 평탄한 순환 코스다. 입구에 트레일 안내판이 있다.

입구의 나무다리를 건너면 바로 레드우드 숲으로 들어간다.

숲길 한가운데에는 밑동이 불에 타 검게 비어 있는 나무도 있다. 레드우드는 껍질이 두꺼워서 이런 산불을 겪고도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

트레일 중간의 기념비에는 1969년 8월 27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레이디 버드 존슨 여사를 기려 이 숲을 헌정했다고 적혀 있다. 존슨 여사는 레드우드 국립공원 지정에 힘을 보탠 사람이다.

밑동이 아치처럼 갈라진 나무 아래로 길이 지나간다.

오후의 햇살이 레드우드 줄기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와 숲 전체가 붉게 빛났다.

299번 도로를 따라 트리니티강 계곡으로
레드우드 숲을 나와 아카타(Arcata)에서 299번 도로를 타고 동쪽 내륙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안을 벗어나자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어 메마른 산과 트리니티강(Trinity River) 계곡이 이어졌다.

강을 따라 산을 넘는 굽은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해 질 무렵 지나간 위버빌(Weaverville)은 골드러시 시절에 생긴 작은 마을로, 옛 서부 분위기의 건물들이 중심가에 남아 있다.

더글러스 시티, 인디언 크리크 트레일러 파크(Indian Creek Trailer Park)
위버빌에서 조금 더 가면 이날 묵은 더글러스 시티(Douglas City)의 인디언 크리크 트레일러 파크다. 299번 도로 옆에 있는 작은 트레일러 파크로, 모바일 홈과 RV 사이트가 함께 있다. 원래 가려던 캠핑장이 시즌 종료로 문을 닫는 바람에, 이동하다가 예약 없이 빈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간 곳이다. 원래 여행용 캠핑카를 받는 곳은 아니었지만, 문의하니 1박은 문제없다며 받아 줬다. 웹사이트도 없어진 듯해서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고, 항상 이렇게 받아 주는 것은 아니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오후 6시쯤 도착해 큰 나무 아래 자리에 캠핑카를 세웠다.

잔디밭과 큰 나무가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저녁은 야외 테이블에 버너를 놓고 스테이크를 구웠다. 통마늘을 함께 넣어 기름에 굽고, 후추를 뿌렸다.

스테이크에 아스파라거스, 구운 마늘과 볶은 양파를 곁들인 저녁. 레드우드 숲을 하루 종일 걸은 날의 마무리였다.

다음 날 아침 캠핑장 입구의 간판. 이제 레딩을 지나 래슨 화산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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